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지속가능성 공시, 연착륙 위해 2029년 이후 시행해야"
입력 2024.06.21 06:00
수정 2024.06.21 06:00
스템·인프라 구축 등 기업 수용성 감안해 충분한 준비기간 필요
자율공시로 부담 낮추고, 스코프3 제외해 공시 정확성 높여야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제도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한경협’)는 2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 초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공시기준 의견수렴기관인 한국회계기준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속가능성 공시, 기업수용성 감안해 5년 이상 준비기간 필요
한경협은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가 대기업은 물론 공급망 내 중소·중견기업에까지 적용되는 만큼 제도 시행 전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기업들도 준비 상황이 천차만별인 데다가 1차 적용대상인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들도 상당수 5년 이상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한경협이 지난 3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103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속가능성 공시제도 도입 시기에 대해 ‘2029년 이후’가 돼야 한다는 기업이 27.2%로 가장 많았고, 현실적으로 ‘공시 자체가 어렵다’는 응답도 2.0%였다.
한경협은 지속가능성 공시 데이터 중 미래 시나리오에 따른 추정·가정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관련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한 충분한 준비기간 및 테스트기간이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협은 또 선진국도 아직 공시기준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 데다가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기관들의 입장 변화, 반(反) ESG 바람 등 국제적 흐름이 계속 변하고 있는 상황에 우리나라가 성급하게 공시기준을 확정하는 것은 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측정 어려운 스코프3 배출량 제외해 공시정확성 높여야
한경협은 지속가능성 공시방식과 관련해 법적인 부담이 큰 법적 의무공시 보다는 자율공시로 추진할 것을 건의했다.
기업이 부담해야 할 법적 리스크 수준은 법적 의무공시, 거래소 공시, 자율공시 순이라는 분석이다. 자율공시로 하더라도 법적 부담을 부여해 기업이 성실히 공시를 할 유인이 충분히 존재하는만큼 제도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한경협은 주장했다.
한경협은 또 스코프3 탄소배출량은 공시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코프3는 가치 사슬전체에서 기업의 활동과 관련된 모든 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한다. 기업의 생산과정에서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 뿐만 아니라 기업이 공급망에 서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도 이 범위에 포함한다.
실제로 기업 인식조사 결과 현실적으로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스코프3를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국제적으로도 미국의 경우 기후공시규정 초안에 스코프3 배출량 공시를 포함했지만, 글로벌 공급망을 아우르는 스코프3 배출량 측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반영해 최종안에서 제외한 바 있다.
기타 추가공시는 배제해 혼란 줄여야
이번 지속가능성공시 초안에 포함된 ‘정책 목적상 공개가 권고되는 항목들에 대한 추가 공시’는 글로벌 정합성과 기업 부담을 고려할 때 삭제해야 한다고 의견서는 밝혔다.
선택 공시 사항(기업이 선택 가능)으로 규정했지만 해당 공시를 하지 않는 경우 그 자체로 기업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데다가 해당 항목들의 경우 국내적인 특수성이 반영된 지표나 글로벌 기준과도 동떨어진 사항들이 포함돼 있어 도입 필요성이 높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경협은 “우리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공시 시행 자체에 대해 이미 많은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상황”이라며,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 그 자체를 목표로 삼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활용되고 장기적으로 현장에 안착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가능성 공시가 중소·중견기업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만큼, 충분한 준비기간과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