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베란다 내력벽이라도…입주민 동의없이 리모델링 안 돼" [디케의 눈물 209]
입력 2024.04.15 05:03
수정 2024.04.15 05:03
아파트 주민, 2019년 지자체 승인받아 베란다 내력벽 철거…윗집서 소송제기
법조계 "철거승인 얻었어도 입주민 동의 얻어야…내력벽, 세대주 공용부분"
"철거시 전체 구조에 위험 초래…안전 영향 끼치는 리모델링, 모두 규제대상"
"함부로 철거 못하도록 입법적 보완해야…철거하더라도 확실한 안전통제 필요"
리모델링을 목적으로 아파트 등 집합건물에서 베란다의 '내력벽'을 철거하려면 행정청의 허가와 함께 반드시 입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대법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건물의 하중을 견디는 내력벽 리모델링은 건축법 규제 대상인 만큼 지자체 승인을 받아야 하고 입주민들에게 제공되는 공용부분에 내력벽이 포함되기에 입주민 동의도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함부로 철거 및 사용승인할 수 없도록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고 만약 철거를 하더라도 확실한 안전통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근 A씨가 강남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대수선 허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심의 각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A씨는 2019년 강남구청에 아래층 세대에서 불법으로 내력벽을 철거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아래층 세대는 2009년에 발코니 바깥쪽 벽을 철거하면서 다른 입주민이나 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 강남구청은 처음에는 건축법 위반 사항을 시정하라고 명령했지만 두 달 뒤에는 아래층 세대의 대수선 허가 추인 신청을 받아들여 사용을 승인했다.
그러자 A씨는 강남구청의 이 같은 행위가 위법이라며 같은 해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쟁점은 아래층 세대가 철거한 벽이 내력벽인지, 입주민 동의가 필요한 공용부분인지였다. 1심은 원고 승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A씨에게 소송을 낼 자격이 없다며 각하하는 등 판단이 엇갈렸다. 대법은 "이 사건 벽체는 무거운 하중을 견디기 위해 견고한 형태를 갖추고 있고 아래층에도 같은 위치에 동일한 구조의 벽체가 시공되어 있다"며 "건물의 외관을 구성하는 발코니의 바깥쪽 벽이므로 공용부분을 변경하는 행위로서 입주민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다"고 판단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건축법은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을 대수선할 때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으로 하는 집회 등에서 과반의 결의와 동의에 대한 증명을 요구하는데 이는 집합건물에서 건물의 안전이나 외관을 유지하기 위해 소유자의 전원 또는 일부의 공용에 제공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물의 하중을 견디거나 전달하기 위한 벽체를 뜻하는 '내력벽'은 공용부분에 해당하고 이 사건에서는 A씨가 허문 벽이 내력벽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것이다"며 "건물의 안전이나 외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리모델링은 모두 건축법의 규제대상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주택협회 상근부회장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내력벽을 철거하게 되면 전체 구조의 위험을 초래할 수가 있기에 마음 대로 철거할 수 없다"며 "힘을 받고 있는 내력벽이라면 과학적인 계산을 통해 안전하다는 것이 입증됐을 때 철거해야 한다. 함부로 철거 및 사용승인할 수 없도록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며 만약 철거를 하더라도 행정청 혹은 법원에서 확실한 안전통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랫집에서 지자체에 대수선 승인을 신청해서 허가를 받았다고 해도 윗집 입장에서는 내력벽 철거 시 위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법률상 보호돼야 할 이익이다"며 "법원에서는 내력벽 철거 승인이 적법한 재량을 행사한 것인지에 대한 본안 판단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 제16조에는 공용부분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통상의 집회결의로써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8조에서는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과반수로써 의결한다고 명시되어 있다"며 "공용부분 관리는 기본적으로 입주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