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개선 ‘산 넘어 산’…노조 반대도 한 몫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4.02.06 06:47
수정 2024.02.06 06:47

여소야대 상황에 법 개정 어려워, 올 4월 총선 결과 주목

노조 “근로자 휴일 휴식권 침해” 주장

마트 “연중휴업 특성 감안해야...대체휴일 부여”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에 일요일 정상영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뉴시스

정부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 개선 방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법 개정은 물론 규제 개선을 반대하는 노동조합 설득까지 산적한 과제 많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하는 원칙을 폐기하기로 했다.


대형마트는 지난 2012년부터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 월 2회 문을 닫고 있다.


마트 인근의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것이었는데 갈수록 온라인 유통 비중이 확대되면서 유명무실한 규제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맞벌이 부부 등을 중심으로 주말 장보기가 힘들다는 이유 등 소비자 편익을 제한한다는 불만이 크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76.4%의 소비자는 대형마트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도 규제 개선 효과가 실제로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무휴업 규제를 풀기 위해서는 유통산업발전법 등 관련 법안 개정이 필요한데 현재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속도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올 4월 총선 결과가 규제 개선 시점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야당 동의가 필요한 법 개정 보다는 지자체 조례 개정을 통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작년 2월 대구시를 시작으로 5월 청주시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했고, 올 들어서는 서초구가 서울에서 처음으로 의무휴업일을 기존 2·4주차 일요일에서 2·4주차 수요일로 변경해 운영하고 있다.


동대문구도 내달부터 평일로 의무휴업일을 옮길 예정이고, 서울시의회는 현재 관련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 움직임도 감지된다.


전남도의회는 지난 1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 철회 건의안'을 채택했다.


건의안은 지난달 22일 국무조정실에서 발표한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 방침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무휴업일 변경을 반대하는 마트 노조를 설득하는 일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노조 측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옮기는 것은 근로자의 휴식권을 침해하는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22일 성명서를 통해 “대형마트 노동자는 그나마 한 달에 2번 일요일에 정기적으로 쉬면서 경조사에 참여하고 가족들과 여행이라도 갈 수 있게 됐다”며 “의무휴업이 평일로 변경된 노동자는 여가, 가정생활, 사회생활 참여 시간 감소 등 삶의 질이 악화되고 있으며 스트레스를 비롯한 신체적·정신적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는 의무휴업일 외에는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대형마트의 특성 상 공휴일 근무자에게 대체휴일을 부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10여년간 규제로 마트 수가 감소하면서 근로자도 줄었다”면서 “법 개정이나 지자체 조례를 통해 휴일 영업이 가능해져도 근무자에 대한 휴일 보장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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