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자식을 구렁텅이에…" '한드' 본 10대女 쇠고랑, 부모도 괴롭힌 북한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입력 2024.09.07 05:59
수정 2024.09.07 05:59

ⓒKBS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10대 소녀들이 체포되고 가족 신상까지 밝혀 공개 비판하는 내용의 영상이 공개됐다.


KBS는 북한 당국이 주민과 군인 교육용으로 제작한 영상을 입수해 공개했다. 해당 영상들은 모두 10여편으로 2시간 넘는 분량이며 대부분 2021년 5월 이후 제작됐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10대로 보이는 여성들이 고개를 숙인 채 맨 앞줄에 줄지어 앉아있다. 마스크를 벗은 한 소녀는 울음을 터트렸다. 화면에는 '김○○ 송신기술고급중학교 학생(16살)'이라는 소녀의 신상이 담긴 자막이 나왔다.


이외에도 여러 명의 소녀가 마이크 앞에서 눈물을 흘렸고 영상에서는 "괴뢰(한국) 텔레비전극(드라마)을 비롯한 불순 출판 선전물을 시청·유포시킨 여러 명의 학생을 법적으로 엄하게 처벌했습니다"라는 나레이션이 흘러나왔다. 10대 여학생들의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당사자 외에도 소녀의 가족이 사는 곳과 아버지·어머니 이름, 어머니의 직업까지 공개한 북한 당국은 "딸자식 하나 바로 교양하지 못해서 범죄의 구렁텅이에 굴러떨어지게 한 자신(모친)이 맡은 학생들에 대한 교육, 교양을 했으면 얼마나 잘했겠습니까?"라고 공개 저격했다.


이 영상들은 대부분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던 2021년 5월 이후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중국과의 교역 중단 이후 경제난이 심화하자 북한 당국이 주민 동요를 막기 위해 통제를 강화하면서 인권 상황이 더욱 악화 됐다는 분석이다.


ⓒKBS

주민 외에도 북한 군인들 사이에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 시청이 보편화된 것을 짐작케 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한 20대 북한군 병사는 "나는 내가 이용하던 손전화기로 미국 영화 15편과 남조선 괴뢰 영화 17편에 괴뢰 노래 160여 곡을 시청했다"고 자백했다.


또 다른 병사의 어머니는 "(아들이) 불순 녹화물을 보다가 단속 체포되었다고 말해줬다. '내가 아들이 아닌 역적을 낳았구나!'하며 또다시 통곡했다"면서 오열했다.


북한 당국은 "사회 손전화기(휴대전화)로 '불순 녹음 녹화물(남한 영상)'을 구입·시청·보관하고 유포시키며, 이 과정에 오염된 '괴뢰(남한) 말투'로 통보문(문자)까지 주고받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군인, 종업원, 가족들에 이르기까지 이 악성 종양과의 투쟁을 자기 생사 문제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영상은 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군사과학교육영화촬영소가 2020년에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20년 12월 남측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고 시청자는 최대 징역 15년에 처하는 내용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는 등 외부 문물 유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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