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민주유공자법 '강행'에…보훈부, 대통령 거부권 카드 만지작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4.04.25 17:23
수정 2024.04.25 17:23

"대통령실과 협의 필요하다면 할 것"

이희완 국가보훈부 차관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이 단독으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한 가운데 관련 주무부처인 국가보훈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희완 보훈부 차관은 25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피해 대상을 결정하는 것과 국가적 존경·예우 대상인 유공자를 결정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민주유공자법안은) 이런 게 구분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보훈부는 야권이 민주유공자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한 지난 23일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명확한 인정 기준과 범위가 규정되지 않은 채, 민주유공자법안의 본회의 부의가 의결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보훈부는 "(기존) 민주화보상법이 인정한 다양한 민주화운동 사건 중 어떤 사건을 '민주유공사건'으로 인정할지, 그 사건 관련자 중 어떤 사람을 '민주유공자'로 인정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국회에서 인정 기준과 범위를 법률에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유공자법안은 기존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민주화 운동 관련자 9844명 중 다치거나 숨지거나 행방불명된 829명을 추려 민주유공자로 지정·예우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차관은 "법안 적용 대상에는 독재정권 반대운동, 교육·언론·노동 운동, 부산 동의대·서울대 프락치 사건 등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서 인정한 다양한 사건이 포함돼 있다"며 "이 중 어떤 사건이 '민주유공사건'인지, 그 관련자 중 어떤 사람을 '민주유공자'로 결정할지에 대한 심사 기준이 법률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민주유공자를 결정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유공자를 가려낼 법률상 명확하고 구체적인 심사 기준도 없이 보훈부에서 자체적으로 민주유공자를 결정할 경우, 심사에서 탈락한 사람의 쟁송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등 극심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보훈부는 야권의 강행 처리로 법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경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훈부 관계자는 "대통령실에 거부권을 건의할지 판단을 해봐야 될 것 같다"며 "협의가 필요하다면 협의를 해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보훈부 관계자는 이날 별도 브리핑을 마련한 배경이 거부권 명분쌓기 아니냐는 지적에는 "그런 것까진 아니다"며 "법안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검토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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