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스테이트 '광진갑'…여야는 지금 '눈치싸움' 중 [서울 바로미터 이곳 ⑨]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4.02.09 06:00
수정 2024.02.09 06:00

15대~18대까진 '보수-진보' 번갈아 광진갑 차지

19대 이후엔 야권 강세…현역 전혜숙, 재선 성공

20대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선 '국민의힘' 압승

정치지형 변화 주목…野 내부 경선 잡음도 눈길

서울 광진갑을 지역구로 둔 현역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22대 총선에서 광진갑 예비후보로 나선 김병민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오른쪽) ⓒ데일리안DB

서울 '광진갑'은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다. 스윙 스테이트란 보수와 진보당을 향한 지지율이 마치 그네(Swing)처럼 오락가락하는 지역을 의미한다. 광진갑이 스윙 스테이트라는 증거는 성동을에서 분리돼 처음 신설돼 치러진 1996년 15대 총선 이후 결과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5대 총선에서 광진갑에서 당선된 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김상우 전 의원이었다. 직전(14대) 이 지역에서 당선됐던 조세형 전 민주당 의원의 기세를 이어받아 같은 야권 계열의 강세가 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회의는 15대 총선에선 총 79석을 획득하면서 139석의 신한국당에 참패하고 만다.


2000년에 열린 16대 총선에선 보수당인 한나라당이 광진갑을 점령했다. 그 주인공은 김영삼 전 대통령 보좌관 출신인 김영춘 전 의원이었다. 향후 해양수산부 장관과 국회사무총장을 지내게 되는 김 전 의원은 직전 선거에서 치러졌던 YS계(김영춘) 대(對) DJ계(김상우)의 양김 대리전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광진갑에 처음으로 보수당의 깃발을 꽂았다.


다음 선거인 17대 총선(2004년)에선 김영춘 전 의원이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당적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창당한 열린우리당으로 바뀐 채로였다. 김 전 의원이 광진갑 수성에 성공하면서 열린우리당은 17대 총선에서 152석으로 과반을 넘기며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특히 열우당은 서울에서만 32석을 석권하고 경기도에선 35석을 가져가는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18대 총선(2008년)에서 광진갑은 다시 뒤집혔다. 3만3255표(53.77%)를 얻은 권택기 전 의원이 한나라당 소속으로 이 지역에서 당선된 것이다. 광진갑의 탈환에 힘입어 한나라당은 18대 총선에서 153석을 차지하며 과반을 넘기는 압승을 거뒀다. 직전 총선과는 달리 서울에서 40석, 경기에서 32석을 가져오며 경쟁 상대였던 통합민주당에 설욕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보수당과 진보당이 의석을 주고받는 모습은 19대 총선(2012년) 이후 자취를 감추게 됐다. 김한길 전 의원이 19대 총선에서 광진갑에서 당선됐고 이후 현역이기도 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대·21대 총선에서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보수당은 20대(새누리당)과 21대(미래통합당) 모두 광진갑에서처럼 전체 선거에서도 패배하고 말았다. 이 같은 역사를 가진 광진갑은 전체 선거의 바로미터로 불리기도 한다.


오는 4월 10일 치러질 선거에서도 거대 양당의 재대결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선거만 놓고 보면 분위기는 국민의힘쪽으로 기운 모양새다. 지난 2021년 4월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광진구는 오세훈 시장에게 9만8620표(56.69%)를 몰아줬다. 당시 박영선 후보가 얻은 인 6만9179표(39.77%)과는 2만9441표(16.92%p) 차이가 났다.


이후 2022년 대선에서도 광진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11만3733표(48.82%)를 몰아줬다. 10만9922표(47.19%)를 얻은 이재명 현 민주당 대표보다 3811표(1.64%p)가 더 많았다. 이후 열린 6·1 지선에서도 광진구는 오세훈 시장에게 9만734표(58.31%)를 줬다. 당시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6만2217표(39.98%)를 얻는데 그쳤다.


지난 2020년 4월 2일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광진을 지역구에 출마했던 당시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가 광진구 자양사거리에서 김병민 미래통합당 광진갑 후보와 함께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에 국민의힘 입장에선 광진갑 탈환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변형된 정치지형에다 지난 선거에서 선전했던 김병민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이 광진갑 당협위원장을 맡으면서 지역관리에 만전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병민 전 최고위원은 지난 21대 총선(2020년)에서 4만2822표(40.60%)를 득표했다. 현역인 전혜숙 의원이 얻은 5만6608표(53.68%)와는 1만3786표(13.08%p)의 격차였다. 김 전 최고위원은 서울에 출마한 청년 정치인 중 서울 지역에서 40%대 득표율을 넘긴 세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했다. 나머지 둘은 노원병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도봉갑의 김재섭 예비후보다.


또 하나 국민의힘에서 기대해볼 수 있는 이유는 민주당 내부에서 현재 이 지역을 두고 치열한 경선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8일 현재까지 민주당 소속으로 광진갑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는 7명에 달한다. 현역 전혜숙 의원을 필두로 △김선갑 전 광진구청장 △김성수 전 민생경제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문종철 전 서울시의원 △이정헌 전 JTBC 앵커 △오현정 전 서울시의원 △박성오 전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김용한 광진느루길 위원장 등이 예비후보들이다.


이 가운데 전 의원은 민주당 내 비명계로 분류된다. 현재 이재명 대표가 당권을 꽉 쥐고 있는 상황에선 불리한 조건이다. 그런만큼 같은 당 예비후보자 상당수는 친명을 자처하는 상황이다. 특히 오현정 예비후보는 당내 대표적 친명계인 정정래 최고위원을 후원회장으로 모시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선임행정관을 지낸 박성오 예비후보는 지난달 김갑수 전 이재명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부실장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며 친명 색채를 강화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비슷한 색채를 가진 후보가 난립할 경우 단일화에 실패하고 표가 갈라질 가능성이 있단 점에 주목해야 한단 입장이다. 지역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후보가 난립하게 되면 지역 내 조직들이 갈라지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 부분이 제대로 정리가 안 되면 결국 표가 갈라질 수도 있다"며 "아직 경선 결과조차 나오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무소속 출마나 제3지대 출마 등을 단속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한 야권의 강세를 무시할 수는 없다. 특히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에서 부정적 평가가 높게 나오는 만큼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른바 '여당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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