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파견 외국인 근로자에 직접 업무지시 내렸다면 파견법 위반" [법조계에 물어보니 439]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4.06.27 05:06
수정 2024.06.27 10:55

아리셀에 인력 파견 업체, '불법 파견' 인정…"아리셀서 모든 인력 관리하고 직접 업무 지시"

법조계 "도급계약 통한 정당 파견으로 볼 여지 적어…현장대리인 없이 인력 파견한 듯"

"양측 모두 파견법 위반 혐의 처벌 가능…3년 이하 징역·3000만원 이하 벌금"

"아리셀, 파견 노동자와 종속관계 있고 임금 지급했다면…중대재해처벌법 책임까지 져야"

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 공장에서 불이 나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연합뉴스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당시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법 파견됐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현행 파견법상 파견이 불가능한 업종이지만 아리셀 측이 직접 노동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파견업체 측 주장대로라면 아리셀이 파견 직원들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린 것인 만큼 파견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아리셀이 외국인 노동자와 종속관계에 있고 이들의 임금을 지급했다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책임까지도 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2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아리셀 박순관 대표 등 회사 측은 25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불법파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 모두 '도급 인력'으로 하도급 업체가 업무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아리셀 측이 이러한 답변을 내놓은 것은 '불법파견'이라는 의혹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행 파견법상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는 파견이 가능한 업종이 아니다. 따라서 원청 업체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업무를 지시할 수 없다.


즉, 파견과 도급을 나누는 핵심인 '업무 지시'를 내리지 않았으므로 명백한 파견이라는 게 아리셀의 주장이다. 그러나 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한 인력파견 업체 메이셀 측 입장은 다르다. 이들은 불법파견이 맞는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이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간 자신들이 보낸 인력을 아리셀에서 모두 관리하고 작업 지시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근로자들에게 근무지로 향하는 통근버스 사진만 문자로 보내줄 뿐이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메이셀 측은 그동안 아리셀과 주고받은 연락 내역 등 불법 파견 정황을 담은 증거를 경찰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소방청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이 25일 공개한 경기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의 화재 진행 상황이 담긴 내부 CCTV 화면. 24일 10시30분40초께 직원들이 초기 소화 중 배터리가 다수 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 "합법적으로 직원을 파견한 것이라면 원청은 직원들에게 직접적으로 업무지시를 내릴 수 없다. 원청은 중간책을 통해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려야 한다"며 "그러나 메이셀 측의 주장대로라면 아리셀은 파견 직원들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명백한 불법파견으로 파견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중요한 건 인명피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어느 쪽이 책임을 지느냐 문제다"라며 "두 기업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불법파견 여부를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노동법 전문 손익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메이셀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불법파견으로 보여진다. 이에 따라 아리셀과 메이셀 양측 모두 파견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현행법에 따르면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모두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불법파견 여부는 고용노동부 조사를 통해 빠른 시일 내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조업체가 업무도급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최소한 현장대리인도 같이 보내고, 그 대리인을 통해 업무지시가 내려진다고 주장하는 게 일반적이다"라며 "그러나 아리셀 사태의 경우 현장 대리인도 없이 인력만 파견한 것으로 보인다. 도급계약을 통한 정당한 파견으로 볼 여지는 매우 적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판사 출신 문유진 변호사(판심 법무법인)는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한 회사, 즉 사용사업주 입장에서는 파견업체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소개받는 경우가 많다. 사용사업주가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경우 추후 큰 책임문제를 안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를 회피하기 위해 파견사업주와의 고용계약을 형식적으로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가 아리셀과 종속관계에 있고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했다면 아리셀이 중대재해처벌법 제10조 양벌규정에 의한 책임(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 등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모두 지는 게 맞다"며 "이 부분은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의 근로계약의 성격 여부를 법리적으로 살펴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라고 덧붙였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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