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체납 번호판 뺏기자 나무 위조번호판 부착…"반성 안 해 실형" [디케의 눈물 210]
입력 2024.04.16 05:02
수정 2024.04.16 05:02
피고인, 과태료 미납해 번호판 영치하자 나무 위조번호판 부착…1심·2심, 징역 10개월 선고
법조계 "대부분 초범은 벌금형 선고…반성했으면 재판부도 재범 우려 낮다고 봤을 것"
"과거엔 벌금형 많았지만 최근 처벌 강해지는 추세…피고인, 상고하더라도 형 안 바뀔 듯"
"자동차관리법, 위조방법 정교한 수준 아니더라도…오인할 염려 있다면 처벌 가능"
과태료를 체납해 차량 번호판을 뺏기자 사인펜으로 차량 번호를 적은 나무번호판을 차에 달고 다닌 60대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운전자는 위조 번호판을 행사할 목적이 아니었다고 범행을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진짜 번호판으로 오인할 염려가 있다며 원심을 유지했다.
법조계에서는 기존 판례와 비교해 무거운 처벌이 내려졌다며 피고인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포차로 악용될 수 있는 등 후속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고려한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형사3-2부(윤민 부장판사)는 최근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전남 보성군 한 장소에서 나무 합판에 사인펜으로 자동차 번호를 적어 자기 차에 붙인 뒤 경남 창원시 한 주차장까지 주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자동차 과태료 미납 등으로 지난해 3월 경찰이 자동차 등록번호판을 영치하자 이 같은 짓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번호판의 모양과 글꼴 등이 정교하지 않아 위조가 아니며, 자동차를 운행하지 않고 주차한 상태였기에 위조 번호판을 행사할 목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위조된 번호판이 본래 번호판과 동일한 재질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진짜 번호판으로 오인할 염려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춰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자동차 등록번호판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훼손하고 공공기관의 자동차 관리 업무에 혼선을 빚게 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원심판결 후 양형에 특별히 참작할 만한 사정 변경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사유를 밝혔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초범임에도 불구하고 징역 10개월 실형이 선고됐다. 보통 초범은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며 "피고인은 '위조번호판을 일반인들이 오인할 염려가 없다', '주행하지 않았다'라는 식으로 범행을 늬우치지 않은 점이 실형 선고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다면 재판부도 재범의 우려가 낮다고 판단해 형을 정했을 것"이라며 "2심에서는 1심 보다 감형된 집행유예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유사 사건과 비교해 형량이 무겁게 선고된 판결로 보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반성하는 모습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재판부 결정에 반하는 범칙행위까지 했다는 점에서 엄하게 처벌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에는 비슷한 사례가 벌금형을 받는 경우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처벌 자체가 높아지는 추세다. 피고인이 상고를 하더라도 형은 이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위조번호판을 부착하 건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위조번호판은 대포차 범죄 등 여러 가지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디"며 "위조번호판을 부착하게 되면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추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강력하게 처벌해 악용될 수 있다. 단순히 번호판 부착의 문제가 아닌 후속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고려한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김한수 변호사(법무법인 우면)는 "형법에서 말하는 위조는 오인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췄을 때에만 인정된다. 원본과 비교해 육안으로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면 위조라고 할 수 없다"며 "그러나 자동차관리법은 상대적으로 좀 더 완화된 기준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보인다. 위조방법이 정교한 수준에 이르지는 못하였더라도, 유심히 관찰하지 않는 경우에 진짜 번호판으로 충분히 오인할 수 있을 정도라면 처벌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자동차 번호판 부착으로 인한 공공의 신용성을 중요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동차 등록은 엄연한 공무의 영역이다. 피고인의 범행이 공무를 방해했다는 측면 또한 고려한 재판부의 판단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