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뛰어든 LG, 북미 B2B 영업망 활용해 兆 단위로 키운다

로스앤젤레스(미국) = 데일리안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4.01.15 13:56 수정 2024.01.15 14:18

전기차 충전 시장 2030년 244조원 넘을 것으로

북미 지역 B2B 영업망도 '전기차 충전' 뛰어든 배경

충전 솔루션 사업자로 다른 경쟁사들과 차별화

BS사업본부 소속 'LA BIC' 국내 미디어에 첫 공개

12일(현지시간) LG전자가 LA 금융 및 관광 지구인 벙커힐 지역에 위치한 LG전자 BIC 센터를 국내 미디어에 최초 공개했다. 관계자들이 LG전자의 전기차 충전기를 선보이고 있다.ⓒ임채현 기자

자사 내 가장 큰 B2C(기업소비자간거래) 사업이던 모바일을 접어야 했던 LG전자가 끝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모바일 인력들을 대거 전장 등의 신사업으로 투입한 결과 최근 B2B(기업간거래) 영역이 점차 그 가능성을 보이면서다. 다양한 신사업들이 있지만 최근 가시적인 경쟁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바로 전기차 충전 사업이다.


15일 LG전자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구축한 LG전자의 해외 첫 전기차 충전기 생산 시설이 최근 가동을 시작했다. 연면적은 약 5500제곱미터(㎡) 규모로, 연간 1만대 이상의 충전기 생산이 가능하다. 국내에선 지난해 LG전자의 자회사 하이비차저가 충전기 생산을 시작했지만, 해외에선 이번 텍사스 공장 생산이 처음이다.


LG전자 BS(Business Solutions)사업본부장 장익환 부사장이 CES 2024가 열리는 美 라스베이거스에서 미래 성장 동력의 중요한 축인 전기차(EV) 충전기 사업의 경쟁력과 전략을 설명했다.ⓒLG전

장익환 LG전자 BS사업본부장(부사장)은 11일(현지시간) 'CES 2024'에서 열린 BS사업본부 브리핑에서 "미국 공장은 지난해 말 가동을 시작해 올해 완속-급속 전기차 충전기 라인업으로 확대를 준비중에 있다"며 "북미에선 이제 사업을 시작하지만 많은 거래선이 벌써 사업을 제의 중"이라고 밝혔다. 독일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는 1860억달러(약 244조4000억원)에 달할 전망으로 시장성이 상당히 밝은 시장으로 꼽힌다.


LG전자는 텍사스 공장에서 11kW 완속 충전기를 시작으로 연내 175kW 급속 충전기, 350kW 초급속 충전기 등을 추가로 생산할 계획이다. 11kW 완속충전기는 벽에 부착하거나 세우는 등 자유로운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전력 상황에 따라 출력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부하관리 솔루션도 탑재됐다. 글로벌 안전 인증 기관 UL로부터 전기차 공급 장비 표준인 'UL2594'을 따낸 것은 물론, 미국 환경 보호국의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및 성능 표준(ENERGY STAR®) 역시 인증받았다.


LG전자가 충전기 생산 시설로 텍사스 기지를 낙점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해당 공장이 과거 LG전자가 모바일 사업을 영위할 당시 서비스 공장이었고 각종 물류 및 교통 인프라가 구축돼있어 진입이 수월했던 탓이다. 장익환 부사장은 "보통 공장을 건축부터 들어가려면 3년 정도가 걸리는데, 기존 인프라가 있어 빠르게 진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미국 에너지부(DOE) 발표에 따르면 미국 내 공공 전기차 충전소는 약 14만 개다. 현재 미국 내 판매된 전기차 대비 충전기 보급 비율은 약 18:1 정도로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권고 수준인 10:1에 미치지 못 하는 수준이다. 이는 시장의 60% 점유율을 가진 '테슬라'라는 강적이 있음에도, LG전자가 북미 전기차 충전기 사업과 관련해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미국 정부는 2021년 '국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특별법(NEVI)'를 제정,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 총 50만 개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이어 지난해에는 2032년까지 생산되는 신차 중 전기차의 비중을 67%까지 전환하도록 발표하며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산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현재 LG전자 외에도 북미 전기차 충전 사업에 뛰어든 경쟁 업체들은 속속 생겨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엔 대표적으로 SK시그넷 등이 있다. LG전자는 "경쟁 관계도 있지만 협력을 할 수도 있다"는 관점이다.장 부사장은 "미국에선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하려면 현지 재료비율을 맞춰야 되는데 부품 인프라를 같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같이 공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LG전자는 단기적으로는 '충전기 판매 사업자'로 먼저 시장에 진입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충전 솔루션 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장익환 부사장은 "전기차 충전 산업은 크게 충전기 생산 업체와 충전사업자(CPO)로 나뉜다. CPO 업체들이 많은데, 우리는 충전 관제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 이런 부분이 차별화 지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의 구체적인 목표치는 7년 내 조 단위 사업으로 이를 키우는 것이다. 제품 라인업 구축은 물론 지역 확대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LG전자가 기존 미국에서 상업용 호텔 TV와 디지털 사이니지, 의료 기기 등 B2B 사업으로 이미 구축해 놓은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LG전자가 북미 전기차 충전 사업에 거침없이 뛰어들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다.


실제로 북미 지역은 최근 LG전자가 가장 집중적으로 B2B 역량을 쏟고 있는 최대 시장이다. 현재 회사는 LA를 비롯, 시카고, 애틀랜타, 워싱턴D.C, 뉴저지 등 미국 내 주요 도시에서 B2B 고객이 LG전자의 B2B 제품과 솔루션을 직접 보고 경험하는 공간인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센터(BIC, Business Innovation Center)를 운영 중에 있다.


LG전자는 12일(현지시간) 국내 언론에 공개한 LA BIC 내부.ⓒ임채현 기자

LG전자는 12일(현지시간) 국내 언론에 LA BIC 내부를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LA 금융 및 관광 지구인 벙커힐 지역에 위치한 LG전자 BIC 센터는 704㎡ 규모에 의료, 교육 등 각종 산업군에 특화된 12개 가량의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지난 2022년 개관한 LA BIC는 연간 200개 이상 고객사에서 방문해 다양한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해 왔다.


마이크로 LED,OLED 사이니지 등 차세대 디지털 사이니지 LG 그램, 의료용 모니터, 로봇, 전기차 충전기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이 전시돼 있다. LG전자 측 관계자는 "B2B가 보통 각각의 기업을 상대로 이어지는 거래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연 200개'라는 고객사는 상당히 높은 수치"라며 "LA가 속한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내 중요한 메디컬-헬스케어 시장으로 주요 병원과 의료기기 제조사들의 본사를 비롯해 할리우드 주요 영화 제작사들의 본사 등이 소재하고 있어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