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서해 포격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 “힘에 의한 평화”의 첫 사례
입력 2024.01.10 07:07
수정 2024.01.10 11:30
북한의 포격 재개
9.19 군사합의의 사실상 폐기
신원식 국방장관의 ‘즉·강·끝’ 원칙
우리가 초래한 북한의 무례
북한의 포격 재개
최근 북한이 한국에 대하여 강경 메시지를 연일 남발하더니 결국 2024년 1월 5일 9시부터 11시까지 2시간 동안 200발 정도의 포탄을 연평도 근처에 투하했다. 그중 일부는 북방한계선(NLL) 7㎞까지 근접해 낙하했다. 북한은 6일과 7일에도 유사한 지역에서 150여 발의 포격을 함으로써 3일 동안 총 350여 발을 투하하였다. 연평도 주민들이 대피해야 했고, 국민 모두도 불안해야 했다.
다만, 이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을 과거 몇 년 동안 보여준 모습과는 달랐다. “쏠까요, 말까요?” 묻는 대신에 즉각 대응 사격을 가했다. 해병대는 5일 북한이 포격을 가하자 K9 자주포와 K1E1 전차포 등을 동원해 북 포격량의 2배인 400여 발을 대응 차원에서 사격했다. 그러자 북한은 6일과 7일 포격의 숫자를 줄였고, 모두 자신의 지역에 떨어지도록 표적도 변경하였다.
9.19 군사합의의 사실상 폐기
우리 국방부는 이번 포격을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어가지 않고, 그들의 도발에 한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탐색하는 차원으로 인식하고, 단호한 태도를 과시하였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2024년 1월 8일 서북도서 해상 적대행위 금지구역에서 북한이 사흘 동안 포사격을 함으로써 9·19 합의에 따른 적대행위 금지구역이 사라졌고, 따라서 한국군도 향후 육·해상 적대행위 금지구역에서 사격 훈련 등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이번 북한의 포격을 계기로 한국군은 지난 2018년 9월 19일 이임을 하루 앞둔 한국의 국방장관이 실무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평양까지 수행하여 서명한 남북한의 군사분야 합의를 사실상 폐기한 것이다.
사실 북한과의 군사합의는 최초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북한이 위반했을 때를 대비한 확실한 벌칙 조항도 없이 휴전선 근처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여 우리의 정찰 능력을 무력화하였고, 서해에도 해상 적대행위 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남북한 합의 중에서 북한이 제대로 지키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번 군사합의에 대해서도 북한은 체결 이후 3000건 이상 위반하였지만, 법치주의에 기반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의 해병대는 그것을 준수하느라 포항까지 포를 운반하여 사격 연습을 하는 해프닝까지 벌여야 했다. 한국만 일방적으로 준수해온 군사합의를 우리도 준수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한 것은 마땅한 조치이다.
이번 군사합의의 사실상 폐기를 계기로 북한과의 합의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냉정한 인식이 필요하다. 남북 간의 평화를 위하여 북한과 필요한 사항을 협의하고, 이를 합의서로 남기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준수할 의지가 없다면, 그것은 남한에 족쇄를 채우는 조치밖에 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남북한은 1992년 북한과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통하여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치,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 남과 북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 남과 북은 핵 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한다.”라고 문서로 약속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이것은 전혀 준수하지 않은 채 핵무기를 개발하였고, 이제는 그 핵무기를 사용하여 남한을 공격 및 정복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지금까지 이 합의로 인하여 필요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잠재적인 조치를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전문가들이 재처리와 농축은 포기하면 안 된다고 항의했듯이 이 합의만 없었다면 한국은 플루토늄 재처리시설이나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게 되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유사시에 긴급 핵무기 개발이 가능할 것이며, 북한은 그것을 알기 때문에 함부로 도발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당시에 비핵화 공동선언을 지지한 사람들이 한국의 핵무기 개발을 주장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좋은 의도로 체결한 것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합의는 북한에 단독으로 핵무기를 개발할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아직도 일부 인사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9.19 군사합의를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묻고 싶다. 지금까지 평화가 보장되었다고?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도중에 도발을 자제한 것을 평화라고 할 수 있는가? 상대방이 나를 찌르고자 칼을 갈고 있는 동안에 전략적으로 잠잠한 평화라도 평화는 좋은 것이라고? 그들이 주장하는 잠시의 평화 기간에 북한은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물론이고, 핵무기를 탑재하여 한국의 도시들을 공격할 수 있는 첨단의 단거리 미사일을 다수 개발하였다. 이제는 남한 공격을 위한 전술핵무기를 대량으로 생산하겠다고 공언하고, “제2의 사명”이나 “영토완정”이라는 용어를 통하여 북한 주도의 통일을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있다. 상대가 그동안 간 예리한 칼을 들고 나를 찌르고자 하는데, 아직도 칼을 갈도록 상대방을 방치한 것을 반성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과연 인간으로서의 통상적 지능과 논리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만고의 진리로 인식되고 있듯이 평화는 결국 힘을 통해서만 보장된다.
