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법 통과되면 변호사 간 공정경쟁 촉진" vs "독과점 우려" [법조계에 물어보니 429]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입력 2024.06.18 05:14
수정 2024.06.18 05:14

법조계 "변호사 간 공정경쟁 촉진해 법률시장 발전에 이바지…소비자들 이전보다 편하게 상담"

"로톡법 22대 국회에도 폐기되면 리걸테크 산업 전망 어두워…제2의 로톡 출현 불가"

"법률 상담 서비스 진행하는 기업, 로톡밖에 없기에…독과점 우려되는 측면도"

"협회서 법률 상담 플랫폼 운영하더라도…사기업처럼 많이 홍보하긴 힘들 것"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광고.ⓒ연합뉴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제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변호사 등의 광고 규제 기준을 대한변호사협회 내부 규정이 아닌 법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로톡법(변호사법 개정안)'을 재발의했다. 법조계에선 로톡법이 통과되면 변호사 간 공정 경쟁을 촉진해 전체 법률시장의 발전을 야기하고 법률 상담 접근성이 높아진 소비자들도 이전보다 훨씬 편리하게 자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법률 상담 서비스를 진행하는 기업이 로톡말고는 존재하지 않기에 독과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행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 등이 하는 광고 중 거짓이나 과장 광고 등을 금지하면서, 그 밖에 광고의 방법 또는 내용이 변호사의 공공성이나 공정한 수임 질서를 해치거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변협 내규로 금지할 수 있다. 이에 이 의원은 금지하는 광고의 유형을 변협 내부규정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신문·잡지·방송·컴퓨터 통신'에 한정된 광고 가능 매체를 인터넷(어플리케이션 포함)과 전광판·벽보, 지능정보서비스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문건일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기술발전 및 시장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입법이다. 법률시장의 경우 다른 시장과 달리 유독 광고의 제한을 많이 받고 있고, 이러한 이유로 법률시장에서 변호사가 선택할 수 있는 광고 수단에도 제한이 따른다"며 "변호사들에게 광고 수단이 한정적이게 되면 법률 소비자가 변호사를 접하는 방법과 법률 서비스를 평가하는 방식 또한 한정적으로 될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 변호사는 "로톡법이 통과될 경우 변호사 간의 공정한 경쟁을 촉진해 전체 법률시장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인터넷 매체를 활용한 광고의 경우 특히 젊은 세대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접근성이 높아지므로, 전통적인 광고 수단에 비해 광범위한 홍보가 가능해질 것이라는게 그 근거"라고 설명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데일리안DB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로톡법이 22대에서도 폐기된다면, 리걸테크 산업은 힘들어질 것이다. 자연스레 제2의 로톡, 제3의 로톡도 나올 수 없을 것"이라며 "로톡 서비스를 이용해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기보다는 일반론에 가까운 상담만 진행했다. 이는 다른 변호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AI 기술을 활용한 법률상담도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룰 수는 없을 것이다. 되려, 저가로 내용증명을 처리해주는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고, 이를 할 수 없도록 입법하는 게 더 중요할 것"이라며 "로톡법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법률 소비자의 접근권을 침해하는 측면도 있기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김태룡 변호사(법률사무소 태룡)는 "로톡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꼭 공정 경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 로톡말고는 존재하지 않기에 로톡에 의한 독과점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민주당 모 의원이 '변협도 똑같이 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협회 플랫폼이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처럼 홍보를 많이 할 수 있지 않다. 로톡법의 당위성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반문했다.


변협 관계자 역시 "변호사 자치는 변호사의 규율·직무활동·자격심사·징계 등을 변호사의 자율에 맡기고, 행정관청의 감독을 받지 않게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대한변호사 협회는 준사법기관으로서 국가권력이나 사회 거대세력으로 변호사의 독립성을 보호하는 단체"라며 "해당 개정안은 대한변협이 자치적, 독립적으로 정해야 할 내용을 대통령령 또는 법무부가 정하도록 했다. 이는 독립성과 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국회가 대한변협의 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결국 국민의 독립성이 보호되는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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