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수로 돌아선 코언…“트럼프. 많은 여자 나오니 준비하라 지시”
입력 2024.05.14 20:56
수정 2024.05.14 22:21
트럼프 뒷일 해결사였던 마이클 코언 증인 출석
전직 성인물 배우 입막음 비용 건넨 과정 증언
“트럼프가 원하면 무엇이든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에서 핵심 증인이자 돈을 건넨 당사자인 마이클 코언이 법정에 출석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로 입막음 돈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코언은 1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인을 받고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성추문을 폭로하지 않도록 입막음용 돈을 건넸다고 밝혔다.
코언은 한때 "트럼프를 위해서는 총알도 대신 맞을 수 있다"며 충성심을 보인 인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이면서 그가 연관된 각종 ‘험한’ 일을 비밀리에 처리했던 '해결사'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코언이 이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멀어졌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저격수’로 돌아서 각종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코언은 이날 검사의 심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자신이 매우 가까운 관계였다고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를 '보스'라고 불렀으며, 매일 하루에도 수차례 만났다. 두 사람의 업무 공간은 불과 15m 떨어져 있었다.
코언의 증언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치부조차 스스럼없이 털어놨다. 그는 당시 코언에게 "앞으로 많은 여성이 나올 텐데 준비하라"며 "(이 사실이 알려지면) 여성 유권자들이 날 싫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검사는 입막음 돈 지급을 실제 기획, 지시한 인물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으며 그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이런 일을 꾸몄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증인신문의 초점을 맞췄다.
코언은 “입막음 돈 지급에 트럼프가 밀접하게 연관됐다”며 “모든 것은 트럼프의 승인이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냥 해”라며 대니얼스에게 입막음 돈을 주라는 지시를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대니얼스에게 줄 돈을 마련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후 그에게 해당 돈을 변제했다고 덧붙였다.
코언은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사건(성추문)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며 “내가 하고 있던 일은 트럼프의 지시에 따른 것이고 그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니얼스에게 돈을 주는 시기를 가능한 한 대선 이후로 미루려고 했다는 그는 “선거 후엔 (성추문 폭로가 나와도) 문제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도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대니얼스가 자신과의 성관계를 폭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코언이 대니얼스에게 13만 달러(약 1억 7000만원)를 주도록 하고, 이후 이를 코언에게 회삿돈으로 변제하면서 회사 장부에 ‘법률자문 비용’인 것처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법정에선 코언이 또 다른 성추문과 관련해 언론과 제보자에 돈을 주고 보도를 막았던 일도 조명됐다.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타블로이드신문 내셔널인콰이어러의 모회사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페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불리한 이야기가 대중에 알려지지 않도록 해당 정보의 독점 보도 권리를 사들인 뒤 이를 보도하지 않게 만든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내셔널인콰이어가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 도어맨에게도 3만 달러를 주고, 그가 주장한 트럼프의 혼외자 의혹 독점 보도권을 사들인 뒤 보도하지 않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코언은 도어맨이 제기한 혼외자 의혹과 관련해 "이야기가 새 나가지 않도록 확실히 해둬야 한다"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조언한 뒤 페커와 협업해 해당 의혹이 보도되지 않도록 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페커로부터 독점 보도권 계약서의 사본을 받은 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여주며 "일이 잘 처리되고 있다"라고 말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굉장히 고마워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코언이 증언하는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면만 바라보거나 눈을 감은 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이 끝나자 취재진 앞에서 “이것은 사기”라며 “민주주의에 끔찍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지자들에게는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