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vs 86세대 파업 특징을 비교해보니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4.08.07 07:07
수정 2024.08.07 07:07

전공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단

부모와 자녀, 이념적·문화적 동질 생각과 사상

학업·직장 쉬는 것에서는 훨씬 너그러운 생각

강한 개인주의적 성향, 권위에 대한 부정적 심리

지난 3월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가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의대 증원 관련 갈등이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격화되고 있다.


그 갈등의 중심에는 1만명 정도의 전공의들이 있다. 따라서 전공의 ‘파업’(파업이라는 표현이 정확한지는 알 수 없으나 달리 표현할 말이 없으니 전통적인 문법대로 일단은 파업이라고 부르기로 하자)의 특징을 살펴보는 것은 의정 갈등의 진로를 살피는데 필수적인 작업이 될 것이다.


이제 전공의 파업을 주로 86세대의 학생운동·노동자 파업과 비교하여 그 특징을 살펴보겠다.


전공의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단이다.


한국장학재단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8구간 학생이 19.4%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80.6%가 국가장학금 대상이 되지 않은 소득 9~10구간의 고소득층 출신이었다는 이야기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부모의 직업 또한 전문직인 경우가 많다. 의사 아들이 의사를 하고 변호사 딸이 변호사를 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또한 고소득 전문직 아버지와 전공의 자녀들은 이념적·문화적으로 동질의 생각과 사상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86세대의 조직적인 운동이었던 86세대 학생운동, 86세대 노동운동은 부모 세대와 이데올로기적으로 갈등하거나 경제적 지원을 거의 얻지 못하지만 현재의 전공의 파업은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벌어지고 있다.


전공의 파업에서 또 다른 결정적인 특징은 그들의 성향이다.


2024년 1~5월 월평균 청년 구직단념자는 12만명에 달했는데 이는 전체의 31.1%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전공의들도 청년층과 동질의 세계관을 갖고 있다고 하면 직업 유지·사직 등에서 전통 세대와는 다른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내려가면 1년 학업이나 직장을 쉬는 것에서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너그러운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25년 6월 모의평가 응시자 47만명 중 8만9000명 정도가 N수생인데 이는 2011년 이후 최고 수치로 18.7%에 해당한다. 이전 세대보다 이들 세대가 N수생 그래서 학업이나 직장을 1년 정도 그냥 쉬는 것에 대해 상대적으로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요약하면 전공의들은 2024년 2월 전공의를 사직했을 때 이를 전통 세대, 86세대 학생·노동자들이 생각했던 것과 같은 직업 상실·실업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긴 인생의 여정에서 1년쯤 쉬어가는 문제 정도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법적으로는 사직한 것이지만 내용상으로 휴학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강한 개인주의적 성향, 권위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유기체처럼 연결된 조직체에 묶여 있기보다는 대의를 함께 하는 거대한 군집에 결속되어 행동을 함께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듯하다. 이런 조직은 목표의 이행과 같은 공격적인 전략이 아니라 이른바 ‘탕핑(躺平, 편하게 드러눕는다)’이라고 불리는 방어적 투쟁에 매우 적합한 특징을 갖고 있다.


그로 인해 특별한 조직 없이도 강한 결속력을 갖지만 정부로서는 그야말로 탄압하고 싶어도 탄압할 대상을 찾지 못하는 복잡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상을 도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싶다.


한국 사회는 그동안 대규모 갈등과 해결 과정을 지켜봤다. 대표적인 것이 86세대 학생과 노동자들의 저항이다. 이들 투쟁은 입장과 입장을 뚜렷이 세운 갑과 을, 내 편과 네 편이 서로 대치하다 한쪽이 승리하면 그다음 국면으로 넘어가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보는 전공의 파업은 이전 시기의 사회적 갈등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상당 기간 버틸 수 없는 여유자금과 여력을 갖고 있고 심지어 지금 자신들의 행동이 ‘사직’이 아니라 1년쯤 ‘휴학’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정부의 공세가 시작되면 자취를 감추는 방식으로 반응한다.


상황이 비관적인 것은 정부 당국이나 주요 여론 분석들이 전공의들을 86세대의 학생·노동자들과 같은 전통 문법에 맞춰 보고 있는 점이다.


날로 악화하고 있는 의정 갈등을 푸는 길은 어쩌면 전공의들의 생각과 습속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글/ 민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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