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해진 국민 삶, "노소영 재산분할 청구액 2조…" [데스크 칼럼]
입력 2024.01.19 11:24
수정 2024.01.19 13:28
"여론몰이 중단", "가정 깬 사람 벌"…최태원·노소영 법정 밖 설전
노태우 딸 노 관장 영화 '서울의봄' 흥행에…여론 역풍 '부메랑'
햇수로 8년째 국민 피로감↑…조용히 법원 판결에 맡겨야
"그래서 어떻게 됐어?"
이렇게 한 줄로 정리하면 될 재벌가 이혼 소송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햇수로만 8년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 소송 얘기다. 두 사람의 이혼 절차는 지난 2017년 최 회장이 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시작했다. 지난 2022년 12월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665억원을, 위자료로 1억원을 각각 현금으로 지급하고 이혼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노 관장은 이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다. 노 관장이 요구한 SK(주) 주식이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노 관장은 2심에서 재산 분할 청구 액수를 '주식 1조원어치'에서 '현금 2조원'으로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미디어는 양측의 공방을 마치 경마(競馬) 경기를 중계하듯이 흥미 위주로 전했다. 노 관장도 이를 여론전에 이용하면서 "남의 가정을 깬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이 사람과 동물의 다른 점" 등과 같은 자극적 인터뷰로 판을 키웠다. 온라인 공간에 악성 댓글이 넘치는 상황에서 '좌표'를 찍는 등의 여론몰이를 안 셈이다. 실제 이런 노 관장의 말들은 제3자에까지 전이돼 여론의 호응도 불렀다. 물론 이번 소송은 천문학적 액수가 걸려 있는 데다 최 회장의 혼외자 논란까지 겹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를 고려하더라도 당사자들의 시시콜콜한 내용이 미디어에 불필요하게 노출되는 게 사실이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이 이렇게 난리를 칠 일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결혼과 이혼은 개인들의 사사로운 선택이다. 그래서 당사자 모두 시끄럽게 맞대응하기보다 조용히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예컨대 구글의 공동창업자이자 세계 10위 갑부(자산 116조원)인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는 절친이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불륜 의혹이 제기된 아내와 지난해 조용히 이혼했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그의 아내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도 27년 만에 공식적으로 이혼했지만 약 175조원에 달하는 빌 게이츠의 재산 분할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대중의 관심이 큰 세계 최고의 부자들이지만 개인 의사와 무관하게 사생활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호감도가 낮은 사건들의 관심은 언제든 식을 수 있고 국민 여론은 쉽게 등을 돌릴 수 있는 법이다. 실제 최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12·12 흔적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크게 흥행하면서 노 관장에 대한 여론도 "힘내세요"에서 "아버지의 업보" 등으로 급격히 싸늘해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 관장이 현실에서 승승장구하고 평탄하게 살았다는 사실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12·12 세력과 맞섰던 이들과 후손들의 이후 삶이 평탄치 않았다는 사실과 대비해서 말이다. 재산분할금 2조원은 노 전 대통령의 삶의 궤적과 정치 방향에 따라 형성된 것이라는 '혐의'가 노 관장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문제는 유불리만 두고 다투는 두 사람의 이전투구가 절대다수에게 좌절과 절망을 안긴다는 데 있다. 이미 대다수의 국민은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정보에 노출되며 피로감이 많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최 회장 측이 "더 이상 쓸데없는 소모전으로 시끄럽게 하지 않고, 조용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한 이유다. 더구나 이 문제는 현재 2심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이다.
조용히 판결을 기다리는 것이 작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할 수 있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사회적 책임)다.
재산 분할금을 두고 "주식 1조원", "현금 2조원" 보도가 나오는 사이에 고금리와 집값 상승 등으로 허리가 휘는 서민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그런데도 엄혹한 현실 삶에 지쳐있는 국민이 언제까지 재벌가의 이혼 다툼을 지켜봐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