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통 실패...“스테이지엑스 못 믿겠다”는 정부, 책임 더 커 [기자수첩-산업IT]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입력 2024.06.21 07:00 수정 2024.06.21 07:45

스테이지엑스 “자본금 2050억원 납부 가능” 번복

정부 약속 미이행으로 제4이통 후보 취소 예고했으나

스테이지엑스 ‘납부 시기 연장 가능’ 근거 있어

정부 해당 근거 살피지 못한 ‘부실 심사’ 가능성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스테이지엑스 주파수 할당 관련 브리핑에서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민단비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동통신사 후보 자격 취소를 예고했다. 오는 27일 청문 절차에서도 스테이지엑스 소명이 충분하지 않으면 제4이통 출범은 물거품이 된다.


제4이통 정책 실패는 이번이 여덟 번째다. 제4이통사 등장으로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기대했던 소비자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가 자본금 2050억원을 지난달 7일까지 마련하기로 ‘약속’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을 후보 취소 사유로 들었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가 이날까지 마련한 자본금이 500억원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언론에도 5월 7일까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 약 2000억원을 납부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기자도 그 말을 믿고 스테이지엑스 기사를 쓸 때마다 그 내용 그대로 담았다.


스테이지엑스는 정부에도 5월 7일까지 자본금 납부에 문제가 없다고 지속 밝혀왔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실장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7일 (주파수 할당 관련) 필요서류를 제출해야 할 때 2050억원이 다 납부돼야 한다는 것을 수차례 알렸고, 스테이지엑스는 그 계획에 문제가 없다고 4월 19일까지 지속적으로 이야기 해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후 스테이지엑스는 돌연 말을 바꿨다. 류 실장은 “공정위 계열 분리 이슈 때문에 자본금 순차 납입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며 “그때부터 (자본금을 제때 준비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스테이지엑스가 5월 7일 대중에 공개한 자본금 액수도 달랐다. 스테이지엑스는 당시 "2050억원이 아닌 500억원을 납입했으며 오는 3분기까지 2050억원을 채우겠다"고 했다. 본래 자본조달 계획이 바뀐 것이다.


스테이지엑스가 약속을 어긴 건 맞다. 그러나 그래도 근거가 있었다. 스테이지엑스에 따르면 회사는 작년 12월 주주들의 출자 시점을 ‘주파수 할당 이후’라고 명시한 ‘주파수이용계획서’를 제출했다. 서류에 이러한 내용이 있으니 주파수를 아직 할당 받지 못했던 5월 7일까지 자본금 2050억원 마련을 못해도 문제될 게 없는 것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이처럼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정부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27일에 있을 청문회에서 마지막으로 소명하고, 그럼에도 제4이통사 자격이 취소된다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정부가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이용계획서에 작성한 자본금 납입 시점을 확인하지 못하고 해당 서류를 승인했다면 ‘부실 심사’로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정부는 스테이지엑스의 반박에 별도의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스테이지엑스가 자본금 납입 시기를 임의로 정해서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스테이지엑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서류 검토에 소홀했던 정부의 책임이 더 커 보인다.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