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현대차 압도한 13.2% 이익률…'비싸게 팔아 많이 남겼다'(종합)
입력 2024.07.26 18:13
수정 2024.07.26 18:13
9.5%에 그친 현대차 압도하는 이익률 기록
볼륨 확대 위한 무리한 판촉보다는 수익성 위주 판매전략
기아가 2분기 사상 최대인 13.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수치이자, 형제 회사인 현대자동차의 9.5%를 월등히 앞서는 기록이다.
내수를 비롯한 글로벌 판매량이 감소한 가운데서도 판촉을 위한 인센티브(딜러 수익 및 할인의 바탕이 되는 비용)를 늘리지 않고 높은 가격을 유지한 결과로 풀이된다. SUV 중심 판매믹스 효과와 전동화 및 디지털화에 따른 가격 상승분의 시장 수용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기아는 26일 실적 컨퍼런스콜을 열고 2분기 79만5183대 판매, 매출액 27조5679억원, 영업이익 3조6437억원, 경상이익 4조400억원, 당기순이익 2조956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판매는 1.6% 줄었으나 매출은 5.0%, 영업이익은 7.1% 각각 증가했다. 경상이익은 9.7%, 당기순이익은 5.0% 늘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연초 320만대 도매 판매와 이익률 11.9%, 영업이익 12조원을 올해 사업계획으로 제시했는데, 상반기 판매량은 계획 대비 9000여대 정도 부족했다”면서 주 요인으로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과, 인도 시장에서의 일시적 판매 감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등을 꼽았다.
주 부사장은 “중국에서는 비정상적으로 격화된 전기차 중심 및 로컬업체 중심의 시장 분위기가 형성돼 있고 우리의 운영 전략은 내수는 판매량보다는 내실을 기하고, 대신 중국공장의 생산물량을 중국 외 시장에 공급하는 기조”라겸서 “(중국) 내수에 있어서는 격화된 시장 상황에 편승해 무리하게 인센티브 등을 높일 필요가 없다.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결과가 효율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공장이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하면서 수익에서 유동성이 발생해 2분기부터는 중국 공장 전체 총합 기준으로는 수익성이 BEP(손익분기점)를 넘어가는 상황”이라며 “이 상황이 유지되면 추가적인 증자가 필요한, 비용을 갉아먹는 체제가 아닌 자체 운영, 자립이 가능한 체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 시장에 대해서는 “제한된 3개 차종으로 운영하다 보니 일부 차종이 노후화가 됐는데, 그걸 극복하고자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면서 “특별한 트림 사양을 개발해서 판매량을 늘리는 노력을 하되, 지금은 딜러 채널을 강화하고 신차 준비 준비에 박차를 가하며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캐즘과 관련해서는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차종과 경쟁력 있는 가격을 앞세워 선도적 입지를 강화하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전기차 캐즘에 따른 수요 감소를 만회하려고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고, 시장 내에서 할 수 있는 부분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 부사장은 “전기차 감소분을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로 메우는 방식으로 내수와 북미는 어느 정도 채워졌다”면서 “유럽의 경우 중대형보다 소형 수요가 큰 상황이라 오토랜드 광명의 전기차 전환 및 리오 단산 등으로 차질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생산 측면에서도 무리하게 EV 생산체제 전환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주 부사장은 “전기차 전용 브랜드와 달리 우리는 혼류 생산하는 브랜드”라면서 “전기차 수요가 줄어드는 상태에서 하이브리드로 대체하고 있는데, 우린 강력한 하이브리드 차종이라는 무기가 있고, 12~13%의 수익성을 보장해주는 하이브리드가 있는 상황에서 굳이 EV로 무리하게 대체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물량 감소 요인들이 있었지만 인센티브 확대 등 무리한 판촉에 나서지 않고 제값 받기 기조를 유지한 게 높은 이익률의 배경이었다는 설명이다.
주 부사장은 “인센티브가 지난해보다 소폭 올라가긴 했지만 상반기 사업계획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가고 있고, 이는 고수익 구조를 계속 가져갈 수 있는 핵심 요소”라면서 “미국 시장의 경우 기아가 인센티브를 가장 적게 쓰는 브랜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인센티브 외에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재료비 인하도 수익 확대의 배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주 부사장은 “일부 원자재는 가격이 오르고 귀금속이나 전기차에 들어가는 원자재는 내려가는 현상이 있으나, 사업계획 반영할 만큼 인상 요인이 아니었다”면서 “재료비도 일정부분 도움이 됐고, 환율도 상반기 사업계획 초과의 한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하반기 실적과 관련해서는 “판매 권역별 전기차 캐즘 현상은 상반기와 비슷할 것”이라며 “수익성이 사업계획(영업이익률 11.9%)을 초과하는 추세는 변함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재료비와 인건비 상승이 하반기 수익성에 일부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주 부사장은 “재료비에서 오는 효과가 상반기 대비 하반기에 조금 줄어들 수 있고, (노조와) 임단협에 따른 인건비 상승분, 금리 인하에 연동된 환율 절상 등도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상반기의 (수익성)상승세는 하반기에도 이어가겠지만 그 정도는 상반기보다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판매믹스 개선 효과도 계속될 것으로 기아는 내다봤다. 정성국 기아 IR담당 상무는 “믹스 개선은 SUV뿐 아니라 여러 측면이 있는데, 제품 믹스 개선도 있고, 지역 믹스, 바디 타입 믹스 개선 등이 있다”면서 “이런 부분 지속 개선됐고, 차종이나 트림 믹스 개선 이끌고 있는 것이 전동화와 디지털화다. 소비자들이 (그로 인해 인상된 가격의) 지불의사나 선호가 지속되고 있어서 장기적으로 믹스 개선에 대한 방향성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