신원식 국방장관의 ‘즉·강·끝’ 원칙
이번 포격을 통하여 드러난 사실은 우리가 강력하게 대응하자 북한이 멈칫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5일 북한이 200발을 사격하자 한국군은 400발로 대응했다. 그러자 북한은 6일과 7일에는 우리 군의 대응 사격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즉 자기 지역에 포탄이 낙하하도록 포격 훈련하였다. 힘을 통한 평화가 실제로 입증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신원식 국방장관의 단호하고 신념에 찬 북한 대응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한국군에게 북한이 도발하면 “즉시, 강력하게, 끝까지” 대응할 것을 지시하였고, 전군의 모든 부대에 유사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대비할 것을 요구하였다. 해병대는 그 지침에 근거하여 대비해두었고, 그래서 즉각적으로 400발에 달하는 대응 사격하였고, 북한이 확전이 아닌 자제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도록 만들었다.
신원식 국방장관은 중장으로 전역할 때까지 군에서도 주요 요직을 두루 겸직하여 군사 업무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한 확고한 신념과 투철한 군인정신을 겸비한 분이다. 전역을 하자마자 9.19 군사합의가 우리 군의 경계 태세에 심각한 허점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이의 폐기를 주장하는 예비역들의 대열에 앞장섰다. “대한민국수호 예비역 장성단 (약칭, 대수장)”을 조직하여 군사합의의 보완이나 폐기는 물론이고, 철저한 북핵 대비 태세 강화를 위한 정부와 군의 노력을 촉구하였다. 국회의원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는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확고한 국방 태세, 북핵 대비 태세 강화를 위하여 불철주야 노력하였다.
이전의 이종섭 국방장관도 조용하면서도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했지만, 이번 신원식 장관과 같은 결기를 과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신 장관은 취임하고부터는 확고한 신념과 결기로 한국군을 변화시키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군대의 모습은 국민에게는 따뜻하지만 “적에게는 전율의 대상”이 되는 군대이다. 그러한 군대를 신 장관이 만들고 있다고 생각된다. 선배의 한 사람으로 칭찬하고 싶고, 적재적소 원칙에 부합되는 윤 대통령의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초래한 북한의 무례
이번 북한의 포격과 관련하여 한 가지 우리가 모두 반성해볼 필요가 있는 것은 한국에 대한 김여정의 막무가내식 무례이다. 김여정은 7일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담화에서 “우리 군대는 130㎜ 해안포의 포성을 모의한 발파용 폭약을 60회 터뜨리면서 대한민국 군부 깡패무리들의 반응을 주시했다…. 허세와 객기를 부려대는 대한민국 군부 깡패들의 실지 탐지 능력을 떠보고 불 보듯 뻔한 억지 주장을 펼 놈들에게 개망신을 주기 위해 기만작전을 진행했다…. 대한민국 군부 깡패들은 우리가 던진 미끼를 덥석 받아 물었다”라고 비난했다.
우리 군은 대(對)포병레이더로 북한의 포탄을 추적하기 때문에 북한이 몇 발을 발사하였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포는 쏘지 않는 대신에 폭약만 터뜨렸다는 김여정의 말은 진실일 수가 없다. 일부 드러난 폭약의 발파는 북한의 포탄이 불충분함을 드러낼 뿐이다. 그러나 그 내용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말투이다. 김여정이 사용한 투의 말은 개인 사이에서도 사용하지 않는데, 하물며 국가 간에 사용하다니. 당연히 북한과 김여정의 무례한 태도에 대하여 우리는 모두 분개하고 비난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무례는 우리가 초래했다는 사실이다. 이전 정부에서 북한은 한국의 지도자에 대하여 “삶은 소대가리, 태생적인 바보, 겁먹은 개, 저능한 사고방식, 특등 머저리” 등으로 다양한 비판을 가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 번도 제대로 항의하지 않았다. 그것을 수용한다는 것으로 북한에 비치지 않았을까?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하여 참아야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이 비핵화를 전혀 추진하지 않음이 분명해졌음에도 계속 참아온 것은 무엇인가?
