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70% 병원 떠나고…의대생 46% 휴학신청 하고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4.02.21 21:11 수정 2024.02.21 21:12

20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전공의 8816명 사직서 제출

복지부, 전공의 6112명에게 업무개시명령…전체 1만3000여명의 절반 수준

법무부, 의료현장 복귀 않고 집단행동 주도할 경우 구속수사 원칙…강제수사 활용

20일 오후 6시 기준 의대생 7620명 휴학 신청…전국 40개 의대 중 27곳서 집단휴학

지난 20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대생이 휴학 신청서 여러 장을 들고 의사 선배를 따라가고 있다.ⓒ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대해 의료계 반발이 거센 가운데 전공의의 70%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생들의 동맹(집단)휴학도 본격화하며 46% 이상의 의대생들이 휴학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날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공의의 71.2%인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 100개 병원에는 전체 전공의 1만3000여명의 약 95%가 근무하고 있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63.1%인 7813명이다. 전체 전공의의 3분의 2가 의료 현장을 떠난 것이다.


복지부가 현장점검에서 이탈을 확인해 업무개시(복귀)명령을 내린 전공의는 6112명으로, 전체의 절반 수준이다. 앞서 복지부는 이미 715명에게 명령을 내렸는데 여기에 더해 5397명에게 추가로 명령을 발령했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계에 집단사직서 수리 급지,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집단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 등의 명령을 내렸다.


전공의들은 전날 밤 발표한 성명에서 의대 증원 계획 백지화를 요구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비대위원장은 전날 언론에 "이 사안이 1년 이상 갈 수도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복지부는 이날 "자신들의 권리를 환자의 생명보다 우위에 두는 의사단체의 인식에 장탄식의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의료인의 기본 소명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으로서, 이를 위협하는 어떠한 집단행동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맞섰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의료계와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 "무엇이 팩트인지에 대해 소통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부는 2000명도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환자를 볼모로 해서 파업을 하는데, 이를 줄이려고 협상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일축했다.


정부는 의료계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이들에 대해 원칙적으로 구속수사를 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법무부, 행정안전부, 대검찰청, 경찰청은 이날 브리핑에서 업무개시명령에도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주동자 및 배후 세력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정상 진료나 진료 복귀를 방해하는 행위도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계속 불응하는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등 법령에 따른 강제수사 방식을 활용해 신속한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그럼에도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가 아무리 자유의사에 기반한 행동을 불법으로 탄압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며 "1명의 의사가 탄압받으면 1000명의 의사가 포기할 것이고, 그 수가 늘어나면 대한민국 모든 의사가 의사 되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강경 투쟁 의지를 재확인했다.


의사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의대정원증원 필수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공의들의 '후배'라고 할 수 있는 의대생과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의 집단행동도 점차 확산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일 오후 6시를 기준으로 총 27개 의대에서 휴학을 신청한 인원은 총 7620명이다. 하루 전인 19일을 기준으로는 1133명이 휴학을 신청했는데, 신청자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19일과 20일 이틀 누적으로는 8753명의 의대생이 휴학을 신청한 상황이다. 이는 전국 의대생 1만8793명(2023년 4월1일 기준)의 46.6%에 달하는 숫자다. 집단 휴학을 한 곳은 전국 40개 의대 중 27곳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구체적인 대학명과 휴학 인원수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화여대, 동국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전남대, 조선대 등에서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에서는 학사 일정을 미루고 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휴학계 철회 등을 설득하고 있다.


휴학계를 제출하지 않은 의대생 사이에서도 수업 거부 등 단체행동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대학 학칙상 휴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의대가 휴학 승인을 위해 학부모·학과장 동의를 요구하는 만큼 이같은 절차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휴학이 승인된 경우는 입대나 유급 등 정부 정책과 전혀 상관없는 30여건에 불과하고, 향후에도 동맹휴학이 승인될 가능성은 작다.


교육부는 학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대학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고등교육법에 따라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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