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면 대박…200조 로봇 시장 뛰어든 삼성·현대차·LG
입력 2024.03.02 06:00
수정 2024.03.02 06:12
차세대 산업으로 로봇 점찍은 기업들…기계 장치부터 SW까지 생태계 구축
AI·클라우드 기술 융합으로 더 똑똑해진 로봇…민·관 공동 R&D 및 투자 필요 제기
# 클로이 가이드봇이 전망대를 방문한 고객에게 주변 관광지를 소개한다. 박물관과 미술관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전시 작품 설명은 물론 함께 기념사진도 촬영한다. 도움이 필요한 고객들을 위한 수어 서비스도 제공한다.
# 고객이 객실에서 주문한 와인과 추가로 요청한 수건은 스스로 엘리베이터로 이동한 클로이 서브봇(서랍형)이 전달한다. 또 다른 클로이 서브봇(선반형)은 식기에 담긴 다양한 음식을 안전하게 서빙한다. 최대 40kg까지 담을 수 있는 트레이를 활용해 퇴식도 도맡는다.
2030년까지 '폭풍 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로봇 산업을 정조준해 국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현대차·LG 등 주요 기업들은 로봇 회사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최적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국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일찌감치 로봇을 차세대 핵심 분야로 선정하고 기계 장치부터 부품·소프트웨어(SW)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중이다. AI(인공지능), 클라우드 등과 융합해 한층 지능화되고 있는 로봇 산업을 리드하려면 기업 기술 개발과 함께 정부의 연구개발(R&D)·투자 지원이 함께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일 산업계에 따르면 로봇은 크게 산업용 로봇과 제조 로봇 또는 협동 로봇으로 불리는 서비스용 로봇으로 나뉜다.
전통 산업용 로봇이 산업 현장 등에서 사람의 힘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작업을 맡는다면, 서비스 로봇은 설치·시운전이 간편해 공정 변경이 용이하다. 의료, 물류, 소셜, 안내, 청소, 군사, 자율주행 등 각 분야의 업무와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된다.
국제로봇연맹(IFR)은 서비스 로봇 시장이 2021년 362억 달러에서 2026년 1033억 달러로 3배 가량 뛸 것으로 예상했다. AI(인공지능), 자율주행, 클라우드 기술 고도화에 따라 성장 속도는 이 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
차세대 성장 동력인 로봇 산업의 시장성을 일찌감치 포착한 주요국들은 적극적으로 기술 투자,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미국은 5년 단위로 범부처 사업인 '국가로봇이니셔티브'를 실시해 로봇 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독일은 로봇 핵심 기술 내재화를 위해 여러 R&D를 추진중이다. 일본 역시 매년 범국가 차원의 성장전략으로 로봇을 밀고 있다.
국내 기업 역시 이 같은 산업 성장세에 발맞춰 관련 기술 개발 및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구체적으로 로봇 기업 인수합병(M&A)·지분 참여, 기존 사업 모델에 로봇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로봇 투자를 늘리는 모습이다.
신성장동력으로 로봇을 강조해왔던 삼성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204'에서 AI 집사 로봇 '볼리'를 깜짝 공개했다.
공 모양으로 굴러다니는 볼리는 탑재된 카메라로 스마트싱스와 연동된 기기를 자동으로 인식·연결해 사물인터넷(IoT) 환경을 설정하고 집을 안전하게 관리한다. 아이와 반려동물 등을 살피는 역할도 한다.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봇핏(EX1)'도 올해 베일을 벗을 전망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지난 1월 CES 간담회에서 "보행 보조 로봇은 실버 타운, 피트니스, 필라테스 등 B2B(기업간 거래) 시장 중으로 판매 중"이라며 "봇핏 사업을 가다듬고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봇핏을 내놓는 것을 계기로 돌봄 로봇 등 다양한 성격의 판매용 로봇 라인업을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투자로 업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로봇 플랫폼 기업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와 로봇 핵심 부품 내재화 기술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사에 대한 삼성전자 지분율은 15%다.