길거리에서 일반인들이 시비를 붙었을 때 사소한 싸움을 크게 악화시키는 도화선 중 하나는 “반말”이다. 상대가 반말을 사용하는 것은 나를 얕보거나 존중하지 않는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말투를 갖고 따질 때냐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말투에서만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남한 자체를 존중하지 않음을 나타내기 때문에 따져야 한다. 북한이 저러한 언사를 쓰면, 우리는 분명하게 항의하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언론에서는 김여정 '부부장' 김정은 '국무위원장' 또는 '총비서'를 깎듯이 사용한다. 북한이 우리를 우습게 보지 않겠는가?
더욱 심각한 사항은 이제 남한은 김여정이 전적으로 담당하는 수준으로 격하된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김정은이 남한에 대하여 별로 시비를 걸지 않는 것은 그가 남한을 긍정적으로 봐서가 아니라 미국 정도는 되어야 김정은이 상대하고, 남한은 김여정급이라는 인식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우리가 그렇게 만든 것 아닌가? 이전 정부에서 김정은을 너무나 받들은 결과 아닌가?
어떤 큰 목적을 위한 일시적인 굴종을 참아야 한다고 하지만, 세계 어떤 국가도 이 정도의 언사를 들었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막된 언어를 한국이 제대로 교정하지 못한 것이 결국 북한이 남한을 하대하도록 만들고, 남북 간의 화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더 이상 이런 상황을 허용해서는 곤란하다.
우리의 자세
북한은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와 대륙간탄도탄(ICBM)을 개발하였고, 이것을 미 본토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면 미국이 약속한 핵우산을 한국을 위하여 제공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북한은 한국에 대한 핵 위협을 노골화하고 있다. 2023년 말 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하여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하겠다"라고 강조하였다. 이것은 노골적인 남침 위협이다. 이 말을 듣고도 태연한 것은 문제가 있다. 한국이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북한은 바로 공격을 감행하여 그들 주도의 통일을 시도할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 모두 ‘힘에 의한 평화’만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번 포격 사태를 통하여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고, 이를 추구하는 현 정부의 정책이 타당함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북한의 핵 위협이 한국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정부가 한미동맹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한국 스스로 북핵 위협을 억제하거나 방어할 수 있는 다양한 방책을 개발해 나가도록 요구해야 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정치인들을 지지해야 한다. ‘평화’라는 말로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면, 이미 인류사회는 지상낙원이 되었을 것이다. 핵무장을 한 북한에 대하여 말로 평화를 얻으려는 사람은 북한에 굴종하자는 그것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번 국방부와 합참이 보여준 단호한 대응과 냉철한 판단을 격려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에게 이번의 효과적인 대처와 관련하여 치하하고, 이번에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한 장병들을 찾아서 포상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한국 국민 전체를 대표하여 전방 지역에서 불안을 견디면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서북도서 주민들의 안전은 물론이고, 이들의 생활까지도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모든 공무원은 이전 정부 동안에 가졌던 환상에서 벗어나 ‘힘에 의한 평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각자의 직책에서 그러한 국가적 방향을 구현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군대는 지금처럼 단호한 태도를 계속하여 견지해야 한다. “즉·강·끝”은 매우 타당하고, 실전적인 지침이다. 이제는 하급 제대에만 이 원칙을 적용하도록 강조할 것이 아니라 상급 부대도 그 제대에 맞는 수준에서 북한군이 도발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미리 생각해보고, 제대별 특성에 맞춰서 시나리오별로 어떻게 “즉·강·끝”을 구현할 것인지를 탐구하여 사전에 결정해둘 필요가 있다. 북한의 지도자들과 북한군이 한국군의 힘을 느낄 수 있도록 실제로 힘을 기르고, 필요할 때 과시할 수 있어야 한다.
군대는 북핵에 대한 억제와 방어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이 저렇게 기고만장하게 떠드는 것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북핵에 지나치게 주눅들 필요는 없다. 북한으로서도 핵무기를 쉽게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미국이라는 강력한 우방이 존재하고, 북한의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 없이 핵무기를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군대는 국토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필요하다면 핵전쟁도 감수하겠다는 자세로 북한에 단호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그러할 때 북한은 핵무기 위협도 한국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에 경제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될 수 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대비하라”라는 말이 현재보다 더욱 절실한 시기는 없다.
글/ 박휘락 국민대학교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