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훈련 앞서 윤 대통령이 가짜뉴스 대응 강조한 이유
입력 2024.08.25 06:00
수정 2024.08.25 06:29
유럽·중동 전쟁에서 증명된
'가짜뉴스 심리전'의 중요성
"소셜미디어 영향으로 세계 여론
팔레스타인에 유리하게 조성"
한국과 미국이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을 진행 중인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UFS 개시 당일 북한의 가짜뉴스 유포에 대한 대응태세 확립을 가장 먼저 주문했다.
최근 불거진 전쟁에서 사이버전을 비롯해 가짜뉴스를 활용한 심리전의 영향력이 확인된 만큼, 선전·선동에 능한 북한의 관련 활동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을지 및 제36회 국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지역 분쟁에서 보다시피 전쟁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며 "전쟁 양상이 과거와는 달라졌다. 정규전·비정규전·사이버전은 물론, 가짜뉴스를 활용한 여론전과 심리전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연습은 북한의 회색지대 및 군사적 복합도발, 국가 중요시설 타격을 비롯한 다양한 위기 상황을 상정해 이에 대응하는 통합적 절차를 숙달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먼저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 유포, 사이버 공격과 같은 북한의 회색지대 도발에 대한 대응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대판 심리전'으로 평가되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인지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과정에서 그 영향력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스스로 사고·추론하며 인간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을 활용한 '총성 없는 전쟁'이 물리적 전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송태은 국립외교원 국제안보통일연구부 조교수는 '인공지능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모두 현대판 심리전인 인지전을 허위정보를 가려내는 대결로 만들고 있다"며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제작할 수 있는 전장 관련 조작 정보·메시지는 정보의 규모와 유통 속도에 있어 과거 전시 프로파간다 활동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파괴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대국의 정보 분별 능력을 교란시켜 정보 우위를 막고, 소셜미디어로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항전 의지를 꺾는 것은 물론, 평판 훼손까지 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정보가 팔레스타인에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송 교수는 텔레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하마스를 지지하는 가짜계정이나 봇(AI) 계정들의 게시글 작성 속도와 규모, 확산이 이스라엘 지지 계정을 압도하고 있다"며 "세계 여론을 팔레스타인에 유리하게 조성하는 데 성공(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UFS 계기로 사상 처음으로
'전시 허위정보 대응방안' 회의 개최
윤 대통령이 '국내 반국가 세력을 동원한 북한의 여론몰이'를 우려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며 "북한은 개전 초기부터 이들을 동원해 폭력과 여론몰이, 그리고 선전·선동으로 국민적 혼란을 가중하고 국론 분열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윤 대통령이 '극우 세계관에 빠졌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인공지능 등 북한의 사이버 역량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으로 평가되는 만큼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전쟁 양상을 감안해 이번 UFS 기간 중 사상 처음으로 '전시 허위정보 대응방안'과 관련한 유관기관 협조회의를 개최했다.
해당 회의에는 국가정보원·통일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참여했다.
국방부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사례에서 보듯, 전시 허위정보에 대한 적시적 대응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대응 과정에서 유관 부처의 노력을 통합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이번 회의가 추진됐다"고 밝혔다.
전쟁 수행과 연계된 허위정보 확산 시 국민과 국제사회에 신속하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유관 부처 및 기관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 논의하고 협조체계를 발전시켰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