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모독죄’ 개정 총선공약 내건 태국 제1당, 끝내 강제 해산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4.08.07 20:30 수정 2024.08.07 20:32

피타 림짜른랏(가운데) 태국 전진당 전 대표가 7일 방콕의 헌법재판소로 들어서고 있다. ⓒ AP/ 연합뉴스

지난해 총선에서 군주제 개혁 요구를 앞세워 돌풍을 일으킨 개혁 성향의 태국 제1당인 전진당(MFP)이 끝내 강제 해산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 헌법재판소는 7일 전진당이 정치법을 위반했다며 정당 해산명령을 내렸다. 피타 림짜른랏 전 전진당 대표 등 당 지도부 11명의 정치 활동도 10년간 금지했다. 헌재는 “전진당이 왕실모독죄를 개정하려고 추진한 것이 입헌군주제를 전복하려는 시도에 해당한다며 만장일치로 해산을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입헌군주제인 태국에서 왕실은 신성시된다. 왕실모독죄(형법 112조)는 왕실 구성원 또는 왕가 업적을 모독하거나 부정적 묘사를 하는 경우 최고 징역 15년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자의적 해석이 가능해 반체제 인사 탄압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비판도 받는 조항이다.


전진당은 앞서 지난해 5월 총선을 앞두고 ‘왕실모독죄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워 젊은 층의 전폭적 지지를 얻어 최다 의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총리 후보였던 피타 전 대표는 보수·왕당파의 반대로 의회에서 과반표를 얻지 못해 이례적으로 집권에는 실패했다.


이후 전진당의 수난은 계속 됐다. 태국 헌재는 올해 1월 전진당의 왕실모독죄 개정 움직임에 대해 “국가 통치시스템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한 달 뒤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보수 진영 청원을 받아들여 헌재에 전진당 해산 심판을 청구하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전진당은 왕실모독죄 개정 추진에 체제 전복 의도는 없었으며, 선관위의 정당 해산 심판 청구에도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맞섰다. 그러나 헌재는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진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 세상에는 파괴할 수도, 파괴될 수도 없는 것이 있다. (당은) 멈추지 않고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당 소속 하원의원 143명 중 상당수는 의석이 없는 군소정당으로 당적을 옮겨 정치 활동을 이어갈 전망이다. 실질적인 당 지도자인 피타 전 대표는 최근 AP와의 인터뷰에서 “(해산이 되더라도) 단지 개인이나 당의 미래 때문만이 아니라,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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