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코밴드 개발자 이상진 원장 “MZ들도 손목 고통에서 해방되길”[건강人사이드]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4.04.08 14:53
수정 2024.04.08 14:53

피코코리아 이상진 원장이 3월 27일 경기도 부천시 경기콘텐츠진흥원 피코코리아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비단 골프하는 분들 뿐만 아니라, 노트북을 많이 쓰는 젊은 분들이나 영유아 육아, 각종 아르바이트 등에 힘쓰고 있는 MZ 세대들이 손목 고통에 시달리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 예정보다 이른 시기 보급형을 내놓았다. 부디 손목 고통에서 해방되길 바란다.”


정형외과 전문의 이상진 원장(57·대한골프의학연구학회 부회장)이 직접 개발한 손목 보호대로 유명한 피코코리아의 피코밴드(FIX+CORE)는 지난 2018년 3월 국내 첫 출시됐다.


당시 피코밴드는 국제특허 출원을 내고, 피코밴드 치료 효과에 대해 미국 과학기술 학술지 SCIE(과학기술논문 인용 색인)에 논문을 냈다. 피코밴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메디컬 디바이스로 승인 받았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로 승인 받았다.


오랜 기간의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쳐 첫 모델을 출시한 이후 매년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피코밴드가 올해는 베이직라인 신제품 ‘피코액티브’를 내놓았다. 기존 피코밴드 라인들의 기능을 살리면서 가격대를 확 낮췄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신제품 ‘피코액티브’는 2만 원대로 출시한다. 이상진 원장이 개발한 이 손목 보호대 역시 와디즈(wadiz) 펀딩에서 1억 4000만원에 근접했다.


지난 제품이 골프-테니스 등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20만원대 손목 보호대였다면, 이번에 출시한 신제품은 골프-테니스-자전거-볼링 등은 물론 컴퓨터(게이머 포함), 영유아 육아, 아르바이트로 인한 손목 통증으로 불편한 MZ 세대를 위한 2만원대 손목 보호대다.


이상진 원장에게 정형외과 전문의라는 안전한 길만 걷지 않고, 모험이 필요한 의료기기 사업까지 진출한 배경, 그리고 손목 건강에 대해 지난달 27일 피코코리아 본사를 찾아 들어봤다.




-정형외과 전문의이자 원장으로도 활동했다. 어떤 동기로 손목 보호대를 개발했고, 건강 관련 사업의 길로 들어서게 됐나.


: 2002년 교통사고가 크게 나면서 왼쪽 팔에 부분 마비가 왔었다. 사람이 한 번 부분 마비에 걸리면 회복 후에도 굉장히 예민해진다. 쉽게 말해 센서가 과민해진다고 표현할 수 있다. 저 역시 남들보다 예민해졌다. 그런 상태에서도 워낙 운동을 좋아했던 사람이라 사고 후에도 골프 등 운동을 이어갔다.


골프를 할 때 찍어 치는 스타일이다. 예전에는 다들 그렇게 가르쳤다. 그런데 이 방법이 손목에 굉장한 부담을 준다. 가뜩이나 약한 쪽에 부담이 오니까 너무 아팠다. 시중에 출시된 보호대도 다 써봤다. 금속 제품, 게르마늄까지. 문제는 피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손목에 그런 제품들을 감으니 혈액 순환에 문제가 발생한다. 배 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문제를 야기하는 꼴이다.


일반적인 의사들이라면 수술법을 개발했겠지만, 저는 ‘정말 (손목)보조기는 피가 통할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해 아이디어를 짜보기로 했다. 수술을 받지 않고도 손목 상태가 좋아질 수 있고, 또 손목 부상 예방의 효과를 보여주고 싶었다. 나름대로 혼자 쓰면서 6년 가까이 고민을 했고, 그러다 (2018년)제품을 출시했다.


운동 선수들이 손목 보호대라고 칭칭 감고 (필드에)나오면 제가 굉장히 꾸짖는다. 잠깐인 것 같지만 손목에 큰 부담을 주는 행위다. 골프로 예를들면, 준비 과정 포함 약 5시간 동안 손목에 차는 셈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손목을 칭칭 감고 있으면 안 된다. 혈액 순환이 원활할 수 없다.


