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전셋값…임대차 2법 폐지되나

대통령실이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등 이른바 '임대차 2법'의 폐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갱신청구권은 2년이었던 기존 임대차 기간을 사실상 4년(2+2년)으로 연장하는 제도다. 전월세상한제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재계약 할 경우 임대료 상승폭을 직전 계약의 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 정책들을 도입했지만, 부동산 전문가와 업계에서는 오히려 전셋값을 끌어올리며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1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계약갱신권이 만료되는 아파트 전·월세 물량은 전국에 걸쳐 1만3169가구로 추산됐다. 올해 말까지 확대하면 총 6만4309가구의 계약갱신권이 만료될 전망이다.

이처럼 임대차 2법이 4년 만기를 맞으면서 가뜩이나 상승세에 있는 전셋값이 더욱 치솟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7월 넷째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5% 뛰며 직전 주 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이 상승률은 2021년 12월 둘째 주(0.06%) 이후 주간 기준으론 가장 높은 상승률인데다 62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KB부동산의 월간 평균 전세가격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억437만원으로 임대차 2법 시행 전인 2020년 6월 대비 1억1289만원(2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달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 역시 평균 5억2667만원으로, 전월(5억2333만원) 대비 334만원 올랐다. 중위가격은 아파트값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 가격을 말한다. 저가 아파트와 고가 아파트의 변동 폭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평균 가격보다 시세를 판단하는 데 더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임대차 2법 만기가 오는 물량이 꾸준히 나오고 9월 이사철까지 있음을 감안하면 이는 전세가격 상승압력으로 작용해 매매 시장까지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도 전주보다 0.30% 상승하며, 2018년 9월 둘째 주 이후 5년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서울 대부분의 지역이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을 보임에 따라 개별 자치구의 전셋값 변동률 또한 3주 연속 하락지역이 전무했다”며 “장마와 휴가철 비수기에 접어들었지만, 가을 이사철의 전초라 할 수 있는 여름방학 이사 수요 등이 학군지와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수요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전셋값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임대차 2법 폐지가 결정난다 해도 입법 사항인 만큼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회 통과가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차 2법으로 인해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4년 치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면서 전셋값을 상승시키고 있다”면서도 “이미 만기가 도래한 매물들이 나오고 있고 바로 폐지가 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전세시장 안정화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