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속도 조절' 돌입하나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4.07.26 05:00
수정 2024.07.26 05:00

野, 특검법 재처리 부결…한동훈案도 검토

韓, 당정관계 의식해 야당案 반대 언급만

친한계에서도 "논의 실익 없어" 숨고르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안)'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첫 정치력 시험대가 됐다. 야당 주도의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한 대표가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 추진에 나설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 대표가 줄곧 강조해 온 '국민 눈높이'에 따라 채상병 특검법을 적극 추진할 경우 당정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채상병 특검법은 이날 본회의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표결 결과는 본회의 출석 의원 299명 중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1표다. 표결 결과에 따라 국민의힘에서 나온 실질적인 이탈표는 '3표'로 분석된다.


찬성 6표가 더 나왔다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가결되는 파국을 맞이하고, '한동훈호(號)'도 시작부터 위기에 처할 뻔했다. 국민의힘은 앞서 의원총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당론으로 못박은 바 있는데, 한 대표도 이 자리에서 야당이 추진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선수가 심판 고르는 법이고 사법리스템을 파괴하는 무소불위의 법"이라고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는 또 이날 처음으로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얄팍한 기대가 착각이라는 것을 우리가 하나로 뭉쳐 보여드리겠다"며 "국민의힘이 잘못된 법률이 통과돼서 국민들이 피해 보는 것을 단호히 막아내겠다. 내가 앞장서겠다. 원내와 원외 모두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 대표가 여러 차례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는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어, 향후 기조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한 대표가 제안한 채상병 특검법은 여야가 아닌 대법원장 등의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해 해당 의혹의 진상을 밝히자는 내용이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채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당사자가 윤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며, 새롭고 더 강력한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야당은 한 대표 안(案)으로 여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겠다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채상병 특검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으려면 국민의힘의 이탈표가 필수적인데, 국민의힘 일각에선 제3자 추천안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채상병 특검법에 애초부터 찬성 입장을 밝혀왔던 안철수 의원 등이 그렇다. 안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여기서 끝나지 않고 또 특검안이 올라올 것"이라며 "한 대표가 전당대회 때 취임 연설에서 밝혔듯이 중립적인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것에 여야가 합의하고 통과되기를 바란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방송법 거부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당내에 채상병 특검법 자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한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대표가 제3자 추천안을 밀어붙인다면, 여권 내 분열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채상병 특검법 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의 제3자 추천안에 대해 "부결시키는 데 당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다른 안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채상병 특검법은 뭐가 됐든 대통령 탄핵몰이용 특검 아니냐"라며 "어떤 안이든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와 동반 선출된 지도부 내에서도 "원내의 일이기 때문에 당대표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는 비판까지 나온 바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한 대표가 제3자 추천안을 진행시키려면 당내 의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무조건 필요하다"라고 했다.


한 대표가 이날 제3자 추천안에 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은 것은 이러한 당내 분위기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야당이 주도한 채상병 특검법을 부결시키는 게 최우선의 목표이고, 향후 야당의 재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친한(친한동훈)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되면) 우리가 나서서 제3자 특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실익이 없다. 조금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한 바 있다.


장 최고위원은 또 "(한 대표는) 민주당의 특검은 공정성과 중립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제3자가 하는 특검이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대안을 제시한 것이지, 채상병 사건에 특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