현대차그룹은 5대 핵심 사업 중 하나로 로봇을 선정하고 2025년까지 로보틱스 분야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일환으로 미국 로봇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80%)를 2020년 약 1조원에 인수했으며 2022년 8월에는 미국 보스턴 케임브리지에 로봇 AI 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소는 로봇 AI 플랫폼을 판매하는 자체 수익화 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중장기 목표로 두고 있다.
같은 해 12월 전동화,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배송 서비스 로봇을 개발하고 시범 서비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PnD 모듈에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이 서비스 로봇은 최적화된 경로를 스스로 찾아 물건을 배송한다.
올해 CES에서는 2021년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물류 상하차 로봇 ‘스트레치(Stretch)’가 바닥에 놓인 상자를 운반하는 등 자율주행 로봇의 기술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일찌감치 로봇을 미래사업의 한 축으로 삼고 호텔, 병원, F&B(Food and Beverage, 식음료) 등 다양한 공간에 최적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선보이며 로봇 사업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LG전자의 로봇 사업은 크게 상업용과 산업용으로 나뉜다.
상업용 로봇은 LG 클로이로 대표되는 안내로봇, 배송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주로 호텔, 레스토랑, 공항 등의 상업 공간에서 고객에게 기존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로봇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은 LG전자의 제조 공장을 비롯해 국내외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활약 중이다. LG전자가 지난 2018년에 인수한 로보스타의 대표 로봇인 ‘로봇팔’, 물류 창고 등에서 대량의 물건을 운반하는 데 특화된 LG 클로이 캐리봇(CLOi CarryBot) 등이 대표적이다.
두산은 2015년 협동로봇(서비스 로봇)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두산로보틱스를 설립했다. 2017년 4개 모델 양산에 성공했으며 현재는 13개 모델을 보유, 국내 협동로봇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두산에서 만드는 협동로봇은 용도에 따라 M, A, H, E 시리즈 등으로 나뉜다. 가장 최근 선보인(2023년 4월) E시리즈는 식음료(F&B) 산업에 특화된 협동 로봇으로 우수한 가격 경쟁력, 안정성 및 위생 수준을 갖췄다.
두산로보틱스는 향후 제조업 생산현장 뿐 아니라 물류, 서비스, 의료용 등 협동로봇 적용 가능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전략 아래 지난해 10월에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두산로보틱스는 공모자금 대부분을 2026년까지 ▲AMR, 비전인식, AI 등 기타 주변기술 기업 인수 및 투자 ▲수원공장 증설, 제2공장 신설 등 생산시설 투자 ▲로봇 팔(Arm), 신규 솔루션 등 연구개발 ▲해외사업 강화 등에 사용할 방침이다.
서비스 로봇 시장은 대기업 외에도 여러 핵심 기술을 갖춘 알짜기업이 활약할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장애인 보행 보조나 수술 지원 등 헬스케어 영역부터 카페, 식당을 비롯해 가정 등 일상의 영역까지 전방위적인 로봇 대중화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기대다.
코스닥 기업 베노티앤알은 장애인 보행 보조 및 재활 로봇 ‘엑소모션(XoMotion)’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엑소모션은 사람의 하체 관절의 움직임을 구현해 하반신 마비 장애인의 독립적인 보행을 지원하는 웨어러블 로봇이다.
착용자가 스스로 균형을 잡고 걷도록 지원해 1세대 보행 보조 로봇들과 달리 스틱 등 별도의 보조 기구 없이 핸즈프리 상태로 걸을 수 있다. 의료로봇 전문기업 큐렉소는 수술 로봇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로봇 '큐비스-조인트', 척추 수술로봇 ‘큐비스-스파인’ 등이 대표 제품이다.
차세대 산업으로 성장중인 로봇에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과 투자가 늘어나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 뿐 아니라 정부도 적극적으로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은 로봇산업 글로벌 강국 도약을 목표로 제조로봇, 서비스로봇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기술 사업화, 창업지원, 인력육성 등의 부문에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글로벌 로봇산업 지형 변화 및 국내 정책 대응 방향' 보고서를 통해 "국산 로봇의 국·내외 시장을 추가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완제품 제조역량 강화와 함께 부품, SW의 핵심기술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며 "정부와 산업계의 긴밀한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