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피플라운지] “와인도, 프렌치도 제대로 알아야 즐길 수 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4.07.16 07:01
수정 2024.07.16 07:01

동굴 컨셉의 분위기와 정통 프렌치의 시너지

맛보다 향에 집중...와인과의 페어링에 중점

장한이 사브 서울 수석셰프.ⓒ아영FBC

“프렌치(프랑스 요리)는 대중적으로 접하기 쉽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프렌치와 와인은 지적 허영의 정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입니다. 잘 모르는 점은 담당 서버나 셰프에게 적극적으로 물어보세요. 그게 프렌치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입니다.”


국내에서 정통 프렌치 셰프로 정평이 난 장한이 셰프가 사브 서울로 옮긴 것은 아직 1년이 채 안 됐다. 하지만 그의 명성과 사브 서울에 대한 입소문이 시너지를 내면서 하루에만 150접시 이상의 음식이 제공될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해외 유학 코스를 밟는 보통의 셰프와 달리 장 셰프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프랑스 요리학교에 입학해 셰프의 길을 걷고 있다.


어릴 적부터 취미로 시작한 요리는 10년이 훌쩍 넘을 정도로 오래됐지만 정식 교육기관에서 배운 기간은 남들 보다 짧다.


하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요리학교인 에꼴 뒤카스에서 수학하고 현지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동안 잠을 줄이면서 보낸 시간은 남들의 시간 보다 훨씬 농밀하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유럽 와이너리의 꺄브(Cave/와이너리의 지하 저장고)를 연상시키는 사브 서울은 와인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곳이다.


와인수입업체 아영FBC가 운영하는 곳으로 다양한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의 프랑스 음식과 즐길 수 있다.


특히 건물 1층에 아영FBC가 운영하는 와인나라에서 와인을 구입해 마실 수 있다 보니 분위기는 물론 가성비가 좋은 레스토랑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주로 어릴 적 추억과 기억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그래서 유행하는 식재료 보다는 저만의 추억이 있는 식재료를 많이 쓰는 편입니다.”


그는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전국을 여행하며 각 지역의 맛집을 두루 다녔던 게 큰 자양분이 됐다고 말한다. 어느 지역을 말할 때 지역명 보다는 현지에서 맛있게 먹었던 식당이 먼저 떠오르는 식이다.


사브 서울로 옮기기 전까지 프랑스 식재료와 조리법을 고집하던 그가 고집을 꺾고 한국 식재료인 참외나 미더덕을 사용하게 된 계기도 그렇게 탄생했다.


장 셰프는 “한국에도 다양한 식재료가 있지만 프렌치를 생각하면 메인 재료를 사용할 만한 재료가 많지는 않다”면서 “부재료를 메인으로 승화시킬 만한 조리법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아귀 쁘왈레, 뿔레호띠, 모네의 정원, 쌍 자끄.ⓒ아영FBC

사브 서울의 대표 주종이 와인인 만큼 와인에 어울리는 메뉴를 개발하는 것도 그의 주된 역할이다.


“음식 맛의 강렬함보다는 향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한 접시당 맛은 3~4가지로 줄이고 향을 최소 8가지에서 최대 20가지까지 넣기도 합니다. 맛보다 향이 많기 때문에 와인과 매칭할 때 더 잘 어울릴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음식에 대한 간이나 산미가 강하면 와인의 맛을 덮어버리기 때문에 와인과의 페어링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정통 프렌치에 대한 자존심이 강한 셰프 입장에서 음식 보다 와인을 우선시한다는 점이 새롭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프랑스 정통 조리법에 대해서 만은 철학이 확고하다. 대중들에게 좀 더 익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지만 조리법 만은 프랑스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그는 프렌치가 대중적으로 쉽게 즐기기는 어려운 음식이라고 평가했다. 셰프가 의도한 바나 재료 간의 조화, 와인과의 페어링 등 아는 만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더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음식에 비해 고가인 프렌치나 와인 모두 저마다의 사연이 있습니다. 배경 지식이 있는 만큼 제대로 즐길 수 있죠. 잘 모르겠으면 담당 서버나 셰프에게 당당하게 설명을 해달라고 요청하세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해외에서는 레스토랑에서 조리법이나 음식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일이 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주방이 바쁜 와중에도 고객의 요청이 있을 때 기쁜 마음으로 나간다는 그는 고객들과의 대화를 통해 개선점을 찾고 적용해 요리의 완성도를 많이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장 셰프는 “고객들이 제대로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한다”며 “부끄러워서 묻지 못하고 입에만 넣으면 정성을 다해 음식을 준비하는 셰프에게도 의미가 없는 일이다. 고객들이 사브 서울에 기쁜 마음으로 왔다가 더 기분 좋게 나가게 해드리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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