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천재’ 5할 쳤던 오타니, 도박 연루 의혹 이후 연일 헛방망이
입력 2024.03.28 11:34
수정 2024.03.28 11:37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전 통역사 불법 도박 연루설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가운데 시범경기에서 무안타 침묵을 이어갔다.
오타니는 27일(한국시각) 미국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4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LA 에인절스전에 2번 타자(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2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물러났다.
오타니는 ‘친정팀’ 팬들 앞에서 헬멧을 벗고 인사했고, 팬들도 오타니에게 박수를 보냈다. LA 에인절스는 오타니가 데뷔해 6시즌 뛴 팀이다. 데뷔 당시 우려 속에도 ‘투타겸업’을 보장했고, 오타니는 두 차례나 만장일치 MVP에 선정될 만큼의 활약으로 화답했다. FA 자격을 얻은 지난해 겨울 오타니는 다저스와 프로 스포츠 역사에 남을 계약(10년 7억 달러-약 9448억원)을 맺었다.
친정팀 팬들 앞에서 모처럼 환한 표정을 지었지만, 오타니의 속은 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오타니는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전 통역사 미즈하라의 불법 스포츠 도박과 관련된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카메라 촬영과 취재진 질문을 불허한 가운데 오타니는 "미즈하라가 도박 중독으로 인한 빚을 갚기 위해 내 계좌에서 돈을 훔쳤다"며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 나는 그의 계획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미즈하라의 도박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MLB 서울시리즈 첫 경기(20일) 이후 클럽하우스 팀 미팅 때"라며 "나는 결코 불법 도박을 하지 않았다. 내가 도박(베팅)을 하거나, 야구나 다른 스포츠 이벤트에 돈을 걸거나 부탁한 적도 없다. 내 계좌에서 누군가에게 송금을 요청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입장을 밝혔지만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현지언론들은 “오타니 계좌에 통역사인 미즈하라 잇페이가 접근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고, 60억 이상의 거액이 이체됐는데 ‘몰랐다’고 답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의구심을 품고 있다.
논란에 따른 여파인지 오타니는 최근 세 차례 시범경기에서 무안타 침묵 중이다. 26~27일 다저스타디움서 펼쳐졌던 경기부터 이날 경기까지 6타수 무안타 3삼진을 기록했다. 로버츠 감독은 “시범경기 성적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이런 침묵은 이례적이다.
오타니는 지난 20~21일 한국에서 펼쳐진 ‘2024 MLB 서울’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정규시즌 개막 2연전을 치렀다. 2경기에서 오타니는 10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20일 1차전은 안타 2개를 뽑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첫 경기 후 클럽 하우스 팀 미팅 때 미즈하라 도박 사실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밝힌 오타니는 공교롭게도 이튿날 펼쳐진 2차전에서는 중요한 찬스마다 범타로 물러났다. 시범경기 성적이지만 미국에서 타율 5할을 찍고 있던 것을 떠올릴 때, 오타니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미국 본토로 돌아온 이후에도 안타가 없다.
개막을 하루 앞두고 있는데 오타니를 지켜보는 구단이나 팬들도 초조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