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수급 ‘안갯속’…배당 역송금까지 ‘산 넘어 산’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4.04.19 07:00
수정 2024.04.19 07:00

이날부터 삼성전자·현대차 등 결산 배당금 지급 집중

원화 약세·환율 상승 전망 속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

한·일 양국 재무장관이 최근 원화와 엔화 통화 가치가 급락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힌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와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달 국내 주요 기업들의 배당금 지급이 몰린 가운데 배당금 국외 유출에 따른 추가적인 환율 상승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외국인 주주들이 배당금을 국내에 재투자하지 않고 자국에 송금하면 원화 가치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어서다. 증시에서 외국인의 수급 향방도 다시 안갯속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줄줄이 배당 지급에 나서면서 외환·자본시장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모인다.


매년 4월은 기업들의 결산 배당금 지급이 집중되는 시기로 한해 배당금 지급액의 60~70%가 이 시기에 몰린다. 이에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투자로 받은 배당금을 달러로 바꿔 자국에 송금하는 ‘역송금’ 수요가 늘면서 시장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 달러화가 빠져나가면 원화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은 추가 상승 압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자·배당 지급 등 4월 본원소득수지가 악화되면서 달러 유출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날부터 삼성전자를 필두로 주요 기업들이 결산배당금을 지급하는데 삼성전자 외국인 주주들은 약 1조1636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하게 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보통주 1주당 361원 배당을 결정했으며 배당기준일(2023년 12월 31일)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 수는 32억2330만주다.


이날 현대차(6620억원)·삼성화재(약 4055억원)·삼성전자우(2174억원)·DB손해보험(1771억원) 등의 외국인 배당 지급도 예정돼 있다.


다음 주에는 23일 LG화학(1059억원)을 시작으로 24일 SK하이닉스(1159억원), 25일 IBK기업은행(1159억원), 26일 KT(2156억원) 등의 배당금이 외국인 주주들에게 지급될 전망이다.


앞서 1400원대까지 도달했던 원·달러 환율은 전날 1370원대로 마감하며 한숨을 돌린 상태다. 중동 지역 갈등과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으로 원·달러 환율이 지난 17일 17개월 만에 장중 1400원대를 돌파하자 외환당국이 공식 구두개입에 나선 데 따른 영향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2~17일까지 코스피·코스닥에서 1조1149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운 뒤 전날인 18일 5거래일 만에 순매수(8065억원)로 돌아섰다. 이는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원화 약세가 진정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달 중하순 대규모 배당금 지급이 이뤄지면 환율이 더 높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가 정책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달러 유입이 과거 대비 감소하면서 국내 수급이 타이트해졌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4월 계절적인 달러 수요 확대는 원화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순매수 전환으로 한숨 돌린 주식시장 역시 변동성에 노출되면서 외인의 국내 증시 ’유턴 기대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4월은 배당에 따른 외국인의 역송금 수요로 본원소득수지 감소하는 시기”라며 “이같은 감소세가 원·달러환율의 상승으로 무조건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현재의 경직적인 수급 환경에서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이벤트”라고 판단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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