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야심작 ‘무탄소에너지’, 정작 국제사회는 무관심 [위기의 자원순환②]
입력 2024.07.18 07:00
수정 2024.07.18 07:00
정부, RE100 대신 CFE 제안
원전 등 포함해 한국에 유리
재생에너지 비중 높은 주요국 시큰둥
선진국 ‘얼라이언스’ 참여 확대가 관건
정부가 밀고 있는 ‘무탄소에너지(CFE) 얼라이언스(연합)’가 국제사회 호응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 CFE는 다른 선진국 대비 사용률이 낮은 국내 ‘(신)재생에너지 사용(RE100)’을 대신하기 위한 개념인데, 적어도 지금까지는 주요국들의 관심 밖에 밀려나 있다.
CFE는 태양광과 수력, 풍력 등 자연에서 동력을 얻는 재생에너지와 달리 원자력발전과 수소에너지를 포함한다. 나아가 탄소포집·활용·저장(CCUS)도 CFE로 인정한다.
CFE 시작은 ‘구글’과 유엔(UN)이다. 정확히는 ‘24/7 CFE’다. ‘24’와 ‘7’은 각각 24시간과 일주일을 뜻한다. 모든 전력을 무탄소에너지로 대체하는 개념이다. 구글과 유엔은 2021년 9월 정책 설계 및 전력 조달, 공급 등 전반적 전력 체계를 혁신해 탈탄소화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 정부는 확장한 개념의 CEF를 내걸었다. 구글과 UN이 제안한 CFE는 전력만 탄소 배출이 없는 청정에너지로 조달하면 된다는 개념이다. 한국은 여기에 반도체, 철강 등 제조업 생산 공정의 무탄소를 포함해 ‘산업의 무탄소’를 지향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국제사회에 CFE 연합을 제안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무탄소에너지의 국제 확산과 선진국-개도국 간 기후 격차 해소를 위한 국제 플랫폼으로 ‘CF 연합’을 결성하겠다”며 “국제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민간의 기술혁신과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UN 총회 발언 이후 정부는 국제 연합 구성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CF 연합’을 공식 출범시켰다. 회장은 이회성 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의장이 맡았다.
지난 5월에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청정에너지장관회의에서 ‘CFE 이니셔티브 글로벌 작업반’ 발족을 제안했다.
정부가 본격적인 연합 운영을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CFE 연합에 참가한 국가는 많지 않다. 현재는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정도다. 정부는 올해까지 일본과 미국, 호주, 이탈리아 등을 합류시킨다는 계획이다.
세계 주요국들이 CFE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는 RE100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EU) 경우 이미 RE100 정책이 궤도에 오른 상태다 보니 CFE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다.
한참 뒤처진 한국 재생에너지 비율
2021년 기준 EU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평균 22% 정도다. EU는 지난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42.5%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목표인 32%보다 3분의 1이나 늘린 수치다. 실제 사용량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운 목표다.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신재생에너지보급실적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율은 2021년 기준 2.1% 정도다. 일본(7.1%)과 비교해도 한참 낮은 수치다. 참고로 한국의 재생에너지 개념은 국제 기준의 재생에너지로 분류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 EU 기준으로 할 경우 그 수치는 더 낮아질 수 있다
발전 비중으로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1년 발표한 ‘2020년 국가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양수발전 제외)’을 보면 노르웨이 98.6%, 덴마크 81.6%, 캐나다 67.9%, 스웨덴 67.5%, 미국 19.7%, 일본 19%다. 우리나라는 5.8%로 OECD 37개 국가 중 37위로 최하위다.
EU가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늘리는 원천은 불안감이다. EU가 다른 주요국보다 재생에너지 사용에서 앞서는 이유는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으로 인한 수급 불안정 상황 때문이다. 기존 에너지의 불안정성이 역설적으로 재생에너지 활성화 원천이 된 것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기간 겪은 천연가스 공급 불안도 한몫했다.
EU와 달리 한국이 재생에너지 사용이 낮은 데는 지리·지형적 이유가 존재한다. 국토 자체가 좁은 데다 산지가 많은 탓에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에 한계가 있다.
태양광 발전만 보더라도 한국의 ‘정격용량 대비 이용률’은 하루 3.6시간(15%)에 그친다. 이탈리아 20.1%, 프랑스 20%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난다.
풍력 역시 한국의 풍속은 초당 6.2m 수준인데, 독일은 초당 7.6m 정도다. 유럽에 비해 자연조건이 열악하다. 여러 규제로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할 용지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RE100을 하기엔 지리·지형적 제한이 있고, CFE는 아직 주요 국가들의 관심 밖이다 보니 산업계에서는 에너지 탈탄소 정책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현재 정부는 내달 4∼6일 부산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공동으로 CFE를 주제로 기후산업국제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기회로 CFE 이니셔티브 확산을 추진하고 특히 일본과 ‘한·일 CFE 실무협의회’를 통해 향후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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