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장 대란, 노인체육의 현실이다
입력 2024.08.25 13:09
수정 2024.08.25 14:19
아직 패럴림픽 개막을 앞두고 있지만 '2024 파리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31개의 메달을 획득, 전 세계에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파리올림픽의 메달 성과는 1988 서울올림픽 다음이고, 2008 베이징올림픽 때와 같은 수준으로 가히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림픽에서의 높은 성적은 전문체육 지원에 대한 결실이며, 새로운 선수자원의 유입과 종목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국가의 스포츠 역량은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균형적 발전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생활체육의 경우, 88 서울올림픽 이후 정부가 ‘호돌이 계획’이라 불리는 국민생활체육 진흥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건립을 지원하는 등 많은 정책적 지원을 통해 급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중앙과 지방정부가 중심이 되어 인프라, 프로그램, 지도자 확대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면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스포츠 참여자의 인구 구조와 수요 변화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섬세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고령화’에 대응한 노인체육의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최근 노인체육의 문제점이 가장 잘 드러난 종목이 파크골프다. 파크골프 동호인 수는 2019년 3만 명에서 2024년 14만 명으로 5년 간 4배나 증가하는 등 전국에 파크골프 붐이 일어났지만, 파크골프장 부족으로 시설 확충에 대한 민원이 줄을 이었다. 빗발치는 지역 민원과 급격한 수요 증가로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파크골프장 조성에 나서기 시작했고 이젠 108홀(충청남도), 180홀(군위군)의 대형 파크골프장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파크골프장이 늘어나는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지만 지나친 시설 조성 경쟁이 자칫 특정 지역의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우려된다.
파크골프 붐과 파크골프장 조성 경쟁은 노인의 여건에 맞는 스포츠 종목과 인프라가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며, 노인의 스포츠 참여 욕구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시사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생활체육조사 결과를 보면, 생활체육 참여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60대로 68.0%, 다음이 50대 66.5%다. 70세 이상도 60.0%로 10대 47.9%, 20대 57.6%보 다 참여율이 높다. 50대 이상이 우리나라 생활체육에 핵심 수요자인 셈인데 이들의 스포츠 참여 행태는 젊은층과 차이가 있다. 20대는 민간 체육시설 이용 비율이 38.2%지만 60대는 11.0%, 70대 이상은 2.8%에 불과하다. 고령층일수록 시설 이용료에 민감하기 때문에 민간보다는 공공체육시설 이용 비율이 높지만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체육시설의 공급 수준은 매우 낮다.
문화체육관광부 공공체육시설 현황분석 연구 자료에 의하면 노인의 참여가 높은 게이트 볼, 파크골프, 그라운드 골프, 우드볼 시설에 대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만명 당 공급 수준을 분석한 결과 총 시설 수는 2196개이고, 인구 만명 당 2.48개가 공급되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수치는 노인체육시설 1개를 약 3900명이 쓴다는 셈이다. 파크골프장의 경우 인구 만명 당 0.24개 공급되어 있는데 파크골프장 1개를 약 42000명이 쓰고 있다는 것으로 얼마나 시설이 부족한지를 보여준다.
지역별 격차도 매우 큰데 세종은 인구 만명 당 0.53개, 강원은 0.45개인데 서울의 경우 0.03개로 전국에서 가장 공급 수준이 낮다. 경기도도 0.06개로 비슷하다. 인구가 가장 많이 밀집된 수도권이 시설 여건은 더 열악하고 이 때문에 수도권의 노인들이 버스를 타고 지방까지 파크골프장 원정을 가고 있다. 스포츠 정책의 목표 중 하나는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이다. 노인의 경우 여가 시간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 시간을 건강하고 즐겁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정책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노인이 시간은 많지만 스포츠나 문화 등 여가활동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여가 활동에 대한 부담을 오롯이 개인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다.
호주 시드니의 경우 노인 대상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였는데 ‘SHARE’ 프로그램은 50세 이상 노인이 저렴한 비용으로 스포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단체에 지도자를 파견해 개인별 맞춤 수업을 제공하는 것이고, ‘Active over 50’은 피트니스 센터, 체육 지도자, 지역사회, 스포츠클럽 등이 협력하여 공인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뉴 사우스웨일즈 주 차원에서도 60세 이상, 1주에 20시간 이하 직업 활동에 참여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시니어 카드를 도입해 스포츠센터 등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한 바 있다. 지금은 파크골프가 대세 중 대세이고, 수요와 공급이 가장 불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시설 공급이 필요한 시기이지만, 모든 노인이 파크골프만을 즐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체육의 문제를 전적으로 공공이 부담할 수는 없다. 호주의 사례와 같이 민간시설을 이용할 때 비용 부담을 줄여 준다면 노인이 보다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민간 스포츠 시장도 활성화 할 수 있기 때문에 공공과 민간이 상생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보다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스포츠강좌이용권 사업을 노인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2009년부터 스포츠 바우처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스포츠강좌이용권과 장애인 스포츠강좌이용권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스포츠강좌이용권은 기초·차상위 유·청소년을 대상으로, 장애인스포츠강좌이용권은 만 5세에서 69세 장애인을 대상으로 스포츠강좌 수강료를 지원해주고 있다. 물론 장애가 있는 노인의 경우 장애인스포츠강좌이용권을 사용할 수 있지만 69세까지로 연령 제한이 있고, 등록장애인 중 65세 이상 인구는 약 143만 명으로 전체 65세 노인 인구의 약 15%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노인이 장애인스포츠강좌이용권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스포츠강좌이용권 사업에 노인을 추가하거나 노인스포츠강좌 이용권을 별도로 만들어 노인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많은 노인들이 민간 스포츠시설까지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고 시장에서도 시니어 특화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져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수 있다.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고령화에 대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노인의 건강한 삶, 그리고 의료비와 같은 사회적 비용 부담을 고려한다면 스포츠정책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노인이 스포츠로 일상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게, 지금이라도 서두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