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민주당에 김대중DNA 완전 소멸됐다"…폭염 속 동교동 뒤흔든 외침
입력 2024.08.05 12:37
수정 2024.08.05 12:43
새미래, 5일 DJ 사저앞 현장책임위
사저 100억 매각 소식에 긴급 소집
전병헌 "민주당, 논평 한 줄 내지 않아
'이재명 아바이 수령'만 남았다" 개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치와 정신을 계승한 정통 야당을 자처하는 새로운미래 지도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 앞으로 긴급 총집결했다. 김 전 대통령의 사저가 민간 사업자에게 전격 매각됐는데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일극체제'가 손놓고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위기 의식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병헌 대표와 이미영 책임위원, 남평오 사무총장, 김양정 수석대변인 등 새로운미래 고위 당직자들은 5일 오전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긴급 현장책임위원회의를 소집했다. 김 전 대통령 사저 전격 매각과 관련해 민주당 이재명 체제와 김홍걸 전 의원을 규탄하고, 현 정권과 서울시의 전향적 조치를 촉구하는 자리였다.
전병헌 새미래 대표는 이날 현장책임위원회의 공개 발언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년, 서거 15주기를 앞둔 시점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며 "김 대통령께서 37년간 머물렀던 이 동교동 사저가 김홍걸 3남에 의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제과업자에게 100억원에 매도됐다는 놀라운 소식"이라고 침통해 했다.
이어 "이런 소식이 전달된지 일주일이 되도록 민주당은 침묵하고 있다. 작은 논평 한 줄 내지 않고 있다"며 "기다리다 기다리다 못해 우리 새로운미래가 나섰다. 우리가 이 역사적 터전을 국민과 당원 동지들과 함께 지켜낼 것"이라는 결의를 다졌다.
동교동 사저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37년간 기거하며 민주화 운동과 정치 활동을 해온 곳으로, 김 전 대통령 계보를 가리키는 '동교동계'라는 명칭도 사저 위치로부터 파생됐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상속 분쟁에 휘말렸다가, 3남 김홍걸 전 의원이 100억원에 전격 매각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DJ 동교동 사저, 100억원에 팔려나가
새미래 전병헌 "6년 옥고, 10년 가택연금
당한 역사현장이 커피 가게 전락할 위기
250만 당원 자랑하는 민주당 뭣하느냐"
이와 관련, 전병헌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이 6년 간의 옥고와 10년 간의 가택연금, 다섯 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긴 터전이자 역사적 현장이 이곳 동교동 가옥"이라며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의 문패, 이런 선구자적 상징물이 커피 가게의 장식물로 전락하게 내버려둘 수 없다. 250만 명의 당원을 자랑한다는 민주당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정조준했다.
이어 "우리 민주당의 첫 번째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께서 37년간 거처했던 이 동교동 사저가 민간업자에게 팔렸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아무런 반응도 조치도, 논평 한 줄도 안 내는 이 민주당이 과연 제정신이냐"라며 "민주당에는 김대중정신과 노무현가치, DNA가 완전히 소멸되고 '이재명 아바이 수령' 1기가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을 뿐"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데, 민주당은 역사를 잊는 것도 모자라 역사를 지우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라는 '이재명 아바이 수령 추대대회'를 도대체 왜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15주기인 2024년 8월 18일로 정한 것이냐"라며 "김대중정신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표증"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전병헌 새미래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7년 대권 도전과 1988년 총선을 치르기 위해 창당했던 평화민주당에 몸담으면서 정치를 시작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서는 김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 간의 이른바 'DJP 연대' 물밑협상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김대중정부 창출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민주야당의 '뿌리깊은 나무'로 불리는 DJ정신 정통 계승자다.
이 때문인지 이날 서울의 체감 온도가 35℃를 넘어서는 폭염 속에서도 전 대표는 동교동 사저 앞의 골목에 서서 20분간의 규탄 발언을 꿋꿋이 이어갔다. 전 대표는 김홍걸 전 의원을 향해서는 사저 매각 백지화를,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을 향해서는 사저의 문화유산 등록을 요구했다.
현 정권과 서울시에 문화유산 지정 요구
김홍걸 향해서는 '매각 백지화' 요청키로
"한국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노벨평화상
수상자 업적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자"
전병헌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에게 간곡하게 호소한다"며 "김대중 대통령의 사저를 국가지정 문화유산으로 등록해서 보존해줄 것을 국민과 당원의 이름으로 엄중하고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당동 박정희 대통령 가옥은 이미 국가지정 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이화동 이승만 대통령 가옥도 '이화장'으로 국가지정 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최규하 대통령의 이웃 서교동 가옥도 국가지정 문화유산"이라며 "왜 대한민국 최고의 대통령이라 평가받는 김대중 대통령의 사저가 빵집 사업자에게 팔아넘겨져 커피 가게로 운영돼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홍걸 전 의원을 향해서는 "잠시의 오판을 거두고 사저 매각을 백지화한 뒤, 국가지정 문화유산으로 등록할 것을 정중하게 요청한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37년간 거처했던 동교동 가옥을 통해 세계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자랑스러운 노벨평화상 대한민국 1호 수상자의 업적을 관람할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들어나가자"고 제안했다.
이날 전 대표의 발언 도중 "옳소!"라고 추임새를 넣거나 박수를 보낸 새미래 핵심 당직자들은 현장책임위원회의가 끝난 뒤, 다함께 구호를 제창했다.
이들은 "민주화유산 역사유산 국민이 지켜내자" "윤석열정부는 김대중사저 문화유산 지정하라" "사저매각 침묵하는 민주당은 각성하라" "김홍걸은 역사유산 상속매각 포기하라" 등의 구호를 함께 외치며 결의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