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신사” 췌장암 투병 끝 별세한 에릭손 감독은 누구?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입력 2024.08.27 09:01
수정 2024.08.27 09:03

‘축구종가’ 잉글랜드 대표팀의 첫 외국인 사령탑

베컴, 오언, 루니 등 지도하며 메이저 대회 3회 연속 8강

췌장암 투병 끝에 별세한 에릭손 감독. ⓒ AP=뉴시스

세계적으로 명망 높은 축구 지도자였던 스벤 예란 에릭손이 세상을 떠났다.


26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에릭손 감독은 이날 아침 자택에서 향년 76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그는 지난 1월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다.


에릭손은 1977년 스웨덴 구단 데게르포르스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2019년 필리핀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날 때까지 40여 년 동안이나 현역 감독으로 활약했다.


그의 지도자 생활에서 가장 빛나는 경력은 바로 ‘축구종가’ 잉글랜드 대표팀을 지휘한 것이다.


에릭손 감독은 지난 2001년 1월 잉글랜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잉글랜드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16강서 탈락하고, 2002 한일 월드컵 예선에서 고전 중이었다.


결국 프로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던 에릭손 감독을 선임했는데 당시에는 상당히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축구종가’로서 자존심이 높았던 잉글랜드가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것은 에릭손이 최초였다.


잉글랜드 출신이 아닌 그를 두고 비판적 여론이 있었지만 에릭손 감독은 당당히 실력으로 6년 동안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었다.


2001년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라이벌 독일과 경기에서 5-1 승리를 이끌며 팬들의 신임을 얻은 에릭손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시작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3회 연속으로 8강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다만 에릭손 감독 시절 잉글랜드는 데이비드 베컴, 마이클 오언, 웨인 루니 등 대표팀 ‘황금세대’가 동시대에 활약했는데 이들의 이름값을 고려하면 메이저대회 8강의 성적은 다소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시절 에릭손 감독과 베컴. ⓒ AP=뉴시스

에릭손 감독은 프로 무대에서도 굵직한 성과를 냈다.


두 번째로 지휘한 클럽인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1981-1982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을 지휘하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어 포르투갈 명문 벤피카를 이끌고 리그 우승 3차례, 유러피언컵 준우승, UEFA컵 준우승을 이뤄냈다.


1984년부터는 이탈리아 세리에A서 AS로마, 삼프도리아, 라치오를 차례로 이끌며 코파 이탈리아 우승 4회, 세리에A 우승 1회, UEFA 컵위너스컵 우승 1회 등의 성과를 냈다.


말년에는 아시아 무대에서 활약했다.


광저우 부리와 상하이 상강을 차례로 지도하며 전북 현대, 수원 삼성 등 K리그 구단을 상대했고,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는 필리핀을 이끌고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던 한국과 조별리그에서 맞대결(한국 1-0 승)을 펼치기도 했다.


에릭손 감독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각지서 추모 물결도 이어지고 있다.


베컴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신은 항상 열정적이고 배려심 깊고 침착한, 진정한 신사였다”며 “그런 모습에 감사드린다. 함께 했던 마지막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적었다.


루니는 자신의 SNS에 “편히 쉬세요. 감독님은 정말 특별하신 분이었다”며 “나를 도와주고 지도했던 모든 기억에 감사한다. 가족과 친지들에게 기도를 보낸다”고 애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을 이끄는 잔니 인판티노 회장은 “에릭손 감독의 사망 소식에 슬프다”며 “그는 위대한 혁신가이자 아름다운 경기의 진정한 대표였다. FIFA를 대표해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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