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인정='컷오프', 부정='경선 직행'…野, 공천 '고무줄 잣대' 논란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4.03.04 06:00
수정 2024.03.04 06:00

각종 범죄의혹 재판 중인 이재명은 '단수공천'

금품 수수 의혹 기동민 '컷오프', 이수진 '경선'

이재명, 노웅래 '컷오프'에 "혐의 인정이 문제"

"인정 여부가 공천 잣대? 당대표의 내로남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4·10 총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내 불공정한 공천 심사 기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간 민주당이 수시로 강조하던 '시스템 공천'이 미리 짜여진 각본처럼 계파간 공천 판단 잣대가 달리 적용되면서다. 당내 혼란과 반발이 지속되는 가운데 공천을 둘러싼 내분이 총선까지 수습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이른바 '고무줄 잣대'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공관위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비명계에 불리하고, 친명계에 유리하도록 공천 시스템을 좌우하고 있다는 의구심에서다.


이미 공천 시작 전부터 당내에선 비명계 위주의 컷오프(공천배제)를 예상하는 기류가 형성됐지만, 실제 공천 과정에서 범죄혐의를 받는 현역 의원들에 대한 판단 기준이 노골적으로 달리 적용되면서 그간 자부하던 '시스템 공천'의 허상이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보이지 않는 손'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풍문까지 도는 실정이다.


논란의 중심엔 이재명 대표가 있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 각종 혐의로 일주일 평균 2회씩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는 공관위에서 인천 계양을에 '단수공천'을 받았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이 대표의 단수공천 배경에 대해 "(다른 예비후보들과) 점수 차이가 워낙 많이 났다"며 "다른 예를 비춰봐도 충분히 단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공관위원 전원이 쉽게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관위 관계자는 공관위의 이 대표 단수공천 결정 전인 제8차 경선지역 발표에서 '이 대표도 여러 혐의를 받고 있는 만큼, 당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도 전략지역구로 결정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내 선에서 답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 같다"고 일축했던 바 있기도 하다.


반면 금품수수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기동민(서울 성북을)·노웅래(서울 마포갑) 의원은 공관위가 전략선거구로 지정해 전략공천관리위원회로 넘기면서 사실상 공천에서 컷오프(공천배제) 됐다.


컷오프(공천배제)에 반발해 무기한 단식 농성 중이던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컷오프에 반발해 국회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이던 노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당이 자랑하는 공천 시스템에 허점이 있었고, 그 허점을 악용하면 시스템이 변질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특정인이 공천을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제도화하는 데 앞장서는 일을 최대 과업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라임 사태 주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양복을 받은 혐의로 컷오프된 기동민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3월 당무위원회는 이재명 대표와 나, 그리고 이수진(비례대표) 의원에 대한 기소가 정치 탄압이라는 결정을 내렸다"며 "당의 결정과 약속이 무시됐다. 누구는 되고, 기동민은 안 된다고 한다. 도대체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공관위 결정에 반발했다.


기 의원의 반발과 공관위의 이중잣대 논란은 임 공관위원장이 '라임 로비 의혹'과 관련, 자신과 같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의원에 대해선 '2인 경선'을 결정하면서 불거졌다.


임 위원장은 같은 사건에 연루된 이 의원과 기 의원에 대한 판단을 달라진 데 대해 "기동민 의원은 혐의를 인정했고, 이수진 의원은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명계로 꼽히는 기 의원과 친명 호소인으로 거론되는 이 의원에 대해 혐의 인정 여부를 공천 기준으로 삼았다는 취지다.


실제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노 의원에 대해 "본인이 (혐의를) 인정하고 계셔서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 중인 당대표 스스로 '혐의 인정 여부'를 컷오프 기준으로 제시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당내에서는 이같은 공천 기준이라면 이 대표가 단수공천을 받은 배경도 납득이 된다는 냉소가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전략선거구로 지정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의 '혐의 인정 여부' 발언이 공천 컷오프 기준이 됐고, 이는 각종 사법리스크에 처한 당대표의 내로남불"이라며 "'이재명 방탄당'이란 오명을 썼던 지난 2년은 이번 공천 과정에서 당대표에 대한 충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살생부 완성의 시간이었다"고 비판했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