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세 모으는 한동훈…전당대회 출마 위한 밭 다지나 [정국 기상대]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4.06.12 00:15
수정 2024.06.12 00:16

韓, 3일 연속 이재명 저격하며 존재감 과시

정국 현안 목소리 높이며 지지층 결집 속도

등판 초읽기? "출마가 정치적 책임지는 것"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4·10 총선 참패 이튿날인 지난 4월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비대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저격하는 메시지를 3일 연속 내는가 하면, 당내 인사들에 안부 인사를 건네는 등 지지세를 모으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최근 정치 현안에 대해 적극적 의견을 내며 각종 이슈의 중심에 서고 있다.


실제 한 전 위원장은 '헌법 84조' 논쟁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전 위원장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겨냥해 "자기 범죄로 재판받던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경우, 그 형사재판이 중단되는 걸까요"라며 "어떤 학자들은 재판이 중단되지 않는다고 하고, 어떤 학자들은 중단된다고 한다. 헌법 제84조에서 '소추'에 재판이 포함되느냐의 해석의 문제"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현실 세계와 거리가 먼 학술적 논의일 뿐이지만 거대 야당에서 어떻게든 재판을 지연시켜 형사피고인을 대통령 만들어보려 하는 초현실적인 상황에서는 중요한 국가적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튿날인 9일 한 전 위원장은 추가 설명을 이어갔다. 한 전 위원장은 "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중단되지 않는다고 본다. 헌법은 탄핵소추와 탄핵심판을 따로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도 형사소추와 형사소송을 용어상 구분해서 쓰고 있으므로 헌법 제84조에서 말하는 소추란 소송의 제기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다음에 실형도 아니고 집행유예만 확정돼도 (선거범죄일 필요도 없이) 대통령직이 상실되고 선거를 다시 해야 하는 것"이라며 "대북송금 범죄 등으로 전 경기부지사에게 선고된 형량은 9년 6개월 실형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10일 한 전 위원장은 연 사흘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공범들이 관련 재판들에서 줄줄이 무거운 실형으로 유죄 판결받고 있으니, 자기도 무죄 못 받을 것은 잘 알 것"이라며 "그러니 대통령 당선을 감옥 가지 않을 유일한 탈출구로 여기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밖에도 한 전 위원장은 제2연평해전 등을 언급하면서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고(故) 한상국 상사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사이트를 공유하면서 응원의 뜻을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얼마 전 서해수호 행사장에서 뵌 이후 한 상사의 사모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데, 사모께서 내게 이런 좋은 일에 참여할 기회를 주셨다"며 "좋은 동화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한 전 위원장은 지난 3월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9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서해 수호의 날은 2002년 제2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전으로 희생된 서해 수호 장병 55인을 기리기 위한 정부 기념일인데, 한 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故 한상국 상사의 아내인 김한나 씨를 처음 만났다.


실제 한 전 위원장은 첫 만남 이후 김 씨와 소통을 지속하며 격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내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는데, 1인 시위와 관련한 것을 계속 공유드렸고, (한 위원장께서) '건강 잘 살피시라' '힘드신데 힘내시라'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밝혔다.


소통은 한 전 위원장이 김 씨를 만난 지난 3월부터 최근인 지난 7일까지도 지속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위원장은 당내 의원들의 마음 잡기에도 열중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원내외 인사들과 식사 회동을 이어가고 초선 당선인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방식으로 당내 접점도 넓히고 있다. 이날 초선인 김상욱 의원과 오찬을 가지기도 했는데 한 전 위원장은 최근 당내 의원들과 물밑에서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초선 의원은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이미 한 전 위원장과 식사를 했다"며 "많이 만나고 계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한 전 위원장의 출마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한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원이 원하고, 당을 위해 출마해야 한다는 많은 분의 뜻에 따라 출마하는 것은 가장 적극적이고, 한 전 위원장에게는 가장 위험 부담이 큰 행태의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과 교류하고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정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이) 총선 과정에서,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동안 (내가) 사무총장으로서 실무적으로 보좌해 왔기에 총선 이후에도 만나고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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