피코밴드는 손목시계 형태로 손목 기둥 뼈인 요골과 척골을 잡아줘 뼈가 약해지고 인대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는 원리다. 손목 전체를 압박하지 않고, 요골·척골만 세밀하게 압박해 혈액순환 시 장애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사실 손목 뼈만 잘 고정되면 손목 질환의 70~80%는 호전될 수 있고, 부상도 예방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드럼 세탁기에 나사 하나가 풀리면 잡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방치하면 소리가 더 커진다. 나사 하나만 잘 조였으면 끝날 문제를 방치하고 키웠다가 결국 드럼 세탁기 전체를 바꾸게 된다. 손목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고, 근본적인 치료를 하지 못하면 상태를 악화시킨다. 건물의 기둥이 흔들리면 유리창이 깨지고 벽지가 찢어지고 가구가 무너진다. 근본적으로 기둥이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하는데 매번 가구 고치고 벽지만 바르는 것과 같다.



피코코리아 이상진 원장이 3월 27일 경기도 부천시 경기콘텐츠진흥원 피코코리아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기존 제품과 이번에 보급형으로 나온 신제품의 차이를 설명해달라


: 2018년 출시했던 피코밴드는 20만원 내외다. 제품을 생산할 때, 우리도 특허(라이센스)를 주고 사는 것이 있다. 제조 자체도 그렇고 공정도 복잡해 고가를 피할 수 없었다. 저가로 잡으면 도저히 생산성이 맞지 않아 고가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출시 초반, 판매 타깃을 골프 쪽으로 잡은 면도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손목 때문에 고생하는 젊은 친구들이 접근하기에 가격적으로 너무 부담이 됐다. 조사를 해보니 건강 보조기가 3만원 이하면 어렵지 않게 구매한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그래서 작년부터 깊이 고민한 끝에 2만원 대 보급형 출시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젊은 친구들이 가격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고 우리 제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아르바이트 할 때도 손목을 심하게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런 친구들에게 더 빨리 이 피코밴드를 안겨주고 싶었다. 젊은 친구들이 쓰면서 효과를 공유하고, 그래야 우리 제품도 더 널리 알려지지 않겠나.


사실 현대인들은 손목이 아플 수밖에 없다. 해부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반대 방향으로 손을 쓰고 있다. 노트북을 할 때도 그렇고. 젊은 친구들이 아이스크림을 푸거나 커피 탬핑하는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고 있는데 손목 통증을 피하기 어렵다. 젊은 친구들 중에서도 여자들의 손목이 정말 약하다.


그런데 우리 제품 같은 경우, 젊은 친구들은 처음에 꽉 조이는 느낌이 덜하니까 ‘별 효과 없는 것 아니냐’라며 안 쓰는 경우도 있다. 손목에 강하게 감겨야 느낌이 오는데 그렇지 않다보니 나오는 반응이다. 그만큼 꽉 조이는 손목 보호대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하루 이틀 착용하고도 효과를 체감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럴 때 우리는 ‘꼭 일주일은 방법에 맞게 착용하면서 기다려보라’라고 말씀드린다.



피코코리아 이상진 원장이 3월 27일 경기도 부천시 경기콘텐츠진흥원 피코코리아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 피코밴드에 대한 전반적인 반응은 어떤가


: 출시 초기에 저를 만나면 물건 판매하러 온 사람으로만 보더라(웃음). 이해한다. ‘당신이 골프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골프 손목 보호대 개발을 말하나’라는 반응도 있었다. 골프 의학 관련 칼럼을 써도 ‘골프를 전혀 모르시는 분인가’라는 댓글도 있었다. 그랬던 분이 5~6년 지난 뒤 저에게 글을 다시 보내왔더라. ‘계속 보다보니 원장님처럼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칼럼도 없다.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다. 초기에는 워낙 그런 댓글이 많아 어떤 분이 어떤 댓글을 달았는지 기억도 못했지만, 골프 의학 쪽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예전에는 홍보를 하러 다녔는데 지금은 문의를 해오고 먼저 찾아오는 선수들이나 고객들이 많아졌다. 그런 분들이 또 저를 더 찾는 이유가 정형외과 전문의라는 신뢰도 때문이다. 어려운 질문에도 의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답을 드린다. 온라인 상으로 제품에 대한 문의와 함께 치료와 관련된 질문을 하셔서 답을 해드리면 많은 분들이 “몇 년 동안 병원을 다녀 봤는데 이렇게 시원하고, 세밀하게 가르쳐주신 분은 처음이다”라고 말한다. 그런 신뢰도와 만족도가 쌓이다보니 많은 분들이 피코밴드를 인정하고 있다.


