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더더 옥죄는 주택 매매·전세 대출, 실수요자 ‘발동동’ [엇박 부동산①]
입력 2024.09.12 07:08
수정 2024.09.12 07:08
DSR 2단계 이달부터…수도권 주담대 5500만원 축소
집값 상승 꺾이지 않을 시 대출 규제 강화 예고
“공급 대책 내놓으면서 주택 마련 기회는 좁히는 정책 엇박자”
“매매 대출 제한될수록 전월세 수요 늘어…전세난 우려도”
지난달 정부는 8.8대책을 마련, 전방위적인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내놨다. 이를 통해 부동산 시장 불안을 제거하겠다는 복안이지만, 그 효과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대규모 주택 물량을 수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시그널을 줌으로써 안정시키려던 집값은 대출 규제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비아파트 임대시장에서는 다주택자 규제를 풀어달라는 임대사업자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정부는 전세사기 이후 쪼그라든 빌라 전세시장 해법을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으로 해법을 찾겠다는 계획이지만, 임대료 상승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크다. 규제에서 지원 위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던 정비사업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의 벽에 막혀 있고, 부동산 규제 완화 분위기 속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일관되지 못한 부동산 정책으로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두되는 문제점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이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됐다. 스트레스 DSR은 DSR 산정 시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스트레스 금리는 과거 5년 중 최고금리와 현재 금리의 차이로 산정되는데 현재 스트레스 금리는 1.5%다.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금리를 한 번에 적용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올해 상반기에 25%, 9월부터는 50%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9월부터 0.75%포인트(p) 가산금리가 추가로 부과됐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수도권의 경우에는 스트레스 금리가 1.25%p 상향 적용된다.
연 평균 소득이 6000만원인 수도권 대출자는 은행권에서 30년 만기 변동금리(대출이자 연 4% 가정)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 한도가 3억6400만원으로 규제 시행 전(4억1900만원)보다 5500만원 가량 축소됐다. 1단계 규제 때(4억원)보다는 3600만원 가량 축소됐다.
같은 조건의 비수도권은 주담대를 3억83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어 규제시행 전보다 3600만원, 1단계 규제 때 대비 1700만원 깎이는 것으로 추산됐다.
향후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및 집값 상승 기조가 꺾이지 않을 시 규제를 더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은행권 40%, 비은행권 50%인 DSR 한도를 축소하거나 내년 7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을 앞당기는 방안 등이 정부의 추가 대출 규제 방안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당장 입주를 앞두고 있거나 전세 후 매매로 이사를 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이 ‘대출 절벽’ 현상으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은행권에서는 벌써부터 DSR 기준보다 엄격한 내부 기준을 세우고 대출을 옥죄고 있어 주택 매매 계약 후 잔금을 치르려는 실수요자들은 계약금을 날리고 계획대로 입주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당초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는 지난 7월 시행 예정이었으나 이달로 시행 시점이 연기됐다. 이에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그 배경으로 오락가락했던 금융당국의 정책이 지적받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국토교통부 등 정부에서는 공급 절벽에 따른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놓는 데 반해,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들의 주택 마련 기회는 좁히는 정책 엇박자에 혼란만 더 가중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달 스트레스 DSR 2단계를 포함한 전방위 대출 규제가 도입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수요 위축에 따른 변동률 둔화 영향이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장의 주거문제가 매매나 전월세를 통해서만 해결되는 만큼 매매시장의 대출규제가 강화될수록 전월세 수요가 상대적으로 늘어나면서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되는 현 시점의 전월세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며 “대출 등 금융 정책에서 디테일한 관리 역량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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