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2기 한달 ③] '민주 적통' 주도권 싸움…계보 누가 잇나
입력 2024.09.18 00:00
수정 2024.09.18 00:00
연임 성공한 李, 대권가도 위한 '경청' 행보
"대권과 정권교체를 위한 '화합의 제스처'"
3金도 DJ·盧·文 끌어당기며 진영 갖추기
혁신당, 총선부터 범야권 적통 움직임 강조
지난달 18일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대표 지도부가 추석 연휴 기간 '출범 한 달'을 맞았다. '친명(친이재명)' 세력화에 집중한 1기 지도부와 다르게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비명계 끌어안기'에도 돌입한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친문계가 소수파로 쪼그라들면서 '민주당의 적통(嫡統)'을 누가 계승할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8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박찬대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도 함께 문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은 지난 2월 이후 7개월 만이다. 둘은 양산 사저에서 40여분간 회동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민주당의 재집권 전략에 주목하며 중도 외연 확장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그는 "민주당이 재집권을 위해 지지층을 넓히는 작업을 해야 한다"며 "민생과 정책뿐 아니라 안보·국방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언급했다. 또 두 사람은 "준비 안 된 대통령이 집권해 나라가 혼란스럽고 국민 불안과 걱정을 키우고 있다"며 민주당이 대안 세력이 돼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여야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번갈아 지낸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과도 만찬 회동을 했다. 전날 중앙대 명예교수인 이상돈 전 의원과 오찬을 하며 정국 운영에 대한 조언을 들은 것에 이은 '경청' 행보다.
이 대표 측은 "대표 취임 인사를 겸해서 정국 상황에 대한 의견을 경청하고 조언을 구하고 있다"며 "향후 재계·종교계·시민사회 등 사회 각 분야 인사들과 만남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련의 움직임은 대권을 바라보고 있는 이 대표가 각계 인사를 만나고 '정권교체를 위해 당 역량을 결집할 때'라는 대의를 주장하며 '외연 확장'을 꾀하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1기 지도부가 '친명' 위주 당 내부 결속력을 높이고, 총선 공천 물갈이 및 최고위 원내지도부까지 빈틈을 만들지 않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면, 2기 지도부는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에 힘입어 강화된 친명 인사 구성에 성공하면서 또 다른 플랜인 '민주당의 적통'을 자처하고자 한다는 이야기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통화에서 "이 대표의 '친문 끌어안기'는 친문 세력들이 호시탐탐 이 대표를 노리는 상황에서 확장성이 아닌 민주당 지지층 결속을 위한 '장치'로도 볼 수 있다"며 "일단 대권과 정권교체를 위한 '화합의 제스처'를 보이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대표가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민주당의 적통' 계승을 자처하고 있다면, 정치권 밖에 자리하다 활동을 재개한 3김(김동연 경기도지사·김부겸 전 국무총리·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지는 행보를 보이는 이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다. 김 지사는 정권심판론은 물론 이 대표의 공약인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금융투자세'에 대해서도 각을 세워 차별화된 메시지를 인정받고 비명계의 대표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달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포럼'에 참석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재단 초청 특별대담을 여는 등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자신으로 이어지는 민주 적통 계보 구상을 시도하고 있다.
'비주류'가 된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을 경기도로 끌어모으는 행보도 눈에 띈다. 친노·친문 핵심 전해철 전 의원이 경기도 김동연 호(號)에 승선한데다 강금실 노무현정부 법무부 장관(경기도 기후대사), 강민석 문재인 청와대 대변인(경기도청 대변인) 등도 도정에 자리잡았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잠행 끝에 최근 활동을 재개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지난 4월 총선 이후 잠행을 이어오다 최근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나섰다.
김 전 총리는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18 전당대회에서 85%대 득표율로 연임한 데 대해 "이 대표가 90%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는 게 크게 국민적 감동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과거 내가 처음 정치를 시작할 당시 김대중·김영삼 이런 분들이 당을 장악할 때 평균적으로 60∼70%의 지지율로 당대표가 되고, 당내 비주류의 몫을 인정하며 당을 운영했다"고 'DJ 정신'을 강조했다.
최근 복권된 김경수 전 지사는 해외에 체류하며 장외전을 이어가고 있다. 김 전 지사는 복권이 결정되기 전인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 참석차 귀국해 친문·비명계 인사들을 만나 조언과 노선 전략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4·10 총선부터 지도부 전원과 함께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 민주당 정신의 근간을 되새기며 단합을 다졌다. 국회 입성 때부터 범야권의 적통을 강조하는 행보에 돌입한 혁신당은 재보궐선거 지역 가운데 민주당의 '뿌리'로 불리는 호남에서 고강도 일정을 소화 중이다.
혁신당은 이번 재보 선거가 당이 지속가능한 대중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볼 척도로 본다. 호남에서 승리를 끌어내 지역적 기반을 확보한 뒤 이를 토대로 '민주당의 적통'을 계승하는 전국정당으로 커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가 대권을 향해 가며 중도 전략을 쓰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의도 정치 셈법에 그친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며 "누가 진짜 민주 적통성의 성질을 갖고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