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갑, '운동권 대모 대 30대 맏아들' 맞대결?…시대정신 시험대 [서울 바로미터 이곳 ③]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4.01.30 06:00
수정 2024.01.30 10:00

직선제 개헌 이후 28년 민주당 아성

김근태 3선 이어 배우자 인재근 3선

'운동권 청산' 기치, 30대 김재섭 도전장

한동훈 '86 청산' 시대정신 바로미터

서울 도봉갑에서 맞대결이 예상되는 인재근 민주당 의원(사진 왼쪽)과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오른쪽) ⓒ뉴시스

서울 도봉갑은 전통적인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인 15대 총선부터 32년 동안 단 한차례를 제외하고 더불어민주당 계열 후보가 7번 승리했을 정도다. 국민의힘 계열 보수정당이 승리한 기억은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불었던 18대가 유일하다.


특히 민주당에 있어 도봉갑은 각별하다. 운동권 대부로 통하는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15·16·17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배우자인 인재근 여사가 이어 19·20·21대 내리 3선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서울 지역 모든 선거구 중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의 표 차이가 가장 큰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 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 2021년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이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압도했고, 2023년 지방선거에서도 오 후보가 크게 앞섰다. 그뿐만 아니라 도봉구청장과 서울시의회, 도봉구의회 모두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22대 총선에서는 아직 공천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난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인 의원과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의 맞대결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대결에서는 인 위원이 13.53%p 격차로 낙승했다. 전국적인 민주당 바람이 불었고, 급하게 공천이 돼 준비 시간이 촉박했던 김 위원장이 할 수 있었던 일은 많지 않았다.


다만 이번 총선은 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지난 4년간 지역에서 착실히 설욕전을 준비했고 전국적인 인지도도 쌓아 올렸기 때문이다. 또한 도봉구 출생으로 지역 밀착형 인사라는 점이 알려지며 주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라는 전언이다. 민주당의 전통적 강세지역이지만 전과는 다른 선거 양상이 예상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70대 여성 대 30대 남성'이라는 구도가 유권자들의 흥미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인 의원이 '엄마 리더십'으로 어필한다면, 김 위원장은 '지역이 키운 아들'로 맞상대가 가능하다. 실제 김 위원장은 "잘 키운 맏아들, 마음껏 부려먹자"는 슬로건으로 인 의원에 정면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관건은 중앙에서의 바람이다. 마침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띄운 '86 운동권 특권 정치 청산'은 도봉갑 상황과 교집합이 상당하다. 다름 아닌 인 의원이 고(故) 김근태 전 의장의 배우자이자 86 운동권 인사들의 대모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이 띄운 시대정신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경우, 민주당 아성인 도봉갑도 흔들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구나 도전자인 김 위원장은 한 위원장이 정치권에 입문하기 전부터 '86 운동권 청산'에 목소리를 내왔던 인물 중 하나다. 국민의힘 이재영 강동을 당협위원장, 이승환 중랑을 당협위원장과 '동북벨트 3인방'을 결성했으며 운동권 청산 목소리를 내며 시대정신을 구축하는 데 역할을 했다. 운동권 인사들을 상대로 전문성을 갖춘 3040 지역 밀착형 인물로 대응해야 한다는 '세대교체 방법론'을 제시했던 게 바로 이들이다.


도봉갑 지역정가 관계자는 "바람은 시대정신과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인물·정당이 합치됐을 때 가장 어려운 지역에서부터 불기 시작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광주 경선에서 1등을 하면서 바람이 불었던 것처럼, 한 위원장이 띄운 시대정신이 바람을 타려면 인물과 구도가 선명한 동북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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