美 빅컷에 'A급 이하' 고금리 회사채 활기...발행 강세 이어질까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4.09.23 07:00
수정 2024.09.23 07:00

우호적 환경에 GS엔텍·CJ프레시웨이 등 자금 조달 잇따라

'고위험·고수익' BBB급도 수요예측 흥행...투자 수요 지속

비우량채 담는 하이일드펀드 세제혜택 연말 종료 '변수'도

ⓒ픽사베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A급 이하 회사채의 고금리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신용 리스크가 있는 대신 금리 메리트가 있는 비우량 채권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A급 이하의 발행 강세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다음 달 말까지 공모시장에서 일반 회사채 및 자본성 증권 발행을 앞둔 기업은 24곳에 달한다. AA급 이상의 우량한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기업뿐만 아니라 A급 이하 비우량 기업들도 회사채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용등급 AA급 이상인 GS에너지(AA)와 LS일렉트릭(AA-), 신세계(AA), KT&G(AAA) 등이 발행을 계획하고 있고 GS엔텍(A0)과 CJ프레시웨이(A0), HK이노엔(A0) 등 A급 이하 발행사들도 발행 작업에 착수했다.


회사채 발행이 증가한 이유는 금리 인하에 따라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 기업 입장에선 낮은 이자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은 지난 18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대폭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는데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이다. 연준은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추가로 낮아질 가능성도 내놓은 상태다.


여기에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를 맞아 고금리 투자 수요가 늘어난 것이 A급 이하 기업들의 자금 조달 채비를 더 부추기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신용채 잔고(선순위 기준)에서 A등급 신용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말 19.0%에서 올해 7월 말 기준 34.0%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년 반 만의 기준금리 인하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A등급 신용채의 투자 비중이 높아진 건 올들어 A등급 신용채가 시장에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향이다. 통상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채권 금리는 높아진다. A급 채권이 BBB급 채권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있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BBB급도 상위 등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고금리를 쫓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AA- 등급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3.4~3.5%대를 유지하면서 한국은행 기준금리인 3.5%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발행에는 유리하지만 금리가 낮아져 투자 매력도는 떨어진 상황이다. 반면 BBB-등급 회사채(3년물)의 금리는 이달 9.2~9.4%대를 나타내고 있다.


수요예측의 ‘깜짝 흥행’도 이어지고 있다. BBB급 발행사인 한솔테크닉스(BBB+)는 지난달 27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270억원어치 매수 주문이 몰렸다. 목표액인 300억원의 4배가 넘는 자금을 모은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BBB+)도 이달 3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800억원 모집에 474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아 목표액의 6배에 육박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하지만 고금리 매력에도 불구하고 비우량채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하이일드 펀드의 분리과세 혜택이 올해 종료된다는 점은 BBB급 자금 조달의 변수로 거론된다.


하이일드 펀드는 BBB+급 이하 회사채 45% 이상을 포함해 국내 회사채를 60% 이상 담을 경우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이 부여된다. 이와 함께 최대 3000만원까지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이점도 관심을 모았지만 분리과세 혜택은 올해 말 일몰될 예정이다.


이소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이일드 펀드는 핵심 기반 중 하나인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이 있어 분리과세 혜택이 종료된다고 해서 수요가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BBB급의 기업은 A급 이상 대비 외부 변수에 취약해 투자 시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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