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ETF ‘대혼란’…제도권 진입 기대감은 ‘확산’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입력 2024.01.15 12:48
수정 2024.01.15 12:48

당국 제동에 증권사 혼란…거래 중단 속출

대통령 폭넓은 검토 지시에 변화 조짐 ‘주목’

美 시장 흐름 따를 것…향후 승인 가능성↑

ⓒ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이 국내 증권사의 해외 상장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 위법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시장이 대혼란을 겪고 있다. 다만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이 나서 폭 넓은 검토를 지시하면서 향후 비트코인의 제도권 내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확산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거래 중단 권고로 비트코인 현·선물 ETF 거래를 중단하는 증권사가 속출하는 등 시장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실제로 미래에셋·삼성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기존에 중개 거래해 오던 캐나다·독일 비트코인 현물 ETF의 신규 매수 주문을 받지 않는 등 거래를 중단했다. 이어 KB증권이 업계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 선물 ETF에 대한 신규 매수 제한 조치에 나섰으나 주말에 당국이 선물 ETF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자 거래일 기준 하루 만에 해당 대응을 취소하는 등 업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이번 혼란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0일(현지시각)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소 상장과 거래를 승인한 이후 금융당국이 내린 거래 중단 권고 지침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현행법상 비트코인 현물 ETF가 금융투자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 결과 온라인 투자자 게시판에는 ‘시대를 역행하는 쇄국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2021년 2월 캐나다를 시작으로 독일·호주·브라질 등 주요국에서 비트코인 ETF가 상장됐을 당시 금융당국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번 미국의 비트코인 ETF 승인 소식에는 거래를 막기 시작하자 ‘일관되지 않은 뒷북 규제’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 허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통령실은 금융위에 “결론을 정해놓지 말고 폭넓게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이 직접 현안을 청취하면서 금융당국의 입장이 변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허용 여부에 대한 검토를 지사했고 투자자의 반응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오는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되는 등 가상자산에 대한 규율이 마련된 점 역시 승인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미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이미 증권사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결국에는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동안 미국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장기간 미뤄왔으나 결국 받아들인 점을 고려하면 이 흐름이 그대로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국내 자본시장이 미국 자본시장의 흐름을 따라왔기에 결국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 및 거래 승인도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의 자산가치를 두고 논쟁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 소식과 함께 상당 규모의 자금이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으로 유입됐기에 자산으로 입지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가상화폐가 각종 기술 혁신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미국 정부가 기술혁신 흐름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트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인정한 만큼 이 기조를 따라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이 자산으로 인정받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ETF 시장에 새로운 자산군이 등장해 다양한 상품이 공급되면 긍정적인 변화는 당연한 결과”라며 “홀로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을 경우 국내 자본 시장의 매력도만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