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패스트 트랙', 법 개정 막혀 '슬로우 트랙' 우려 [1.10 한달 점검①]
입력 2024.02.07 07:01
수정 2024.02.07 07:01
정부가 지난달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인 '1.10 주택공급 확대 방안'(1.10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 가량이 지났지만,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등을 포함한 도심 내 공급 확대 조치 대부분이 법 개정이 필요한 데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재초환법) 통과는 야당 협조 없이는 대책을 추진하기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대책 발표 이후 한 달, 여전히 대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부동산 시장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앞으로 준공 30년이 지난 단지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으로 불리던 안전진단을 사업시행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된다.
정부는 이처럼 사업속도를 가속화하기 위해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는 등 도심공급확대 내용을 담은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지난달 10일 발표했다.
패스트트랙은 준공 30년이 되면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 착수를 허용해 조합설립 시기를 조기화해 사업기간을 최대 3년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안전진단 통과 이후 정비구역 입안이 가능했으나,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아도 정비사업 착수가 가능토록 개선하기로 했다. 노후도가 높은 아파트는 안전진단이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안전진단 기준 개선도 병행한다.
재개발도 노후도 요건을 완화했다. 기존에는 재개발 사업을 허가할 때 노후도 요건 3분의 2 이상 충족, 입안요건 미부합지역은 입안대상지 면적의 10%까지만 편입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을 통해 노후도 요건을 60%(관리지역·재정비촉진지구 50% 이상)로 완화할 계획이다.
현재까지는 정비구역 내 30년 이상 지난 건축물이 전체의 3분의 2(66.6%)를 넘겨야 재개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노후 주택이 60%만 돼도 재개발이 가능해진 셈이다. 입안요건 미부합 지역도 입안대상지 면적의 20%까지 포함한다. 또 공유토지는 공유자 4분의3 동의로도 동의를 인정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이 같은 내용의 1.10대책 하위법령 입법예고 및 행정예고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의지에 기대감이 높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건축 진입문턱 완화로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 선호현상이 높아질 것"이라며 "재개발은 노후도, 접도율, 과소필지 등 재개발 사업요건이 완화되며 소규모 개별 정비사업 진행이 다수 이뤄질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의 주요 정책 대부분이 법 개정이 필요한 문제라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시행령은 정책 진행이 비교적 수월하나, 법 개정은 국회의 영역으로 현 여소야대 구도에서는 야당 동의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그간 정부가 추진했던 1기신도시 특별법이나 재초환법 역시 한 번에 국회를 통과한 적이 없다. 1기신도시 특별법은 법안 발의 1년9개월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지난해 1.3부동산 대책에서 등장했던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 폐지안은 1년이 넘도록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장에서 기대하는 부분도 있지만, 야당 협조 없이는 대책을 추진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야당 측이 집값 급등 등을 이유로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만큼 이번 대책 주요 개정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75층까지 가능한 1기신도시…속도는 '제각각' [1.10 한달 점검②]>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