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3천만원대가 이래도 돼?"… '가성비' 끝판왕, KGM 액티언
입력 2024.08.22 10:00
수정 2024.08.23 13:54
KG모빌리티 액티언 시승기
쿠페형 SUV 선두주자 다운 '세련된 외모'
이 가격에 이런 공간이… 충분한 실용성
주행감 아쉽지만… 가성비는 따라올 자 없어
KG모빌리티가 쌍용자동차 시절을 점점 소비자들의 인식에서 지우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액티언을 통해 존재감 굳히기에 나섰다. 3년 전 토레스가 쌍용차의 마지막 유산과 같은 모델이었다면, 액티언은 KG모빌리티가 처음부터 끝까지 만든 첫번째 차다.
액티언을 통해 KGM이 노리는 것은 '가성비'를 주도하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것. 과연 KGM은 액티언으로 새로운 전략을 증명해낼 수 있을까.
그래서 직접 시승해봤다. 평택에 위치한 카페에서부터 남북대로, 안성대로를 타고 미리내 성지를 찍고 돌아오는 약 60km의 코스를 달려봤다. 시승모델은 액티언 S9 트림 풀옵션으로, 가격은 4143만원이다.
"역대급이다." 액티언을 마주하자마자 처음 든 생각이다. 최고급 트림에 옵션을 모두 때려넣어도 4000만원을 겨우 넘는 차라기엔 심하게 매력적인 외모 때문이다. 쌍용차 시절부터 KG모빌리티로 바뀐 이후까지, 모든 기간을 다 통틀어 이렇게까지의 고급스럽고 세련된 디자인은 처음 보는 듯했다.
액티언은 앞서 3년전 출시 직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토레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토레스와 비슷한 냄새를 풍기면서도 확실히 다르다. 토레스를 기반으로 하더라도, 과거 쿠페형 SUV의 창시자였던 액티언의 이름을 그대로 차용한 만큼,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 힘을 준 듯 했다.
정면을 보더라도 액티언은 토레스와 비슷한 듯 다르다. 토레스가 갖고 있는 헤드램프가 그대로 탑재됐는데, 그럼에도 '토레스 같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양쪽 헤드램프를 잇는 중앙의 LED 주간주행등 때문이다. 이 주간주행등은 건곤감리를 형상화한 패턴이 들어갔는데, 덕분에 강인하고 세련된 느낌을 더해준다.
측면으로 돌아서면 토레스와 확연히 다른 몸매가 드러난다. 쿠페형 SUV인 만큼 루프 라인이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형상을 하고 있는데, 덕분에 더욱 스포티하고 젊은 감성이 짙다.
토레스는 강인하고 우락부락한 이미지에 주력한 모델이었다면, 액티언은 세련된 느낌과 날렵한 이미지가 동시에 드러난다. 덕분에 젊은 여성 운전자들에게도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을 듯 하다.
후면은 토레스와 가장 다르게 생겼다. 토레스에 탑재됐던 트렁크 손잡이가 사라지고, 가로로 길게 쭉 뻗은 리어램프가 적용됐다. 수평을 강조한 덕에 차체가 더욱 볼륨감있고 크게 느껴진다. 바로 아래에는 액티언(ACTYON) 레터링이 자리하는데, 전반적인 디자인과 잘 어울린다.
어느 곳 하나 모할 데 없이 모난 데 없이 잘 빠진 외관에 차를 몰기도 전부터 기대가 앞섰다. 그렇다면 내부는 어떨까.
내부로 들어서니 깔끔하게 정돈된 인테리어가 한눈에 들어왔다. 대단히 훌륭하다거나 럭셔리하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밝은 아이보리톤으로 꾸며진 내부는 토레스 보다 더욱 따뜻하고 세련된 느낌을 낸다.
토레스와 달리 여성 운전자들도 좋아할 만한 외관을 만들어낸 것 처럼, 내부에서도 섬세함이 느껴진다. 대시보드나 도어트림 등에 사이사이 꾸며 넣은 패턴이 그렇다. 만져보면 플라스틱과 같은 소재이긴 하지만, 이 가격에 고급스러운 느낌을 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널찍한 디스플레이와 토레스 대비 2세대로 업그레이드된 인포테인먼트도 칭찬할 만하다. 또 무선 업데이트(OTA)가 가능해져 향후 업데이트된 버전이 나올 경우 그대로 차를 바꾸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제법 기특하다.
다만 세대가 바뀌었다기엔 여전히 디스플레이 속 대부분 기능을 사용하려면 로딩 시간이 다소 소요된다. 또 비상등 버튼을 제외한 공조 버튼 등 필수 기능이 모두 디스플레이 속으로 들어가 운전 중 조작시에는 다소 불편했다.
공간감 역시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신경쓴 티가 역력했다. 액티언의 크기는 현대차·기아의 투싼, 스포티지보다 크고 쏘렌토, 싼타페보다 작은 수준에 속하는데, 육안으로 보기에는 쏘렌토 수준의 넉넉한 공간감이 느껴졌다. 2열 레그룸도 꽤나 넓고, 트렁크 크기도 넉넉하다.
'가성비'를 추구한다는 KG모빌리티의 철학이 잘 드러나는 내외관. 트림이나 옵션을 꽉 채우지 않을 경우 3000만원대 중후반에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꽤나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달리기 실력은 어떨까. 내외관이 하도 뛰어나서일까. 차에 오를땐 기분 좋지만, 운전 중에는 포기해야할 부분들이 다소 눈에 띄었다.
가속페달을 처음 밟으면 부드럽게 나아간다는 느낌보다는, 울컥 하면서도 한박자 느리게 움직인다는 느낌이 강하다. 고속도로와 같은 구간에서는 오히려 명쾌하게 잘 달려냈지만,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구간에서는 차가 섰다가 다시 출발할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역력했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소음이다. 속도를 높이면 뒤에서부터 웅웅대며 엔진소리가 크게 들려오는데, 가슴을 뛰게하는 소리가 아니라 운전을 방해하는 굉음처럼 느껴졌다. 140만원을 추가하면 탑재할 수 있는 '액티브 배기 사운드'라는 옵션이 있는데, 이 옵션이 켜져있었다면 사운드 선택지 중 하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급가속, 급정지 등을 시험하며 달렸음에도 연비는 13.1km/L. 공인 연비가 10.1~11km/L임을 감안하면 훌륭한 수치다. 향후 하이브리드 차가 출시된다면 더욱 뛰어난 상품성을 자랑할 수 있을 듯 하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차값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특히 아이들을 위해 패밀리카로 쏘렌토, 싼타페를 사자니 가격이 비싸고, 스포티지나 투싼을 사자니 아쉬웠던 아빠의 자존심을 지켜줄 모델이 될 듯 하다.
달리기 성능보다도 넉넉한 공간과 쾌적함을 중시한다면 액티언을 시승해볼 것을 강력하게 권한다.
▲타깃
-큰 차는 필요한데 가격이 걱정이었던 당신
-차 살 때 디자인이 중요하다면
▲주의할 점
- 'KGM 차'='가성비 차' 라는 꼬리표가 불편해 질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