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체제 vs 친윤 세력화'…與, '최고위원 경선'에 눈길 쏠리는 이유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4.06.19 00:30
수정 2024.06.19 00:32

최고위원 4인 사퇴하면 지도부 궐위 가능

친한, '장동혁·김형동·한지아' 러닝메이트

친윤, '김정재·조지연' 등 세워 맞불 전망

친윤계 지도부 진입 숫자엔 의견 엇갈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7·23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 내부에서 최고위원 경선을 둘러싼 눈치 싸움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지도부를 구성할 최고위원의 면면에 따라 향후 당내 상황이 요동칠 수 있어서다. 당 안팎에선 당권을 쥘 가능성이 높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맞서 친윤(親尹)계가 '최고위원 다수 확보'라는 전략을 실행할 경우 차기 지도부 구성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오는 24~25일 전당대회에 출마할 최고위원 후보의 등록을 실시한다. 이날까지 공식적으로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박용찬 서울 영등포을 당협위원장과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 등 2명이다.


앞서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만큼, 이번 전대는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따로 치른다. 전대 당일 경선에서 선출되는 최고위원은 일반 선출직 최고위원 4명과 청년최고위원 1명 등 총 5명이다. 일반 최고위원 가운데 1명은 여성 몫으로 할당돼 있다.


이에 차기 당권주자들은 '러닝메이트'인 최고위원 후보 모시기 경쟁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선출직 최고위원 5인 중 4인 이상이 사퇴 또는 궐위시 지도부는 해체된다는 규정이 있는 만큼 지도부 장악을 위해 뜻을 같이 하는 최고위원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선 당대표 선거 못지 않게 최고위원 선거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장악에 나선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가 최고위원 구성을 놓고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최근 비윤(非尹)적 메시지를 내는 한 전 위원장 입장에선 친한계 최고위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당대표가 되더라도 지도부 장악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친윤계가 최고위원 경선에 주목하는 이유는 당권을 잡은 한 전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 경우,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지도부 궐위로 이어질 수 있는 최고위원 사퇴 카드 뿐이기 때문이다.


이에 친한계·친윤계 모두 '내 편' 최고위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친한계 최고위원 후보로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을 포함해 김형동·박정훈·한지아·정성국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친윤계는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유상범·김정재·조정훈 의원 등이 최고위원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내에선 '청년최고위원'과 '여성최고위원' 구도부터 주목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청년·여성최고위원들에게만 힘을 실어도 선출직 중 최소 2석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최고위원 후보들 중 청년최고위원 자격을 갖춘 이는 △김준호 서울 노원을 당협위원장 △구자룡 전 비상대책위원 △김예지 의원 등이 거론된다. 김 의원은 한지아 의원과 함께 친한계 여성최고위원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친윤계는 청년최고위원 몫으로 조지연 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총선에서 경산시에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를 꺾고 승리하면서 정치적 잠재력을 입증한 바 있어서다. 경북 포항에서 3선 고지에 오른 김정재 의원은 친윤계 여성 최고위원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2024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 같은 셈법으로 전당대회 정국을 대비하고 있는 친윤계의 지도부 장악 성공 가능성을 두고 당내 의견은 엇갈려 나타나고 있다.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은 18일 YTN라디오에 나와 "친윤계라는 분들이 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어떻게든 최고위원 다수를 차지해서 만약에 한동훈 전 위원장이 당선된다면 견제하고, 안 될 경우는 폭파해버리겠다는 뉘앙스가 느껴진다"며 "국민들이 이반하게 만든 책임이 다 친윤계에게 있는 것 아니냐. 지금 친윤계라는 분들의 지원을 받으면 당원들이 과연 그분들을 최고위원으로 찍어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한동훈 전 위원장이 지금 가만히 있겠느냐"라며 "사방팔방 뛰면서 러닝메이트랑 당원 등 우군 확보에 나서고 있을 텐데 그런 한 전 위원장을 뒤로 하고 총선을 거치면서 이미지가 나빠진 친윤을 지원하려는 세력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선 여전한 정치적 영향력을 보유한 친윤계가 최고위원 후보들을 전폭 지원할 경우, 친윤계가 지도부 상당수를 점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최고위원 선거는 1인당 2표를 행사할 수 있어 당내 최대 계파인 친윤계 조직력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아울러 과거 2016년 8월에 치러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는 총선 패배 직후였는데도 대통령과 함께 움직이는 당내 세력이 지도부를 장악했던 사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로 2016년 8·9 전당대회 당시 청년최고위원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쳤던 비박계 이부형 현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부의장은 친박계 유창수 전 최고위원에게 패배한 바 있다.


당시 여성최고위원 자리를 놓고 맞붙었던 비박계 이은재 전 의원도 친박계인 최연혜 전 의원에게 패배해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이외에도 당시 친박계인 조원진 전 의원, 이장우 현 대전시장 등도 비박계인 정문헌 현 종로구청장 등을 꺾고 지도부에 입성했다. 당시 공천 파동 등을 거치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김무성 전 대표의 세력은 이 같은 전대 결과로 인해 내리막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작년 전대 때도 봤다시피 전대는 조직력 싸움이다. 대통령과 같이 가는 친윤계가 파워게임에서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며 "정무적 감각을 봐도 친윤들은 말 그대로 고수들이다. 마음먹고 나선다면 한 전 위원장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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