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구도 역전된 방문진…MBC 경영진 교체 '초읽기'(종합)
입력 2024.07.31 22:19
수정 2024.08.01 09:14
이진숙 취임 첫날, MBC 대주주 방문진 이사 6명 정식 임명
방문진 9명 이사 중 與 성향 과반 확보…안형준 사장 해임안 처리 주목
與 "공영방송 정상화 속도"…野 "이진숙 탄핵 추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이사 6명을 선임하면서 방문진 이사회 구도가 여권에 유리하도록 재편됐다. 이진숙 방통위장이 취임한 지 10시간 만이다. 방문진 이사진 선임 권한은 방통위에 있다.
방통위는 31일 제34차 전체회의를 열고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TV조선시청자위원회 위원, 윤길용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자문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임무영 임무영법률사무소 변호사, 허익범 법무법인 허브 대표 변호사 를 방문진 이사로 임명하기로 의결했다.
방문진 감사는 성보영 쿠무다SV 대표이사가 맡는다. 이번에 방문진 이사로 선임된 6명은 여권 성향 인사다. 방문진 이사는 모두 9명이다. 현재 방문진 이사진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돼 친야 성향이 우세한 상황이다. 선임된 이사 6명은 검증 절차를 거쳐 이번 주 내 정식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건전한 사회적 공론장이 돼야 할 공영방송이 우리 삶의 필수요소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영방송이 공정보도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이사회를 조속히 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방문진 이사가 관례에 따라 여(6명)·야(3명) 추천 인사로 바뀌면 이사진 다수가 친여 성향이 돼 MBC 사장 등 경영진 교체가 가능하다. 방송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2월 선임된 안형준 현 MBC 사장(2026년 2월 임기) 해임과 신임 사장 선임도 곧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여당일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유의선 방문진 이사를 압박해 물러나게 했고 김장겸 당시 MBC 사장을 해임하는 등 정권 교체에 발맞춰 공영 방송을 개편한 전례도 있다.
방문진 규정에 따라 재직 이사 가운데 과반수가 찬성하면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반발과 추가 갈등도 예상된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다음달 1일 본회의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을 상정하겠다고 예고했다. 만일 민주당이 1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보고한다면 이후 ‘24시간 이후~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하므로, 7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오는 3일까지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하지만 탄핵 표결 전 자진 사퇴했던 전임 위원장들과 달리, 이 위원장은 사퇴하지 않을 거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탄핵과 자진사퇴를 반복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헌법재판소 판단을 바탕으로 역공을 노리겠다는 여권의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선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은 야당이 탄핵안을 추진하면 상정 직전 사퇴한 바 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장인 이상휘 의원은 "직무정지는 처음부터 예상한 것이고 자진 사퇴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할 일을 한 거고 걸릴 게 없지 않은가, 헌재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BS 이사로는 권순범 현 이사,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 서기석 KBS 이사장, 이건 여성신문사 부사장, 이인철 이인철법률사무소 변호사,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황성욱 전 방심위 5기 상임위원 등 7명이 이름을 올렸다. KBS 이사는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날 KBS와 방문진 모두 여권 추천 이사에 대해서만 의결이 이뤄졌다. 방통위는 "나머지 이사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야권에서 후임을 추천하지 않으면 기존 이사들의 임기가 연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