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블도 버겁다” 증시 침체에 따따블 사라진 IPO 시장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입력 2024.05.10 07:00
수정 2024.05.10 07:00

이달 달성 기업 無…다수 등장한 1Q와 분위기 상반

글로벌 리스크로 변동성↑… 안정적 투자처 모색

공모가 고평가에 투심 멈칫…올바른 측정 목소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중동 리스크·미국의 금리인하 지연 우려 등 각종 글로벌 이슈로 증시 분위기가 침체된 가운데 기업공개(IPO) 시장의 열기가 다소 꺾이고 있다.


증시가 지지부진한 양상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공모가가 여전히 과하게 높게 측정되는 탓에 투심이 사그라들자 ‘따따블’은 커녕 ‘따블’ 달성도 힘겨워진 실정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새내기주들 중 상장 첫날 따블을 기록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지난 8일 코스피에 들어선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IPO 시장 최대어로 꼽혔으나 장중 16만6100원까지만 상승하며 공모가(8만3400원)의 2배 이상 상승하는데 실패했다.


코스닥 입성 종목도 마찬가지다. 디앤디파마텍과 민테크, 코칩도 장중 각각 공모가 대비 63.33%(3만3000→5만3900원), 52.08%(1만500→1만6000원), 87.78%(1만8000→3만3800원) 올랐지만 따블을 기록하지 못했다.


이는 올 1분기까지 대다수의 새내기주가 따블 행진을 이어간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 1월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4개사는 모두 따블을 달성했고 이 중 2개사는 따따블까지 도달했다.


이후 2월에도 이닉스·스튜디오삼익 등 6개의 신규 상장사 중 4개사가 따블을 기록했고 3월엔 케이엔알시스템·오상헬스케어 등 4개사가 모두 따블에 성공했다. 지난달 초 코스닥에 진입한 아이엠비디엑스도 따블 터치를 이뤘으나 같은달 말 코스닥 신규 상장사인 제일엠앤에스부터는 따블의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새내기주의 부진은 지난달부터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 글로벌 악재가 쏟아지자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코스피지수는 2553.55~2769.87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였는데 통상 변동성이 큰 1월을 제외하면 지난 2월(2562.50~2694.80)과 3월(2630.16~2779.40) 대비 등락폭이 크게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에 증시 변동성 확대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현금 흐름 혹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를 모색하면서 그간 ‘단타용’으로 활용된 공모주가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공모가가 잇달아 과한 가격에 책정되자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청약 참여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코스피·코스닥에 입성한 20개사 중 19곳은 희망범위 상단을 초과한 가격에, 나머지 1곳은 희망범위 최상단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그동안 희망범위 상단 이상에 공모가를 확정한 기업의 비중이 4개월 이상 100%를 기록한 경우가 역대 한 번(2020년 12월~2021년 4월) 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기업의 가치보다 공모가가 계속해서 높게 결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새내기주들의 상장 후 주가 향방은 각기 다르게 나타나기에 상장 첫날이 유독 중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상장 첫날에만 따따블 달성이 가능한 만큼 이날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오면 장중 매도를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 투자자 게시판을 살펴보면 “2거래일부터 떡락할지 떡상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차라리 첫날 던지는 게 낫다”, “단타로만 굴리는 게 공모주 아니냐”, “상장 직후 반응보고 손절할지, 장 마감 직전까지 가지고 있을지 봐야 된다” 등과 같은 반응이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업계에서는 수요 예측 제도가 기업의 올바른 가격 측정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관 투자자들이 기업의 미래 성장 가치 및 실적, 공모 자금 활용 계획 등을 꼼꼼하게 파악하지 않고 단기 차익 실현만을 위한 가격 왜곡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수요 예측 제도의 가격 발견 기능을 제고하고자 수요 예측 기간을 2영업일에서 5영업일로 늘렸음에도 별다른 효과가 없고 실효성에 대한 의문만 커지고 있다”며 “기관들이 이익만을 바라보고 기업 가치를 외면한 채 공모가를 확정할 경우 투자자뿐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손해”라고 말했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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