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 다 누가 대나…70억 챙겨 떠나는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뉴스속인물]
입력 2024.02.18 11:32
수정 2024.02.18 12:06
클린스만, 독일 대표팀 스트라이커로 명성…지도자 변신한 뒤로는 전술부재·재택근무 혹평만
대표팀 선임 과정서도 우려 제기…클린스만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서 한국 상주는 당연하다"
부임 후 6개월간 한국서 고작 67일 상주…아시안컵 부진 '손흥민·이강인 불화'로 책임전가
한국 축구 역사상 최단기간 경질 외국인 감독 불명예…2년6개월 잔여 연봉 및 위약금 70억 추정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결국 부임 11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놨다. 부임 당시부터 큰 우려를 낳았던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단기간 내 경질된 외국인 사령탑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1964년생인 클린스만 감독은 1981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키커스에 입단해 축구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인테르나치오날레, AS모나코 FC, 토트넘 홋스퍼 FC, 바이에른 뮌헨 등 유명 클럽에서 활약했다. 특히 독일 대표팀 공격수로 A매치 108경기에서 47골을 기록하며 세계적인 골잡이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한 뒤로는 호평보다는 혹평을 훨씬 많이 받았다. 2004년 독일 대표팀, 2011년 미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그는 전술부재·재택근무 논란 등으로 축구계의 비판을 받았다. 또한 헤르타 베를린 부임 단 10주 만에 SNS로 사임 발표를 하고 야반도주를 하는 기행을 벌였다. 독일의 전 축구선수 필립 람은 자신의 저서전에 "전술적인 지시는 거의 없었고 선수들은 경기 전 우리가 어떻게 경기를 하고 싶은지를 토론하기 위해 알아서 모여야 했다"고 적기도 했다.
이같은 우려는 한국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제기됐다. 국내 언론을 비롯해 외신도 이 점을 주목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3월 클린스만 감독과 계약했다. 계약기간은 2026년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까지 3년 5개월. 이 계약에는 경질시 잔여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언론을 통해 알려진 클린스만 감독의 연봉은 우리 돈 29억원 안팎이다.
이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대표팀 감독 취임 일성으로 "나는 한국 대표팀 감독이라 (한국에) 상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감독 부임 후 6개월간 한국에서 보낸 시간은 고작 67일에 불과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줌(Zoom)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대표팀 감독의 업무는 국제적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술 부재에 대한 지적도 임기 내내 계속됐다.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을 해외파 선수들을 주축으로 역대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은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4강 탈락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심지어 대회 내내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력을 보여줘 아쉬움을 남겼다. 이런 가운데 4강 요르단전 전날 저녁 손흥민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중심으로 선수들 간 내분이 있었던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력과 선수관리능력 등에 대한 비판은 더욱 가중됐다.
영국 매체 ‘더 선’과 국내 언론 등 보도에 따르면 이강인은 ‘'시합 전날 탁구를 치지 말고 식사를 하자'라는 손흥민 지시에 격분해 그에게 주먹을 날렸다. 이강인에게 폭행당한 손흥민은 이후 몸싸움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손가락 탈구 부상을 입었고 이 상태로 4강전에 출전해야 했다. 이후 이강인은 SNS를 통해 "제가 형들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실망시켜드려 팬들게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국민적 비난여론에 직면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5일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아시안컵 부진의 이유로 '선수 간 불화'를 언급했다. 대표팀 감독이 선수들 뒤에 숨어 책임을 돌리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회의 참석 1시간여 만에 퇴장했다.
결국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긴급 임원회의를 연 뒤 기자회견을 갖고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같은 날 SNS를 통해 "모든 선수와 코치진, 모든 한국 축구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전 전까지 지난 12개월 동안 13경기 무패 행진과 함께 놀라운 여정이었다”고 적었다.
부임 당시부터 큰 우려를 낳았던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단기간 내 경질된 외국인 사령탑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래도 거액의 위약금은 챙기게 됐다. 계약기간 2년6개월을 남기고 경질된 클린스만 감독은 잔여 연봉 및 위약금으로 약 70억 원을 가져갈 것으로 추정된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 경질로) 금전적인 부담이 생긴다면 회장으로서 재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