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련된 방법 없었나'…한동훈의 '김경율 마포을' 공천잡음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4.01.18 00:20
수정 2024.01.18 00:20

서울 신년회서 '김경율' 출마 깜짝 발표

현직 김성동에게 사전 양해 구하지 않아

당협위원장들 "내가 제2김성동 될 수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사실을 신년인사회 때 대중 앞에서 전격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과 대결을 붙이겠다는 것인데, 국민의힘에도 김성동 현직 마포을 당협위원장과도 사전 조율이 없었던 깜짝 발표로 곧바로 '불공정'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 원외당협위원장들은 "내가 제2의 김성동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씁쓸해 하는 분위기다.


한동훈 위원장은 17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 장소로 마포구를 선택했다. 그는 이곳에서 "서울 마포을에 정청래 의원이 있다. 개딸민주주의, 개딸전체주의, 운동권특권정치, 이재명 개인사당으로 변질된 안타까운 지금 민주당을 상징하는 얼굴이 바로 정 의원"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이번에도 어차피 정청래가 될 것이라고 라고 자조 섞인 말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어쩔 수 없지 않다"며 "이번 4월 선거에서 우리 국민의힘 후보로 김경율이 나서겠다고 하기 때문"이라고 김 비대위원을 단상 위로 직접 끌어올렸다.


그러면서 "김경율은 진영과 무관하게 공정과 정의를 위해 평생 싸워왔다. 약자가 억울한 곳에 늘 김경율이 있었다"며 "국민의힘 김경율, 민주당 정청래 중 누가 진짜인가. 김경율은 동료 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살아왔고 그 동료시민의 미래를 위해 뛸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 소개로 마이크를 잡은 김 비대위원은 "우리 당과 한동훈 위원장께서 낡은 시대, 이념을 청산하라는 과제를 주신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며 "상대가 들이댄 잣대를 더 엄정하게 우리에게 들이대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소개하며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마포을 사무국장 항의하다가 끌려 나가


이날 서울 신년회는 국민의힘 소속 서울 지역 국회의원·당협위원장이 모두 모인 자리였다. 이날 면전에서 김 비대위원이 마포을에 출마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은 김성동 마포을 당협위원장도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한 위원장이 무대에서 인사말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었지만, 곧바로 김상한 마포을 당협 사무국장이 "10년 동안 마포를 지켰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당원들이 김 사무국장을 거칠게 끌어내며 행사장에 소란이 일었다.


마포을은 지난 19~21대 세 번 연속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지역으로, 국민의힘에겐 험지 중에 험지인 곳으로 분류된다. 김성동 위원장은 이곳에서 세 번 연속 낙선했다. 가뜩이나 당선이 쉽지 않은 지역구에 김 위원장이 경쟁력이 있는 인물이 아니기에, 이번 총선에서 '선수 교체'는 누구나 예상 가능한 부분이긴 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 측에서 김 위원장에게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고, 이날 '깜짝 발표'로 '공천 잡음'을 일으킨 부분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지역 A당협위원장은 "조금 더 세련된 방법으로 선수교체를 했어야 한다"며 "한동훈 위원장은 이제 막 정치권에 입문한 신인이라 분위기를 잘 모를 수는 있다. 그러면 당이나 주변 참모들이 오늘 같은 잡음이 일어나지 않게 조언을 했어야 한다"고 했다.


씁쓸함과 두려움을 표하는 당협위원장들도 여럿 있었다. B당협위원장은 "김경율 위원의 마포 출마는 당연히 김성동 위원장과 사전에 얘기가 된 줄 알았다"며 "아까 김성동 위원장을 보니 귀가 빨개지고 눈시울도 붉어지더라. 즐거운 마음으로 신년 인사회에 왔다가 정치적 사망 선고를 들은 셈이 아니냐"고 했다.


C당협위원장은 "한동훈 위원장이 정치적 메시지나 공중전에 뛰어난 능력이 있을지는 몰라도, 이런 부분에서 부족한 티가 나는 것"이라며 "이렇게 정리되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면 그게 바로 공천갈등이 되는 것이다. 헤어질 때 밀어낼 때 가장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D당협위원장은 "김성동 위원장이 마포을서 세 번 낙선한 것은 맞지만, 지난번 선거는 오세훈·나경원도 떨어진 선거다. 많은 당협위원장들이 내 일처럼 느꼈을 것"이라며 "경쟁력이 없다고 내치더라도 10년을 고생한 사람에게 예우가 아닌 것"이라고 씁쓸해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참석자들과 시루떡 커팅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동훈 "김경율 공천도 시스템에 이뤄질 것"


한편 한 위원장은 이날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비대위원을 마포을에 전략공천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당내 절차를 당연히 거치는 것"이라며 "도전을 대단히 의미 있게 생각하고 국민들께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서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김 비대위원이 경선에 나서게 된다면, 당대표가 직접 공개 지지 의사를 표해 불공정 경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며 "공천은 시스템에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전날에도 인천시당 신년인사회 차 계양을 찾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출마 시사 발언을 했다. 윤형선 계양을 당협위원장은 이날 "연고 없는 낙하산 공천에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입장문을 냈다. 다만 윤 당협위원장은 원 전 장관이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전날 공천관리위원회에선 '공천룰'을 발표하며, 국민의힘 정당 역사상 최초의 '시스템 공천' 제도 도입을 강조한 터라 당 안팎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했다. 전날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밀실 공천과 담합 공천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며 "원칙적으로 공천은 '경선'으로 진행되며, 전략공천·단수공천 등은 '최소화'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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