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효과에도…증권사 실적 개선 ‘온도차’ 불가피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입력 2024.04.28 07:00 수정 2024.04.28 07:00

거래대금 증가로 1Q 브로커리지 수익↑

시장점유율 따라 성과 규모 차이 불가피

‘부동산PF’ 에 회복세 약한 중소형사도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다수의 증권사들이 우수한 성적표를 받을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추진으로 거래대금이 증가한 데 힘입어 브로커리지(주식중개) 수수료를 중심으로 실적 회복이 관측되나 주식시장 점유율에 따라 개선 폭이 천차 만별일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앞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올 1분기 흑자전환 및 영업이익 증가 등 개선된 실적을 발표했다.


KB증권은 올 1분기 198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 동기(1420억원)와 직전 분기(225억원) 대비 각각 40.1%, 784.5% 증가한 성적이다. NH투자증권도 올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2255억원으로 전년 동기(1841억원)보다 22.4%, 직전 분기(856억원)보다는 163.5% 늘었다.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직전 분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각각 올 1분기 757억원, 905억원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며 적자였던 지난해 4분기 기록을 만회했다.


이같은 호실적은 거래대금 활성화로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증가하면서 이뤄진 결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1307조원으로 전년 동기(1093조원)과 직전 분기(991조원) 대비 각각 19.6%, 31.9% 증가했다.


1분기 거래대금 증가는 정부 주도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에 투심이 몰린 것을 비롯해 미국발 인공지능(AI)·반도체 투자 열풍,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의 영향을 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증시 거래대금이 견조함에 따라 브로커리지 수수료 등 관련 수입 증가가 예상된다”며 “증권사들의 1분기 브로커리지 수입은 전 분기 대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업권의 전반적인 실적 개선 분위기 속에서도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온도 차는 나타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 증권사(키움·미래에셋·삼성·KB·NH투자증권)들의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이 높은 만큼 중·하위권 증권사들의 관련 사업부문 수익의 개선세는 다소 낮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그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의존해 성장을 이끌어왔는데 현재 부동산 PF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재무건정성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부동산 사업 초기 단계에 자금을 조달하기 제공하는 고위험 대출 브릿지론의 비중도 36%로 초대형사(17%), 중대형사(21%) 대비 높게 나타난다.


이에 부동산 PF 타격으로 브로커리지 수익 증가에도 개선폭이 대형사보다 더딜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한화·하이·유안타·이베스트·BNK투자증권 등의 1분기 실적이 비교적 저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브로커리지 시장은 정부의 증시 부양책을 필두로 수급이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탄탄한 고객 기반과 점유율에 따라 증권사들이 받아들 성적표의 숫자가 달라질 수 있다”며 “부동산 PF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적은 증권사가 실적 개선에 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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