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초대형 스팩 합병 ‘골치’…하나證 성공할까
입력 2024.03.20 07:00
수정 2024.03.20 07:55
기업가치 다섯 차례 하향...상장 완주 의지
소액주주 반발 등 협상 과정 난이도 높아져
증권사들의 초대형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상장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하나증권이 ‘국내 1호 메가스팩’ 합병 타이틀에 도전한다. 공모금액이 400억원에 달하는 하나금융25호스팩과 피아이이의 대형스팩 합병이 성사될지 관심이 모인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차전지 장비 검사 기업 피아이이는 지난 15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하나금융25호스팩과의 합병비율을 종전 1대 1.2124151에서 1대 1.4852220으로 변경했다.
1주당 합병가액 역시 8248원에서 6733원으로 조정됐다. 이를 기준으로 산출된 시가총액은 2703억원 수준이다.
시장에선 주관사인 하나증권과 피아이이가 메가스팩 합병의 첫 성공 사례를 쓸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메가스팩은 공모금액 300억원, 공모가 1만원 이상의 대형스팩을 말하며 현재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대형스팩은 하나금융25호스팩이 유일하다.
피아이이는 지난해 5월 하나금융25호스팩을 흡수 합병하기로 결정한 뒤 다섯 차례에 걸쳐 기업가치를 하향 조정했다. 스팩 주주들이 피아이이 기업가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초 4888억원이었던 기업가치는 2700억원대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고평가에 대한 스팩 주주들의 불만은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합병상장 예심 승인 이후 하나금융25호스팩의 주가는 여전히 공모가(1만원)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1만578원)을 밑돌고 있고 전날인 19일에는 9800원에 마감했다.
스팩 주주는 합병에 반대하면 회사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가 해당 기업에 보유주식을 매수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며 기업이 제시한 매수가격이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다. 스팩 주주로서는 합병에 반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피아이이와 하나증권은 여러 차례 기업가치를 끌어내리며 국내 첫 메가스팩 합병 상장을 위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다음달 1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대형스팩들의 합병 사례가 전무하다는 것과 주가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큰 부담이다. 공모금액 700억원의 미래에셋드림스팩1호와 공모액 400억원의 삼성스팩8호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각각 9640원, 9790원으로 공모가(1만원)보다 낮다.
지난달 골프 시뮬레이터 기업 크리에이츠가 NH스팩20호와 합병 상장을 앞두고 있었으나 이를 철회한 것도 메가스팩 합병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다. 크리에이츠 역시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논란 속에 스팩 주주 상당수가 합병에 반대 의사를 표하면서 매도에 나선 탓이다.
이에 NH스팩20호의 주가는 연초 이후 공모가(1만원)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1만580원)을 밑도는 9500~9600원 수준에 머물다가 크리에이츠가 상장 철회를 공시한 다음날인 지난달 22일 종가 1만170원을 회복했고 이후에도 1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21년 5월 공모금액 960억원에 달하는 NH스팩19호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킨 뒤 그해 10월 코스닥에 공모액 400억원의 NH스팩20호를 상장했다. 그러나 NH스팩19호는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면서 올해 초 상장 폐지됐고 NH스팩20호도 상장 폐지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팩은 상장 3년 안에 합병에 실패해 청산되더라도 원금과 이자를 돌려준다”며 “향후 주가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 경우 합병에 반대하거나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철회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