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정 브리핑은 80점…한동훈 왕따는 0점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4.08.31 03:03
수정 2024.08.31 03:03

韓 얼굴도 안 쳐다보면서 당정 관계 전혀 문제 없다?

자신만만 국정 설명 좋으나 듣는 사람들 ‘근자감’ 의심

尹-대통령실-당내 친윤 왕따로 한동훈 절해고도(絶海孤島)

이재명, 이 틈에 韓 편을 들며 윤한 갈등 즐기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문화일보 주최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2024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인사 뒤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굳이 윤한 갈등 관점에서 보자면, 윤석열의 국정 브리핑은 한동훈에게 보여 주기 위한 것 같았다.


그는 거침이 없었다. 의료-노동-연금 개혁을 포함해 경제, 외교, 사회 등 국정 전반에 걸친 실적과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자신감 넘친 모습을 보였다.


기자들의 질문을 비교적 여과 없이 받은 것도 좋았다. 3개월여 만이다. 이렇게 잘할 것이었다면 한 달에 한 번꼴로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데 왜, 윤한 갈등 관점에서 그의 국정 브리핑이 보이는 것일까? 그는 마치 한동훈을 향해 “이거 봐, 대통령이 이렇게 많은 일을 하며 동분서주하고 있어. 뭐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까불 생각하지 마”라고 일갈하는 듯했다.


타이밍 때문이다. 29일로 예정됐던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을 전격 취소하고 당 연찬회도 불참한 날 브리핑을 했다.


겉으로는 만찬 연기라고 했지만, 그것을 속으로까지 연기로 받아들인 언론 매체는 없다. 추석 후에 실제로 한다고 한들 김빠진 맥주 마시기다.


집권 여당 대표 한동훈이 응급실 붕괴점을 향해 브레이크 풀린 질주를 하는 의료 사태 해결 아이디어로 내놓은 2026년도 의대 증원 유예안에 대해 윤석열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정부 방침에 변화 없다. 증원은 불변이다.”

대통령실의 이 말로 ‘당정 협의’는 끝났다. 아직 붕괴가 안 되어서 그렇지 지금 전국 주요 도시 응급실은 고사(枯死) 직전이다.


김종인의 ‘응급실 뺑뺑이’가 생생한 사례다. 새벽에 집에서 넘어져 이마가 8cm 찢어지는 부상으로 119가 출동, 응급실 22곳에 연락했으나 그를 받아줄 병원이 없었다.


반윤인 그가 윤석열의 실정(失政)을 부각하려고 지어낸 사고 같진 않다. 반창고를 붙이고 방송에 출연해 사고 상황을 말하는 것을 듣고 의사협회 회장 임현택이 호재(好材)로 SNS에 올림으로써 신문에 나게 됐다.


수많은 병원 ‘빽’ 동원이 가능한 김종인을 못 받을 만큼 의사가 부족한 응급실들에서는 응급 전문의들의 사표, 이직, 병가로 개점휴업 상태가 계속 늘고 있다. 전공의들로 운영하다 그들이 없어지니 의사들로 유지하기엔 몇 달이 한계였다.


수술실도 40~50%가 문을 닫았다. 윤석열은 총선 직전 의료 사태 관련 담화에서 2000명 증원 숫자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라며 53분간 장광설을 폈고, 이번에는 전공의 의존도 낮은 응급실 운영 등 의료 개혁을 완수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응급실에는 원래 의사가 부족했다. 수가(酬價) 때문이다. 수가를 올리면서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상급종합병원 구조를 전환, 전문의와 진료 지원(PA) 간호사가 의료 서비스의 중심이 되도록 바꿔나가겠다.”

인제 와서 수가 조금 올린다고 일 쉽고 돈 많이 버는 과를 택하던 의대생들이 응급의학과로 몰리지도 않을 것이지만, 간호사들이 의사 역할을 하는 건 “승무원에게 비행기 조종을 맡기는 격”이라는 의사들의 격한 반발에 부딪힐 게 뻔하다.


그의 브리핑이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의료 시스템 개혁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없는데, 그에겐 너무나 쉬워 보여 불안하기 짝이 없다.


윤석열과 대통령실은 한동훈이 유예 얘기를 했을 때 이 브리핑 원고 작성 및 교정 작업까지 마친 상태였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만만, 일언지하에 거절해 버렸다. 원고 단계에서는 독자들 반응을 듣기 전이므로 천하를 손에 쥔 기분이 된다.


한동훈은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절해고도(絶海孤島)에 서 있는 모습이다. 대통령이 그를 아예 무시하는 쪽으로 얼굴 각도를 틀었다. 최근 한 포럼에서 그를 쳐다보지도 않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한다. 윤한 갈등은 실제로 이렇게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데도 그는 기자들 질문에 “당정 간에 전혀 문제가 없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게 자유민주주의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천연덕스럽다.


임기가 절반 이상 남아 힘 있는 대통령을 따라 성태윤 정책실장 등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그리고 국민의힘 원내대표 추경호 등 친윤 의원들까지 모조리 한동훈 왕따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야당은 또 어떤가? 둘 사이 갈등을 부채질하며 즐기고 있다. 이재명의 한동훈 유예안 편들기가 그 예다.


“의료 붕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에서도 백안시하지 말고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을 고민해달라.”

의료 붕괴를 걱정하는 한동훈의 충정(衷情)을 의심하진 않는다. 무력감 속에서 뭐 한 가지를 해내고 싶은 절박한 사정도 이해되긴 한다.


“새로운 대안이 필요할 만큼 응급실, 수술실 상황이 심각하다.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라는 당국 판단이 맞았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보는 분들도 대단히 많다. 국민 건강이나 생명은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대안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아이디어 제시는 그 방법(총리와 SNS 통한 간접 전달)과 노력(대화, 수고, 지속성 부족) 면에서 상당한 감점을 안게 됐다.


그러나 벌점은 윤석열이 더 크게 받아야만 한다. 브리핑이 80점이라면, 그 자신과 추종자들의 한동훈 왕따 짓은 에누리 없는 0점이다. 그는 한동훈의 김건희 눈높이 발언 이후 그를 적대시하다 의대 증원 유예안을 말하자 만찬을 안 한다고 남(추경호)에게 말했고, 그동안 3연속 참석했던 1박 2일 집권당 연찬회에도 불참했다.


이런 마음 씀씀이 가지고 거야와 의사들 벽을 뚫고 국정을 성공시킬 수는 없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