신제품 반응도 괜찮다. 와디즈에서 우리 쪽으로 몰리면서 같은 시기 경쟁한 다른 보조기들이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았다. 우리는 1억 4000만 원대에 가까운데 어떤 업체는 100만 원도 넘지 못했다. 하필 우리와 붙어서. 그 정도로 관심이 높다.



- 피코밴드를 손목에 착용하는 선수들이나 일반인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사용자가 있다면?


: 손목이 너무 아파 골프를 그만두려 했던 선수들이 피코밴드를 차고 다시 일어나 LPGA나 KLPGA에서 우승한 경우도 있다. 정말 뿌듯했다. 탁구·테니스 등 다른 분야 선수들도 있다. 그들이 포기하려고 할 때, 제가 만든 손목 보호대로 인해 통증이 완화되고, 부상을 예방하면서 선수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볼 때 정말 흐뭇하다.


운동선수 뿐만 아니라 가야금 연주자도 있다. 여러 곳에서 치료를 했는데 도통 손목이 회복되지 않아 작년에 저를 찾아왔다. 그런데 우리 손목 보호대를 차고 많이 회복됐고, KBS 국악대상까지 수상했다. 너무 고맙다고 하는데 저도 참 고맙고 뿌듯하다.




-골프의학과는 절대 뗄 수 없는 분이다. 골프로 인한 부상을 방지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 부상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골프 연습장에 있는 매트다. 서양에서는 골프로 인한 손목 부상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주로 천연잔디에서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유명한 프로선수들도 대부분 연습장에서 쳐야 하는 환경이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골프 연습장 매트를 사용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골프 경력이 20년 정도 되는 사람들은 다 이해하고 기억하실텐데. 과거에는 골프를 칠수록 매트에 홈이 파이거나 매트가 하얗게 변했다. 그러면 손님들이 ‘바꿔달라’고 컴플레인을 늘어놓는다. 연습장 사장들은 돈 들어가니까 아무래도 외면을 했고.


그런데 이제는 그런 상황을 접하기 어렵다.많이 치는데도 골프 연습장 매트가 하얗게 변하지도 않고, 컴플레인도 없다. 그만큼 매트가 질겨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질겨진 매트를 놓고 골프를 치는 것은 부상을 불러올 수 있다. 매일 연습장에서 골프 연습을 해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치명타다. 요즘에는 부드러운 골프 매트도 많다. 그래서 제가 선수들에게 ‘개인용으로 (부드러운)매트 2개씩 챙겨 다녀라’고 당부한다. 굉장히 중요한 얘기다. 선수뿐만 아니라 주말 골퍼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다.



피코코리아 이상진 원장이 3월 27일 경기도 부천시 경기콘텐츠진흥원 피코코리아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교통사고 악재를 딛고 일어나 의사는 물론이고 이제는 사업까지 일구며 더 넓은 길을 개척하고 있다. 사고 후유증이나 통증 등으로 몸 상태가 불편해 실의에 빠져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도 많다. 그분들에게 조언 부탁한다.


: 포기하지 말고 죽기 살기로 전진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무조건 목표를 잡고 가면 목적지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지혜롭게 가야 한다. 바른길, 정답을 찾고 그 방향으로 전진해야 한다. 크게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잘못된 답을 들고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운동과 건강에 대한 정보가 쏟아진다. 그런데 다 정확한 정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말도 안 되고틀린 내용도 정말 많다. 그런 정보를 듣고 상태가 더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제가 임원으로 있는 어깨 치료 분야만 해도 굉장히 복잡한 구조다. 10년 이상을 연구해도 어려워 관련 지식과 정보를 신중하게 올린다. 온라인 상에 난무하는 정보들을 보면 가볍고 오류가 많다. 자극적인 내용에 현혹되지 말고 꼭 신뢰도 있는 전문가로부터 답을 얻고 지혜롭게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확실한 답을 들고 죽기 살기로 극복하겠다는 마음을 먹는다면 못 할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제가 그렇게 해왔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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