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위자료도 외면?…슈가, 김희영 이사장에 돌을 던지기 전에 [데스크 칼럼]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입력 2024.08.27 15:37
수정 2024.08.28 17:16

위험수위 '여론법정'…사실 인정하고 사과한 후에도 과도한 비판

김희영, 노소영에 위자료 20억 일시불 입금에도 무조건적 비난

'정의감 중독 사회'…부도덕 단죄 아닌 또 다른 폭력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슈가(민윤기)가 경찰 조사를 위해 23일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로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장면1. "모두 제 잘못입니다."


프랑스 주간지 파리스 매치(Paris Match)는 최근 슈가가 전동 스쿠터를 무책임하게 운전한 걸 사과했고 도시에서 전동 스쿠터 운전의 위험성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자들이 왜 그렇게 집요한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슈가가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후에도 많은 소문의 표적이 됐고 과도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다.


장면2. "노소영 관장님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오랜 세월 어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 아프셨을 자녀분들께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이 지난 26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20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겠다며 돈을 송금하자 온라인에는 순식간에 악성댓글 수 천개가 올라왔다. "돈만 주면 그만인거냐"는 등의 막말이 넘쳐났다.


위험수위 '여론법정'…사실 인정하고 사과한 후에도 과도한 비판


일본 앵거매니지먼트협회 대표 안도 슌스케가 쓴 '정의감 중독 사회'는 최근 슈가에 대한 표적 보도, 김 이사장에 대한 도 넘은 인신공격성 악플을 설명하는 데 적절하다. 이 책에 따르면 매사에 '정의'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정의감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한다.


정의감을 칼처럼 사용하며, 정의라는 미명 아래 증오의 대상을 처단한다는 것이다. 즉, 정의를 내세워 슈가와 김 이사장을 비난함으로써 내면에 쌓인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다.


김희영 이사장ⓒ포도뮤지엄

실제 언젠가부터 우리사회에선 공정과 정의는 타인을 공격하는 무기가 됐다. 여기에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도 더해졌다. 각종 SNS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악플 사건을 들여다보면 공격하는 이들은 언제나 공정과 정의를 내세운다.


그러나 자신이 정의라고 믿는다고 해서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정의인 것은 아니다. 정의는 상당히 불분명한 때가 많고,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는 정의와 타인이 생각하는 정의가 다를 수 있다.


공격 당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기도 하는 그들의 정의감을 보면 진짜 정의는 과연 무엇인지 회의감마저 든다. 특히 슈가와 김 이사장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다고 해서, 이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화를 낼 권리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의와 확증편향 내세운 공격…부도덕 단죄 아닌 또 다른 폭력

최근 김 이사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 20억원을 전액 지급했다고 한다. 위자료 소송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지 닷새 만이다. 이 위자료는 최 회장과 김 이사장이 함께 부담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김 이사장 혼자 전액을 지급했다. 김 이사장 측은 "해당 소송의 피고가 김 이사장이었기 때문에 일단은 단독으로 정리를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양쪽 가족들이 받은 상처를 빨리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급 명령을 빨리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신속한 피해 회복을 바랬던 것이다. 그런데도 "돈만 주면 그만이냐"는 공격을 당했다. '아무것도 안해도, 사과를 해도, 위자료를 줘도 뭐라하니 어쩌라는 것인지'란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올 만 하다.


이쯤되면 책에서 말하는 무슨 일을 하든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면 비난하는 만성적인 정의감 중독이다. 정의를 내세워 누군가를 심판하는 것이 정체성처럼 내면화된 상태다.


물론 슈가와 김 이사장의 태도에 실망하고 배신감을 느끼는 대중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관련자도 아니고 지인도 아닌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이들을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그 주변인들에게까지 욕설을 퍼붓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부도덕에 대한 단죄가 아니라 또 다른 폭력이다. 이들에게 잘못 이상의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것 역시 더 극악한 폭력이다.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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