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發 PF '부실 도미노'…'옥석 가리기' 시급하다 [기자수첩-금융증권]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입력 2024.01.09 07:00
수정 2024.01.10 13:20

건설에 결국 890억 투입했지만

추가 자구안 둘러싸고 불신 여전

이제부터 시작일 부동산 리스크

수술 미루다 '퍼펙트 스톰' 온다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전경. ⓒ연합뉴스

태영건설의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 신청 사태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금융권 안팎으로 확산되고 있다. 태영그룹이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했지만 추가 자구안과 관련해 불신이 좀처럼 사그라 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채권단이 미이행했다고 판단한 890억원을 추가로 태영건설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태영그룹 지주사인 TY홀딩스는 "이로써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겠다는 약속이행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TY홀딩스는 계열사 블루원 담보제공과 매각, 에코비트 매각, 평택싸이로 담보제공 등을 통해 태영건설을 지원하겠다는 나머지 자구계획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채권단이 요구하는 추가 자구안과 관련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협의해서 구체적인 방안을 곧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TY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가 1549억원 가운데 890억원을 TY홀딩스 연대보증 채무 상환에 쓰면서 논란이 커졌다. 채권단은 이 890억원이 즉각 태영건설 지원에 사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남의 뼈 깎기'라며 추가 자구안을 요구하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통령실도 압박한 결과다.


태영건설 사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그간 금융권에서 부동산PF 리스크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경고음을 울려왔던 터였다. 때문에 정부의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향후 기업 및 구조조정 작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동산PF 부실이 우리 경제의 부실뇌관으로 꼽히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정부는 대주단을 구성하고, 부동산PF의 만기연장 등으로 대처해 왔다. 많은 전문가들이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미루면 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음에도 말이다.


지난해 3분기 말 부동산PF 보증잔액은 134조3000억원이이며 이중 절반인 70조원이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증권사나 2금융권을 중심으로 시스템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옥석가리기'를 본격 선언하면서 부실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 사업장별 수익성에 따른 선별 지원 입장을 단호하고 분명하게 전달된 듯 보인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26 공급 활성화 대책에서 이미 선별 지원 방침을 예고했다. 정상 사업장과 부실·부실 우려 사업장을 구분해 자금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수익성 판단은 개별 건설사가 아닌 사업장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사업장 중에도 토지를 저렴하게 매입했거나 분양률이 높아 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하면 정상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장은 지원 대상이 되는 식이다.


이제 관건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판단에 달려있다. 부동산PF 정리 과정에서 발발한 부실 도미도가 확산되지 않게 질서있는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좋지 않다. 올해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옥석가리기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3일 채권단 설명회에서 태영건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협력업체 수는 외주 581개사, 자재 494개사 등 총 1075개사에 달한다. 태영건설이 약속대로 추가 자구안을 내놓지 못하고, 워크아웃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정부 입장에선 수많은 협력업체 피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협력업체와 수분양자 보호 조치를 즉각 가동하고 시장안정조치도 대폭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금융당국은 현재 85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 대책을 100조원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동성 지원 수단의 대표 격인 채안펀드 한도를 현재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리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태영 사태가 우리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이제부터 진짜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 '불안해 하지 말라'는 위로는 더이상 먹히지 않는다. 말보다 행동으로, 냉철한 옥석가리기를 보여줘야 할 때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이세미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