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죽기 딱 좋은’ 공약 던졌다
입력 2024.06.24 07:07
수정 2024.06.24 09:08
민주당도 반대하면 속셈 드러날 외통수...
尹心 3인의 홍위병 협공 부른 채 특검 승부 카드
쉬운 득표 대신 민심 따르는 어렵고 위험한 길
윤석열의 살길, 끝까지 중립 유지하는 것
‘죽기 딱 좋은’ 자리에 도전하는 한동훈이 ‘죽기 딱 좋은’ 채 상병 특검 승부수를 던졌다.
쉬운 득표 길 대신 하나를 잃고 둘을 얻으려는, 어렵고 위험한 도박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의 출마를 잔뜩 경계하는 대통령 윤석열과 대통령실에 미사일 한 발을 쏘아 올렸다.
이 공약은 민주당도 흔들게 될 것이다. 대통령실, 3인 주자, 민주당이 모두 한 방 먹게 된 절묘한 카드다. 민주당 입맛에 맞는 특별검사 대신 대법원장 지명 특검을 민주당이 반대한다면 그들 속이 빤히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한동훈 여론조사 지지율 50~60%를 당원 투표 반영률 80%에 단순 대입하면 40~48%다. 강성 당원들 이탈로 이 수치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20%를 반영하는 일반 국민들 지지는 약간 오를 수도 있다. 역선택 등에 의해 한동훈에 과히 호의적이지 않던 당외 표심이 조금이나마 그에게로 옮겨 올 것이기 때문이다.
한동훈 지지 당원들은 절대다수가 尹에 실망하고 韓으로 지지를 바꾸고 있는 경우다. 이들은 윤석열에 대한 지지와 기대를 완전히 접은 건 아니다.
윤석열의 고집불통과 대인배인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소인배라는, 특히 한동훈에 대한 그의 감정 표출에 “저 사람이 보기와 달리 왜 저러나?” 하며 혀를 차고 있을 뿐이다. 그 허탈해진 마음을 韓으로 채우고 있다.
한동훈은 이런 팬들의 성원에 당 대표 출마로 답했다. 물론 본인 욕심과 야망이 더 컸을 것이다. 그러나 권력은 의지가 있는 사람이 획득하게 된다는 건 만고의 진리요 상식이다.
가만히 누워서 감이 입속으로 떨어지기를 바라거나 해외로 나가 공부하는 척하며 때를 기다리라고 하는 건 삼국지 소설 같은, 공허한 조언에 불과하다. 사실은 조언이 아니고 안 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거나 근엄 떠는 양비론이다.
“고심 끝에, 오랫동안 정치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바꿨다. 지금 시기 국민의힘 당 대표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죽기 딱 좋은, 위험하기만 한 자리라고들 한다. 그러나 용기 내어 헌신하기로 결심했고, 결심했으니 주저하지 않겠다.”
그는 이날도 총선 패배의 책임이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고 했다. 윤석열 책임론(여론은 대략 70~80%)은 전혀 입 밖에 내지 않는다. 적절한 태도다.
책임이 제일 크다는 사람이 왜 선거 끝나고 석 달도 안 돼 물러난 자리를 또 차지하겠다고 나온다는 것인가? 한동훈은 이 답을 위해 채상병 특검보다 더 고심했을 것이다.
필자가 그를 신선하게 보는 건 이런 어려운 질문에 대한 정공법 자세다. 여의도식 말 돌리기가 아니다. 당 대표가 다시 돼 ‘보수 정당을 재건하고, 건강하고 수평적인 당정 관계를 이루는’ 일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 내내 진심을 다해 외친, 민심에 반응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국민의힘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으로 진짜 책임을 다하려 한다.”
조용히 있다가 채찍을 맞고 갑자기 달리는 듯한 말 모양새의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3인의 경선 출마가 尹心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천하가 다 안다. 윤석열의 마음 씀이 이렇게 백일하에 드러나 있다.
그는 그래도 바뀌지 않는다. 정치하고는 담을 쌓은 것 같다. 정무 감각 같은 건 개나 줘 버리고 내 생각이 절대로 옳으니 전부 나를 따르라는 태도다.
한동훈이 이런 대통령에게 부인 특검은 일단 반대하면서(그래도 특별감찰관과 제2부속실 문제는 3인과 달리 소신 있게 얘기했다) 제3자(대법원장) 추천에 의한 채 상병 특검을 여당이 발의하도록 하겠다고 하자 3인이 벌떼처럼 ‘윤심으로’ 대적했다.
“우선 공수처에서 수사를 철저히 하고 그 결과에 미진함이 있다면 그때 가서 특검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게 현재 여당 입장이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에 각 1표의 의결권이 있다. 절대다수가 (특검을) 반대한다.” (원희룡)
“민주당의 특검은 진실 규명용이 아니다. 정권 붕괴용이다. 특검 수용론, 순진한 발상이고 위험한 균열이다.” (나경원)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짓밟고 내부 전선을 흐트러뜨리는 교란이자 자충수다.” (윤상현)
채상병 사건은 대통령이 불의의 사고 책임을 사단장에게 물으면 안 된다는 군 통수권자의 통치 행위로서 여러 번의 전화로 개입한 게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의 실체다. 약 70%(국힘-보수층도 45% 안팎) 특검 찬성 민심 역시 있는 그대로 밝혀내고 이제 그만 끝내자는 것이다.
특검이 중립적으로 재수사하기만 한다면 더 나올 것도, 따라서 대통령을 탄핵할 만한 꼬투리가 밝혀질 게 전혀 없다. 홍위병 역할을 자임한 윤심 3인은 오직 대통령 과잉보호를 위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한동훈을 협공해 물어뜯고 있다.
윤석열이 살길은, 이들 세 사람 중에 2등이 결선에 올라가면 그를 김기현처럼 밀어 또 똘마니 대표 만들 생각일랑 아예 말고 끝까지 중립을 지키는 것이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